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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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 ‘진짜사나이300(진사300)’은 가짜가 아니에요. 먹으면 다 토하는 상황에서 빈속에 진통제 세 알을 먹고 이 악물고 버텼습니다. ‘나, 그래도 깡과 패기로 여기까지 왔는데’ ‘나를 잃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출연하게 됐죠. 그런데 그렇게 힘들 줄은 몰랐어요.”

이른바 ‘열일’하기로 유명한 배우 오윤아는 이렇게 말하며 깔깔 웃었다. 그는 지난해 무척 바빴다. MBN ‘연남동 539’와 SBS ‘훈남정음’에 이어 힘들기로 유명한 군대 예능 ‘진사300’에 출연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MBC 주말 드라마 ‘신과의 약속’ 촬영에 들어갔다. 계층 상승 욕망으로 친구의 남자와 결혼한 뒤 그의 아이를 키우는 우나경 역을 맡았다. 독한 악역을 연기하며 한채영, 오현경에게 뺨을 맞기도 했다.

“처음에는 ‘신과의 약속’ 출연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피 한 방울 안 섞인 자식을 소중하게 여기는 우나경의 사연에 자꾸 눈이 갔어요. 나경은 물론 악역이지만 그냥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이에요. 그에겐 행복의 기준이 돈, 아이, 가족인데 그걸 억지로 쟁취하려다 보니 계속 실패해온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살기 위한 절실함과 절박함, 나경이의 이런 모습을 조금이라도 부각해서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선과 악을 떠나 오윤아가 우나경에게 연민을 느낀 부분은 절실함이었다. 2000년 제1회 사이버 레이싱퀸 선발대회 1위에 오르며 연예계에 입문한 그 자신도 절실하게 달려왔기 때문이다.

“모델 출신 연기자라는 편견을 깨려는 마음 하나로 달려온 것 같아요.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해 늘 저의 한계를 넘어서까지 연기하려 했죠. 그런데 30대가 되니까 지치더군요. SBS ‘사임당 빛의 일기’(2017)에서 악역을 맡아 그다음엔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언니는 살아있다’(2017)에서 또 처절한 복수에 나서는 은향이 캐릭터를 만났습니다.”

절실함에서 비롯된 그의 연기는 성과로 돌아왔다. 시청률 24%를 기록한 김순옥 작가의 ‘언니는 살아있다’에 이어 오는 16일 종영하는 ‘신과의 약속’도 시청률 15%를 넘기며 흥행에 성공했다. 오윤아는 “연기는 항상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기 때문에 아무리 해도 늘 시작점에 다시 서는 기분”이라며 이렇게 강조했다.

“‘신과의 약속’에서 박근형, 강부자 선생님 등 대선배들이 배우는 국어부터 잘해야 한다고 기본을 강조하시는 걸 보고 느낀 게 많았어요. 어렸을 때는 감정에만 충실해도 됐는데 요즘은 대본을 뜯어보며 화술을 살피게 됩니다. 앞으로는 악역도 좋지만 사람 냄새나는, 편안한 연기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유청희 한경텐아시아 기자 chungvsky@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