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이돌에게나 풋풋한 신인 시절은 있다. 상큼한 매력을 앞세워 90도로 인사하며 팀의 시그니처를 만들고 큰 목소리로 자신들을 홍보하는 건 HOT, 젝스키스 시절부터 내려온 아이돌 세계의 전통이다.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스타가 된 방탄소년단도 이런 과정을 겪으며 긴장된 모습으로 무대에 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걸그룹 대장격인 트와이스도 마찬가지다.

한창 잘나가는 아이돌의 신인 시절을 언급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그들의 '동생 그룹'이라고 일컬어지는 신인 아이돌 그룹들이 속속 론칭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모습에서 방탄소년단이나 트와이스의 신인 시절을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중에서도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의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TOMORROW X TOGETHER)와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의 있지(ITZY)는 그 누구보다 큰 관심을 받고 있다.

▲ 방탄소년단 직속 후배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그룹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다. 빅히트가 방탄소년단 다음으로 6년 만에 공개하는 신인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서로 다른 너와 내가 하나의 꿈으로 모여 함께 내일을 만들어간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팀명부터 심상치 않다.

이들은 아직 데뷔도 하지 않았지만 '방탄소년단의 동생 그룹'이라는 수식어 덕분에 벌써부터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날짜 간격을 두고 멤버들이 한 명씩 공개될 때마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 K팝 팬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또한 멤버 5인 개인 인트로덕션 필름의 유튜브 누적 조회수도 벌써 4000만 건을 돌파했고 지난 24일 개설한 공식 트위터 팔로우 수도 공개 30분 만에 10만명을 넘겼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을 바라보는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처음에는 "방탄과 결부시켜 말하지 말라", "방탄 동생이 아니라 빅히트 새로운 그룹으로 써달라"는 내용의 댓글들이 주를 이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항상 외롭던 방탄에게 동생이 생겨 좋다", "방탄과 TXT가 힘을 합쳐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힘을 키워야 한다"는 내용의 응원글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진은 지난 1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제28회 하이원 서울가요대상에서 본상과 최고앨범상, 대상을 거머쥐면서 이런 말을 덧붙였다. 그는 "회사에서 말하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처음으로 저희 후배들이 나온다. 한 번씩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고 힘을 실어줬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응원이었다.

▲ 걸그룹 명가 JYP엔터테인먼트의 새 작품 '있지(ITZY)'
있지(ITZY)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있지(ITZY) 사진=JYP엔터테인먼트

트와이스의 동생 그룹도 멤버 공개를 마치고 출격을 준비 중이다. 있지는 JYP가 원더걸스, 미쓰에이, 트와이스에 이어 4년 만에 선보이는 걸그룹으로 지난 21일 공식 SNS를 통해 멤버 5인을 공개했다. 먼저 JYP는 있지를 향해 "야심차게 공개한 드림팀"이라고 강조하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JYP에서 이렇게 자신감이 넘치는 이유는 바로 멤버들의 실력에 있다. 먼저 예지는 SBS '더 팬'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고 류진은 오디션프로그램 '믹스나인'에서 걸그룹 부문 1위를 차지하며 놀라운 실력을 뽐냈다. 채령은 걸그룹 아이즈원 이채원의 동생으로 '케이팝스타 시즌3'과 '식스틴'에서 화제의 인물로 주목받은 바 있다. 최근 공개한 1분10초짜리 그룹 소개 영상을 보더라도 자신감이 넘친다.

있지라는 그룹 이름은 특정 대상을 지칭할 때 쓰는 'it'과 갖고 싶은 대상을 향해 쓰는 'it'의 의미를 담아 "걸그룹에게 기대하는 모든 매력을 갖고 있다"는 뜻을 포함했다. 있지는 트와이스의 발랄하고 귀여운 이미지와는 달리 걸크러시 느낌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며 5인조 전원 국내파로 이뤄졌다는 점도 트와이스와 차별점이다.

▲ "AOA 선배님들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체리블렛'
체리블렛

체리블렛

FT아일랜드, 씨엔블루, 엔플라잉, SF9 등 남성 아이돌 그룹에 집중해온 FNC엔터테인먼트(이하 FNC)가 AOA의 동생그룹을 론칭했다. AOA 이후 7년여 만에 내놓은 10인조 걸그룹 체리블렛이 그 주인공이다.

