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악질경찰' 이정범 감독/사진=변성현 기자
영화 '악질경찰' 이정범 감독/사진=변성현 기자
'악질경찰' 이정범 감독이 세월호 유족들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를 마친 후 느낀 소감을 전했다.
이정범 감독은 13일 서울시 용산구 아이파크몰CGV에서 진행된 영화 '악질경찰' 시사회 및 간담회에서 "오늘 시사회에 앞서 세월호 유족들에게 먼저 보여드렸다"며 "그때 너무 두려워서 잠도 못잤었다"고 털어 놓았다.

'악질경찰'은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 감고, 범죄를 사주하는 악질경찰이 더 나쁜 놈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아저씨' 이정범 감독이 '우는남자' 이후 5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악질경찰'은 영화의 배경이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로 삼고, 영화 곳곳에 세월호 유족들의 아픔이 녹여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영화의 중심이 되는 캐릭터 대부분이 세월호의 아픔을 나름의 방식대로 견뎌내는 사람들이었다.

이정범 감독은 "세월호 유족 시사를 끝내고 긴장되는 마음에 위통까지 겪었다"며 "상영회 직후 유족들을 도저히 마주할 수 없어서 도망치듯 나왔는데, 다음날 한 아버님이 문자를 주셨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이정범 감독은 "저 때문에 잊고 싶었던 기억을 떠올린 건 아닌지 죄송하고 송구스럽다고 말씀드렸고, 청소년관람불가 상업영화라 보시기에 불편한 장면이 있을 수 있었겠다는 말도 드렸다"며 "그분이 '우리가 겪은 건 더 폭력적이고 야만적이었다'는 말을 해주셨다. 전체 유족분들의 의견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적어도 곡해된 건 아니라는 걸 느꼈다"고 전했다.

세월호를 소재로 하기 때문에 느꼈던 부담감, 고민도 전했다.

이정범 감독은 "도망가고 싶은 순간도 많았고,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았다"며 "그래도 '세월호가 잊혀지는게 가장 두렵다'던 한 유족분의 말씀이 뇌리에 남아 계속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이렇게 계속 공론화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상업영화로서 처음 담론화 하는거라 부담되되고 두려움도 있지만 진심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악질경찰'은 오는 20일 개봉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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