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 기념 영화 '자전차왕…' '항거'서 열연

'자전차왕 엄복동' 정지훈
자전거에 반한 물장수 청년
100전 전승 신화를 쓰며 조선인들에게 희망 안겨줘

'항거:유관순 이야기' 고아성
서대문 감옥 8호실 갇힌 뒤 옥사하기까지 1년간 스토리
인간적 면모·애국혼에 집중정지훈고아성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일제 침탈에 항거한 민족 영웅을 그린 두 영화가 오는 27일 나란히 개봉한다. 정지훈이 주연한 ‘자전차왕 엄복동’과 고아성이 나선 ‘항거: 유관순 이야기’가 그것. ‘자전차왕 엄복동’은 1910년 한일합병 이후 일제의 억압과 횡포가 본격화할 당시,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전조선자전차대회 1위를 차지해 조선인들에게 희망을 준 엄복동 이야기를 그렸다. ‘항거’는 유관순 열사의 옥중 생활 1년을 담았다. 서울 삼청동에서 정지훈과 고아성을 각각 만났다.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의 주연을 맡은 정지훈.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의 주연을 맡은 정지훈.

물장수에서 영웅으로 성장한 엄복동

“자전거에 반한 물장수 청년이 일본인을 물리치고 우승하면서 조선인의 애환을 달래준 영웅 이야기입니다. 김연아가 국제대회에서 우승했을 때 국민들이 위로받았던 것처럼 말이죠. 실존 인물이어서 부담이 컸지만 열심히 연기했습니다.”

정지훈은 ‘자전차왕 엄복동’을 위해 크랭크인 3개월 전부터 국가대표 훈련장에서 자전거 연습을 했다. 허벅지 실핏줄이 터질 만큼 페달을 밟고 또 밟았다고 한다.

“‘비’라고 하면 ‘노력’이란 단어를 떠올리는 그런 나의 아이덴티티를 잃고 싶지 않았습니다. 비를 사랑받게 한 그것을 지키기 위해 달리고 달렸습니다.”

그는 영화 촬영이 끝난 뒤로는 자전거를 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정지훈은 “허벅지가 너무 굵어져 옷 사이즈가 안 맞기 때문”이라고 유머를 담아 말했다.

엄복동은 1913년 공식대회 첫 출전부터 100전 무패 신화를 쓰며 조선 민중의 가슴에 희망을 지폈다. ‘떴다 보아라 안창남, 내려다 보아라 엄복동’이란 노래가 당시 널리 불렸다. 영화는 엄복동이란 인물과 그의 삶이 강소라가 연기하는 항일무장투쟁과는 또 다른 방식의 저항 운동이었음을 상기시킨다.

“일본의 억측으로 경기가 중단되자 엄복동이 무대 단상에서 일장기를 꺾는 사건을 일으켰어요. 일본 경찰이 그를 조준 사격하려고 자세를 취했을 때 민중이 방어벽을 쳐 살린 실화도 담았어요. 우리 관객도 이 영웅을 꼭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연했습니다.”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에서 열연한 고아성.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에서 열연한 고아성.

실천하는 애국지사 유관순

“유관순 열사는 한마디로 말하기 어렵지만 충직한 인물이죠. 믿는 것을 믿고, 그대로 실천한 분이죠. ‘지금 아니면 언제하나’란 대사처럼 실천한 분이셨죠. 극중 조력자이면서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이화학당 선배 권애리와 비교되는 인물입니다.”

고아성은 유관순 열사를 연기하며 느낀 인물됨을 이렇게 설명했다. 극중 유관순 열사는 감옥에서 온갖 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3·1운동 1주기에 만세 시위를 주도한다. ‘항거’는 1919년 3월 1일 서울 종로에서 시작된 만세운동 이후 고향 충남 병천(현 천안시 병천면)에서 ‘아우내 장터 만세운동’을 주도한 유관순 열사가 서대문 감옥 8호실에 갇힌 뒤 고문으로 옥사하기까지 보낸 1년간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는 벽에 갇히거나 천장에 거꾸로 매달리는 고문을 당한다.

“고문 장면이 많아 관객들이 힘들어할까 고민이 많았어요. 하지만 폭력을 빼놓고 유관순 열사를 설명할 수 없었어요.”

유관순 열사가 갇힌 8호실 여옥사는 10㎡ 남짓한 공간으로, 스무 명이 넘는 여성들이 함께 수감됐다. 다리를 뻗고 앉을 수도 없어 수감자들은 온종일 감옥 안을 빙빙 돌고, 번갈아 가며 한두 명씩 잠을 청했다. 영화는 그런 환경 속에서 피어나는 여성 간의 연대에 초점을 맞춘다.

“세계적인 리더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 자주 물어봤다고 합니다. 유관순 열사의 이런 인간적인 면모도 담아냈습니다.”

그는 배역을 맡은 뒤 매일 기도하면서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유관순 열사에 대해 처음에는 성스럽고 존경스러운 마음 외에는 다른 감정은 없었어요. 촬영을 마치고 나니 훨씬 다양한 감정이 생기더군요. 저는 오로지 그분의 뜻을 제대로 전하는 데 연기를 집중했어요.”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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