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이 김서형 이엘리야
윤진이 김서형 이엘리야
"욕 하다가 정 들었다"

나쁜 짓을 하면 할 수록, 욕을 먹으면 먹을 수록 시청률은 올라간다. '악녀' 공식이다. 드라마에서 악역은 주인공과 함께 극을 이끌며 이야기의 재미를 더하는 필수 요소다. 2019년에도 때로는 흉폭하게, 때로는 처절하게 연기혼을 불태우는 '악역' 끝판왕들이 브라운관을 채우고 있다.

◆'쓰앵님' 김서형 "제 연기만 믿으시면 됩니다"
TV 읽기|"여러분은 제 연기만 믿으시면 됩니다"…안방극장 '악녀 천하'
올해 방송가 가장 큰 이슈는 JTBC 'SKY캐슬'이다. '서울대 의대'를 보내기 위해 상위 0.01%가 사는 SKY 캐슬 주민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이야기에서 가장 악행을 저지르는 이는 바로 일명 '쓰앵님' 김주영(김서형)이다.

김서형은 상류층 극소수만 아는 탑급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속을 알 수 없는 그녀의 차가운 카리스마와 몰입도 높은 연기에 패러디 세례가 이어지며 호평을 받고 있다.

"어머님,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오해십니다" 등의 평범한 대사를 김서형은 자신만의 연기톤으로 잡아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포커페이스를 일관하다가도 자신의 심기가 뒤틀리면 얼굴 근육 하나, 하나가 미세하게 일그러지며 나노 단위의 세밀한 연기를 펼친다. '쓰앵님'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한서진(염정아)와 맡붙어 분노를 터트릴 땐 특히 시청자를 몰입하게 만들었다.

김서형은 '도깨비' 이후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22.3%)을 갈아치운 저력으로 꼽힌다.

그는 'SKY캐슬' 이전에도 악녀 연기로 정평이 나있는 배우였다. 1994년 KBS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서형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2008년 SBS 드라마 '아내의 유혹' 신애리를 통해 '악녀의 교과서'로 거듭났다.

김서형은 헤어, 의상, 메이크업 등 외적인 부분부터 성격까지 김주영에 맞추기 위해 오랜 고민을 했고, 밖에도 나가지 않고 집에만 머물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 독기 품고 돌아온…이엘리야
TV 읽기|"여러분은 제 연기만 믿으시면 됩니다"…안방극장 '악녀 천하'
'SKY캐슬'을 제외한 드라마 중 가장 돋보이는 드라마는 SBS 수목 '황후의 품격'이다. 이 드라마에서 이엘리야는 황제 이혁(신성록)과 불륜 관계를 맺고, 나왕식(최진혁)과 오써니(장나라)를 위기에 몰아넣으며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는 데 공을 올렸다.

나왕식과 관련된 거짓말로 이혁에게 내쳐져 죽을 뻔했던 민유라는 엄마의 시신을 찾으려는 천우빈(최진혁)의 제안에 의해 구사일생으로 살아남게 됐지만, 정신병원에 갇혀 고통스런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 지난 방송분에서 전 경호대장 추기정(하도권)과 정신병원에서 탈출을 감행한 후 태후 강씨(신은경)와 접촉, 긴장감을 증폭시켰다.

결국 민유라는 태후전의 하급 궁녀로 황실에 다시 입성해 당당하고 태연한 태도로 태후 강씨 옆을 지켰다.

살아남으려는 이유를 묻는 오써니(장나라 분)에게 그는 “제가 아직까지 누군가에게는 쓸만한 사람이더라고요. 그만하면 살만한 이유, 충분치 않을까요?”라고 답하며 차분하면서도 섬뜩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엘리야는 독기를 가득 품고 황실에 돌아온 ‘민유라’ 역으로 극에 흥미진진함을 더했다. 그는 충성을 다짐한 태후에게는 깍듯하고 결연한 모습을, 다른 이들에게는 당당하면서도 서늘한 눈빛을 드러내는 등 민유라의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을 생생하게 표현해냈다.

그동안 도회적인 외모로 전문가 역할과 새침한 조연을 오간 그는 이번에는 말 그대로 진정한 악녀로 거듭나 시청자의 응원을 받는다.

◆ "악플 신고하겠다" 연기, 잘해도 고민… 윤진이
TV 읽기|"여러분은 제 연기만 믿으시면 됩니다"…안방극장 '악녀 천하'
"연기는 연기일 뿐, 개인의 인스타그램까지 와서 나쁜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식노하겠다. 장다야는 드라마 속 인물이다."

배우 윤진이가 최근 자신의 SNS에 이같은 글을 올렸다. 드라마 속 악행을 보고 현실 의 배우에게 몰려들어 비난하는 악플러들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얼마나 연기를 잘 했으면, 시청자들을 현실과 허구 사이에서 혼란을 야기했을까.

그는 시청률 40%에 육방하는 KBS2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에서 시청자들에게 '고구마'를 여러번 날리며 분노를 자아냈다.

윤진이는 질투 많고 얄미운 ‘장다야’로 온전히 녹아들어 극을 흥미진진하게 이끌었다. 자신에게만 관심과 애정이 집중돼야 만족하는 다야를 윤진이는 매회 불안함과 분노를 오가는 복합적인 감정 연기로 표현한다.

그는 갑작스러운 시부모님의 이혼 소식에 불안해하며 전전긍긍하는 모습과 도란(유이)에게 울분을 토해내는 다야의 복합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몰입을 높였다.

회차가 거듭할수록 풍부한 감정 표현으로 높은 존재감을 발휘하는 윤진이가 앞으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가 모아진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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