체리블렛은 데뷔 두 달 전부터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먼저 공식 SNS 개설, 케이블채널 엠넷과 손잡은 리얼리티 프로그램 '인싸채널 체리블렛' 등을 내보내는 등 멤버들의 일상을 공개해 대중 속으로 파고 들었다.

체리블렛이라는 이름 뜻은 과일 '체리(cherry)'와 '총알(Bullet)'이라는 상반된 이미지의 단어를 합친 것으로 "체리처럼 사랑스럽게 대중의 마음을 저격하겠다"라는 뜻을 담아 남다른 각오를 드러냈다. 또한 "렛츠 플레이!"로 시작하는 구호가 그룹의 특징인 발랄함과 생기를 그대로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울러 소속 가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외국인 멤버들이 포함됐다는 사실도 차별점이다. 일본 출신의 코코로, 레미, 메이, 대만 출신의 린린을 내세워 글로벌 시장 진출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체리블렛은 지난 21일 데뷔 기념 공연을 가지면서 "AOA 선배님들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활동하겠다"는 각오를 밝혀 AOA의 적통자임을 자청했다. 빌보드가 선정한 2019년 기대되는 신인 가수 중 하나로 꼽힌만큼 다채로운 활동이 기대된다.

▲ 마마무 소속사 RBW의 비밀병기 '원어스'
원어스

원어스

마마무를 배출한 RBW가 이번에는 남자 아이돌 그룹을 선보인다. 바로 원어스가 그 주인공이다. 가요계에서 독보적인 매력을 가진 '마마무의 동생 그룹'이라는 평가와 더불어 RBW의 첫 보이그룹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원어스는 데뷔 전부터 가요계 안팎 기대가 크다.

원어스는 마마무의 DNA를 물려받은 만큼 탄탄한 가창력을 기본적으로 갖췄다. 또한 멤버 모두 작사와 작곡, 안무 등 퍼포먼스 재주를 지녔다. 또한 멤버 가운데 서호, 건희, 환웅은 엠넷 '프로듀스 101' 시즌2로 얼굴을 알려 이미 대중들에게 익숙하다.

특히 건희는 보컬 평가 1위를 차지하며 실력을 인정받았고 환웅은 서울공연예술고 3년 내내 댄스 실기 부문에서 1등을 차지했다. 덕분에 '완성형 아이돌'이라는 말도 들리는 상황이다.

원어스라는 그룹명은 '팬 한 명 한 명의 힘이 모여 만들어진 우리'라는 뜻으로 "평범한 우리가 모여 하나의 세상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혀 올해가 기대되는 그룹이다.

▲ 걸그룹인줄 알았지? '베리베리'
베리베리

베리베리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에서 처음 베리베리를 론칭한다고 했을 때 대다수 사람들이 걸그룹 론칭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베리베리는 빅스의 동생그룹으로 반전 매력을 선사한다. '진실된 모습'이라는 그룹명의 의미와는 별개로 '다양한'(Various), '에너지 넘치는'(Energetic), '진짜'(Real), '혁신'(Innovation)의 앞 글자를 따서 팀 이름을 조합했다. 그런만큼 이전 아이돌과는 색다른 모습을 추구한다.

특히 베리베리는 음악, 퍼포먼스, 비주얼뿐만 아니라 영상을 다루는 창의적인 멤버로 구성해 '크리에이티브돌'을 표방했으며 멤버들이 직접 영상을 찍고 편집까지 하는 등 '영상편집돌'이라는 재밌는 수식어로 불리기도 했다.

베리베리는 창조적이고 자유분방한 이미지로 승부를 걸고 있으며 데뷔곡 '불러줘' 퍼포먼스도 세계적인 댄스팀 저스트 절크 소속 J-HO와 베리베리 멤버들이 합작해 잠재력에 더욱 시선이 쏠린다.

위에 언급했듯 1월부터 신인 그룹들이 쏟아지고 있는만큼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통점은 모두 각 기획사를 대표하는 선배 아이돌의 후광을 등에 업고 '동생 그룹'이라는 타이틀로 나왔다는 점이다.

'동생 그룹' 수식어는 양날의 검처럼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수반한다. 선배 그룹의 정통성을 이어받으면서 팬덤을 고스란이 물려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잘해도 본전에 그칠 수도 있다. 기대가 워낙 높기 때문이다.

음악 팬들은 다양한 아이돌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행복한 응원을 보내고 있다. 올해 신인상 트로피를 누가 받을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된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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