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된 남자 (사진=tvN)


‘왕이 된 남자’의 폭군 여진구가 충신 김상경에게 독살을 당하는 파격 전개가 시청자들에게 폭발적인 전율과 먹먹한 여운을 안겼다.

이와 함께 ‘왕이 된 남자’는 또 한 번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웰메이드 드라마의 힘을 확인시키고 있다. ‘왕이 된 남자’ 8회 시청률은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 가구 평균 9.5%, 최고 10.8%로 지상파 포함 전 채널 1위를 차지했다. tvN 타깃(남녀2049) 시청률 또한 평균 3.9% 최고 4.6%를 기록, 전 채널 포함 1위 수성하며 뜨거운 상승세를 이어갔다.(유료플랫폼 전국 기준/ 닐슨코리아 제공)

지난 29일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왕이 된 남자’ 8회에서는 광대 하선(여진구 분)이 구사일생해 궁으로 돌아오고, 다시금 약물중독 증세로 쓰러진 폭군 이헌(여진구 분)이 도승지 이규(김상경 분)의 손에 최후를 맞는 모습이 그려졌다.

흙구덩이 속에서 비참하게 죽을 뻔했던 하선은 살고자 하는 의지와 호위무사 장무영(윤종석 분)의 도움으로 목숨을 부지했다. 앞서 이헌으로부터 하선이 죽었다는 증좌를 가져오라는 명을 받은 무영은 하선에게 도망치라고 충고했지만, 하선은 ‘목숨보다 중한 것이 그곳에 있다’며 중전 소운(이세영 분)을 위해 죽음을 각오를 하고 궁으로 향했다.

그 시각 이규는 이헌이 남기고 간 비망기(임금의 명령이나 의견을 적어서 승지에게 전하던 문서)를 읽고 경악했다. 중전을 폐출하고 사약을 내리라는 어명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헌의 끝을 모르는 폭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달이 났다. 이헌이 약물중독 증세로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것. 이에 이규는 비로소 진짜 임금인 이헌을 저버릴 결심을 했다. 이규는 비망기를 태우고, 쓰러진 이헌을 궁 밖으로 내보내기 용이하도록 대비(장영남 분)를 유폐하는 등 신속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하지만 며칠 후는 임금의 탄일로, 만약 궁 안에 임금이 없다면 들통날 수밖에 없는 상황. 무영은 이규에게 하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고 그 길로 하선은 다시 입궐했다.

대전으로 돌아온 하선은 자신을 사지로 내몬 이규에게 설움을 터뜨렸고, 이규는 살아서 돌아오길 바랐다며 처음으로 하선 앞에서 자신의 속내를 꺼내 놨다. 이에 하선은 “힘을 갖고 싶소. 목숨보다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는 그런 힘을 가진 진짜 임금이 되고 싶소”라고 말했고, 이규는 하선을 진짜 임금으로 세우겠다는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이규는 각오를 행동에 옮겼다. 이헌의 탄일, 이규는 이헌의 은신처에 방문해 손수 해체탕(미역국)을 올린 뒤 바닷가 나들이를 청했다. 그리고 나서 이헌에게 독을 탄 생일주를 올렸다. 이규의 충심을 철썩 같이 믿어온 이헌은 배신감에 몸부림쳤다. 이에 이규는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전하를 버리는 게 아닙니다. 이 나라와 백성을, 새로운 세상을 선택하는 겁니다”라고 말하며 불가피한 선택임을 강조했다.

나아가 “전하께서 바라시는 강성한 나라, 그 나라가 하루라도 빨리 오게 할 방도는 이것뿐입니다. 제가 목숨을 걸고 반드시 그리 되게 만들 것입니다”라며 잔인하지만 한편으로는 절절한 우국충정을 드러냈다. 곧이어 이헌은 차디찬 모래 바닥 위로 쓰러졌다.

그는 “두렵네. 너무 무서워. 저승에선 내가 임금이라는 것도 아무 소용이 없겠지”라고 읊조리며 서서히 죽어갔고 이규는 “제가 마지막까지 곁에 있겠습니다”라며 눈물을 삼켰다. 이헌이 끝내 숨을 거두자, 그제서야 마치 대쪽이 갈라지듯 이규의 담담했던 표정이 무너지며 눈물이 터져 나와 시청자들의 가슴까지 아릿하게 만들었다. 나아가 성군이 되고자 했으나 자신의 나약함으로 인해 안타까운 최후를 맞은 이헌과, 모든 것을 바쳐 섬겼던 주군을 제 손으로 죽인 뒤 마지막 절을 올리는 이규의 투샷은 형언할 수 없이 먹먹한 여운을 남겼다. 동시에 진짜 임금인 이헌이 죽음을 맞는 파격적인 전개가 펼쳐진 만큼, 반환점을 돈 ‘왕이 된 남자’의 향후 스토리가 어떻게 뻗어나갈 지 궁금증을 폭발시켰다.

무엇보다 이 같은 애증의 군신관계를 그려낸 여진구-김상경의 연기 앙상블은 완벽 그 이상이었다. 여진구는 가장 믿었던 이로부터 배신당한 분노와 체념 그리고 두려움에 이르기까지 죽음에 시시각각 다가가는 감정을 형형한 눈빛에 담아내며 첫 회부터 8회까지 통틀어 최고의 연기력을 선보였다. 이에 ‘연기 천재’라는 수식어가 절로 상기됐을 정도. 그런가 하면 김상경은 ‘주군을 독살한 충신’이라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완벽한 완급조절로 설득시키며 시청자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더욱이 배경음악 없이 쓸쓸한 바람소리와 파도소리만 강조, 장면의 여운을 최고조로 이끈 김희원 감독의 엔딩 연출은 또 다시 시청자들을 전율케 하며 ‘왕이 된 남자’가 웰메이드 사극으로 각광받는 이유를 증명하기도 했다.

한편 다시 임금 노릇을 시작한 하선은 변해버린 지아비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소운을 안심시키며 애틋한 사랑을 키웠다. 또 이헌의 신임을 발판 삼아 국정을 장악하려는 간신 신치수(권해효 분)의 뒤통수를 치며 시청자에게 통쾌한 재미를 선사했다. 그러나 대비와 진평군(이무생 분)이 역모를 도모하고 대전 지밀 김상궁(민지아 분)이 임금의 옥체에 수상한 점이 있음을 감지하는가 하면, 하선이 광대놀음을 하던 시절 인연이 있는 김지봉(유형관 분)이 신치수에게 용안을 닮은 광대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며 또 다른 위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암시했다.

이에 날이 갈수록 흥미를 더해가는 ‘왕이 된 남자’에 기대감이 증폭된다.

이준현 한경닷컴 연예·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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