영화 '우상' 유중식 역 배우 설경구
'우상' 설경구/사진=CGV아트하우스

'우상' 설경구/사진=CGV아트하우스

영화 속 연기를 칭찬하면 수줍은 듯 어깨를 움츠리며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거듭 "감사하다"고 말했다. 1993년 연극 '심바새매'로 연기를 시작해 1996년 영화 '꽃입'으로 영화에 입문, 1999년 '박하사탕'을 시작으로 20년 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설경구의 의외의 모습이었다.

신작 '우상' 속 설경구는 인터뷰를 하며 보여준 모습과 더더욱 다르다. 설경구가 연기하는 유중식은 아들을 잃은 아들바보다. '우상'은 도지사 후보와 에어컨 설치기사, 조선족 안마사의 엇갈린 욕망과 위험한 폭주를 그린 영화다. 설경구가 맡은 유중식은 정신지체를 앓고 있던 아들이 도지사 후보 구명회(한석규 분) 아들에게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한 후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인물이다.

설경구는 영화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에서 물오른 외모로 여심을 사로잡으며 '지천명 아이돌'이란 타이틀까지 얻었지만, '살인자 기억법'의 백발에 이어 이번엔 노랗게 머리를 물들이고 등장했다. 설경구는 중식의 노란 머리를 유지하기 위해 6개월 동안 탈색을 거듭하며 "머리카락이 낙엽처럼 바스라졌다"고 털어놓았다. 노란 머리와 태닝까지한 검은 피부는 베테랑 배우 설경구도 처음 소화하는 설정이었다.

"감독님 아이디어였어요. 처음엔 좋았죠. 이런 건 처음이니까. 에어컨 설비로 출장을 갈 때에도 아이가 정신 지체가 있어서 항상 데리고 다녔는데, 혹시 잃어버리더라도 한 눈에 알아보기 위해 머리를 노랗게 탈색하는 거에요. 아이가 말을 잘 못하니까 보고 딱 찾을수 있게요. 그런데 4개월 만 촬영할 줄 알았는데, 6개월이나 할 줄은 몰랐네요.(웃음)"
'우상' 설경구/사진=CGV아트하우스

'우상' 설경구/사진=CGV아트하우스

설경구는 시사회 후 가졌던 간담회에서부터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어려웠다"고 '우상'에 대한 솔직한 첫인상을 전했다. 캐릭터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함께했던 이수진 감독과 배우 한석규에 대한 기대가 설경구를 '우상'으로 이끌었다.

"요즘엔 여럿 배우가 있지만, 제가 배우를 꿈꾸던 90년엔 오로지 한석규였어요. 그래서 한석규라는 배우에 대한 기대감이 컸어요. 막상 경험해보니 석규 형은 현장 전체를 아우르는 뭔가가 있더라고요. 분위기 메이커였어요."

꿈꾸던 동료와 함께 호흡을 맞추던 시간이었지만, 설경구는 촬영장에서 항상 고조된 감정을 유지해야 했다. 아들을 잃은 중식의 슬픔이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만큼 이수진 감독은 설경구에 대해 "촬영장에선 항상 독이 올라 있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감정이 점점 고조되는 게 아니라 첫 등장부터 폭발시켜야 했죠.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고 병원에 달려가는 첫 장면이 첫 촬영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더 신경이 쓰였죠. 감독님 스타일도 모르니까 긴장도 되고요. 20번 정도 다시 간 것 같아요. 그래도 결과물은 마음에 들어요. 석규 형도 부러워하더라고요."
'우상' 설경구/사진=CGV아트하우스

'우상' 설경구/사진=CGV아트하우스

쉽지 않은 설정, 연기였다. 물론 설경구에겐 처음은 아니다. 설경구는 항상 쉽지 않은 작품, 연기를 해왔다. 설경구는 "왜 어려운 역만 연기하냐고 하는데, 그냥 제 욕심같다"면서 또 다시 수줍은 미소를 보였다.

'소원', '살인자의 기억법'에 이어 '우상'에서도 아이를 잃은 아버지라는 설정이다. 후속작 '생일'에서도 세월호 참사로 자식을 잃은 아버지를 연기했다. 큰 일을 당한 아버지 역할을 거듭 연기하는 이유를 물었다.

"저는 다 다른 역할이라고 봤어요. 상황도 다르고, 감정을 증폭시켜 나가는 방식도 달랐죠.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고 봤죠. 관객들에게 접근하는 방식도 다르고요. 자식을 잃게 되는 커다란 사건이 나오지만 풀어가는 건 작품마다 달랐어요."

또 "다음 작품에선 멋있게 나온다"고 예고했다. 설경구는 그의 필모 그라피 중 가장 잘생긴 캐릭터를 만들어준 '불한당' 변성현 감독의 차기작 '킹메이커:선거판의 여우' 출연이 확정된 상태다. 그러면서 "변 감독이 '불한당' 때와 달라졌다"며 농을 치기도 했다.

"'불한당'을 할 땐 '무조건 멋있어야 한다'면서 고개도 45도 각도로 들라고 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이번엔 부끄럽지만 제가 '멋있게 찍어줘'라고 했는데 '노력해보고요'라고 하더라고요ㅑ. 걱정이긴 해요. 느낌이 다른가봐요.(웃음)"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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