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벨벳이 지난 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패서디나 시빅 오디토리엄에서 공연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레드벨벳이 지난 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패서디나 시빅 오디토리엄에서 공연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걸그룹 블랙핑크와 레드벨벳이 미국에서 성공적인 데뷔 공연을 하면서 ‘원더걸스’ 이래 중단된 걸그룹의 미국 시장 도전이 재점화됐다.

SM엔터테인먼트는 11일 “레드벨벳이 북미지역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며 “두 차례 공연이 매진됐고 앞으로 다섯 차례 더 공연해 총 7회 투어를 이어간다”고 밝혔다. 이는 2010년 원더걸스가 북미지역에서 20여 회 공연한 이래 가장 많은 횟수다. 방탄소년단 등 보이그룹은 미국 시장을 강타했지만 걸그룹은 원더걸스 이후 북미지역에서 2012년 투애니원이 두 차례, 2016년 에이핑크가 네 차례 각각 공연했을 뿐이다.

레드벨벳은 이날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있는 5000석 규모의 ‘더 시어터 앳 그랜드 프레리’에서 성황리에 공연했다. 지난 8~9일에는 로스앤젤레스(LA) 패서디나 ‘시빅 오디토리엄’에서 이틀간 6000여 석을 채운 무대를 선보였다. 레드벨벳은 두 공연에서 ‘행복’ ‘러시안 룰렛’ ‘루키’ ‘피카부’ ‘파워 업’ 등 20곡을 열창했다. 세계 팬들의 사랑을 받은 ‘배드 보이’와 ‘RBB(Really Bad Boy)’는 영어 버전으로 불러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미국 음악매체 빌보드는 지난해 12월 ‘비평가들이 선정한 2018년 최고의 K팝 20곡’ 중 1위로 ‘배드 보이’를 꼽으며 “풍성한 사운드와 생생한 색감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레드벨벳의 팜므파탈(악녀)적 정체성을 만들어냈다”고 호평했다.

레드벨벳은 “미국에서 콘서트를 하게 돼 꿈만 같다”며 “열광적으로 환영해줘 감동했다.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레드벨벳은 13일 마이애미, 15일 시카고, 17일 뉴어크(뉴저지)에서 공연한 뒤 캐나다로 가 19일 토론토, 21일 밴쿠버에서 무대를 펼친다.

걸그룹 블랙핑크
걸그룹 블랙핑크
블랙핑크는 음반사 유니버설뮤직그룹이 주최한 쇼케이스에서 성공적인 데뷔 무대를 치렀다. 블랙핑크는 지난 10일 LA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레이블 인터스코프 대표로 무대에 올라 히트곡 ‘뚜두뚜두’와 ‘포에버 영’을 불렀다고 YG엔터테인먼트가 이날 밝혔다. 이 무대는 유니버설그룹이 매년 ‘그래미 어워즈’가 열리기 직전 개최하는 그래미 아티스트 쇼케이스다. 블랙핑크를 비롯해 포스트 말론, 릴 베이비 등 세계적인 팝스타가 대거 무대를 장식했다.

유니버설뮤직그룹은 “‘뚜두뚜두’ 뮤직비디오가 K팝 그룹 가운데 유튜브 최고 조회수를 기록했다”며 “올해 월드투어를 진행 중인 블랙핑크의 미국 첫 무대를 환영해달라”고 소개했다. 블랙핑크는 첫 무대임에도 긴장한 기색 없이 칼군무가 돋보이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 등은 “소셜미디어에서 이들의 무대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한국에서 온 이 걸그룹은 공연 후 관객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전했다.

블랙핑크는 12일 미국 CBS의 간판 심야 토크쇼인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와 미국 ABC의 대표적인 아침 뉴스 프로그램인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한다.

미국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했던 원더걸스가 결과적으로 실패한 이후 K팝 걸그룹들은 미국 시장에 데뷔하기를 꺼려왔다. 원더걸스 이후 극소수 걸그룹이 소규모 공연을 했을 정도로 ‘신중 모드’를 유지했다. 걸그룹은 팬덤 규모가 보이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고, 인기도 늦게 오르기 때문에 위험성이 크다.

이 때문에 두 걸그룹의 미국 데뷔 공연은 의미가 깊다는 게 음악계의 중론이다. 유튜브 이용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걸그룹 곡 조회수가 급증한 덕분이다. ‘뚜두뚜두’의 경우 유튜브 조회수가 6억 뷰를 돌파해 남녀 K팝 그룹 중 최고를 달성했다. K팝 걸그룹의 글로벌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증거로 풀이된다. 과거 원더걸스는 아시아 최고 인기 걸그룹이었지만 미국 무대에서는 신인처럼 데뷔했다.

한 음악 기획사 관계자는 “유튜브에서 결그룹의 미국 조회수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며 “이것이 미국 데뷔를 추진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팬들의 반응을 빨리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미국 투어는 필요하다는 인식이 음악계에 확산되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도 연내 트와이스의 미국 투어를 시작할 계획이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