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사바하' 스틸
/사진=영화 '사바하' 스틸
'사바하'가 극장가의 새로운 강자로 등극할 것인가.

영화 '사바하'가 20일 개봉했다. 관객 1480만 관객의 '극한직업'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극장가에 새 바람을 일으킬지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사바하'는 신흥 종교 집단을 쫓는 박목사(이정재 분)가 불교를 기반으로 한 종교단체 사슴동산을 취재하면서 알게 되는 의문의 사건과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배우 이정재, 박정민, 이재인, 진선규 등이 출연하고, 데뷔작 '검은사제들'로 대중적인 엑소시즘을 선보였던 장재현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검은사제들'이 천주교를 기반으로 한 구마의식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사바하'는 보다 근원적인 신의 존재를 쫓았다. 이와 더불어 선과 악의 상대성이라는 철학적인 메시지를 영화적으로 풀어냈다.

때문에 귀신을 때려잡는 쾌감이나 섬뜩한 공포와는 거리감이 있다. 장재현 감독은 "'검은 사제들'때문에 '사바하'도 오컬트적인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지만 종교적인 색채가 진하다"고 설명했다. 이정재 역시 "종교를 소재로 한 범죄 스릴러물이라고 보는게 좋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독특한 분위기와 더불어 배우들의 열연도 볼거리로 꼽힌다.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에서 염라대왕으로 자신이 곧 신이었던 이정재는 "신은 도대체 어디에 있나이까"라고 질문하는 박목사로 활약했다. 박목사는 돈을 위해 이단이라고 불리는 신흥 종교단체를 연구하는 캐릭터다. 습관적으로 담배를 태우고, 외제차를 모는 등 이전까지 그려진 목사를 이정재는 이질감 없이 선보였다.

박정민은 '사바하'에서도 믿고 보는 배우로 활약했다. 무표정하지만 아버지의 명령을 묵묵히 수행하는 비밀스러운 정비공 나한이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한 후 변화하며 인간적으로 고뇌하는 모습을 설득력있게 그려냈다. 이정재도 "'사바하'의 진짜 주인공은 박정민"이라고 칭할 정도다.

그럼에도 박정민은 "'사바하'의 주인공은 서사"라며 "각각의 캐릭터가 아닌 이야기에 집중해서 작품을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재인은 '사바하'가 찾아낸 새 얼굴이다. '검은 사제들'의 박소담을 능가하는 존재감으로 영화의 시작과 끝을 담당했다. 태어날 때부터 악마라고 손가락질 당했던 언니와 한 뱃속에서 태어난 쌍둥이 동생을 연기하며 극의 클라이맥스까지 장식했다.

현재 극장가는 지각변동의 시기라는 평이다. 한달여 동안 극강의 1인자로 꼽히던 '극한직업'이 주춤한 상황에서 지난 14일 개봉한 '증인'이 지난 19일 일일 박스오피스 정상에 등극했다. 여기에 '사바하'가 등판하면서 새로운 판을 짤 수 있을지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사바하'는 개봉일 당일 오전 7시 기분 예매율 1위에 올라 있다. 예매 관객수만 5만9000명이다. 이 기세라면 개봉일 당일 박스오피스 1위도 어렵지 않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바하'가 '검은사제들'과 같은 신드롬을 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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