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관객 506만 명을 모아 투자배급사 측 수익률이 70%에 달한 ‘독전’.
지난해 관객 506만 명을 모아 투자배급사 측 수익률이 70%에 달한 ‘독전’.
지난해 한국영화 시장에서 총제작비 100억원 이상 대작 영화의 수익률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계 ‘대마불사’ 신화가 사실상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한국경제신문이 지난해 영화 투자 및 배급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총제작비 100억원 이상인 영화는 ‘흥부’ ‘조선명탐정’ ‘염력’ ‘골든슬럼버’ ‘7년의 밤’ ‘독전’ ‘인랑’ ‘신과함께2’ ‘공작’ ‘물괴’ ‘안시성’ ‘명당’ ‘창궐’ ‘PMC 더 벙커’ ‘스윙키즈’ ‘마약왕’ ‘협상’ 등 총 17편이었다. 2017년 12편보다 5편 늘었다.

이들 작품의 수익을 잠정 평가한 투자배급사들에 따르면 극장과 주문형비디오(VOD) 등 부가판권 수익을 합쳐 손익분기점을 넘긴(이익을 거둔) 작품은 ‘독전’ ‘신과함께2’ ‘공작’ ‘안시성’ 등 단 4편으로 나타났다. 편수 기준으로 따졌을 때 흥행에 성공할 확률이 23.5%에 불과했다. 2015~2017년 3년간 100억원 이상 대작 중 흑자를 낸 작품이 50%를 넘었던 것에 비하면 저조한 성적이다.

가장 많은 이익을 거둔 영화는 ‘신과함께2’로 집계됐다. 2017년 말 개봉한 1편과 작년 8월 개봉한 2편을 묶어 계산한 결과 이 영화는 총관객 2668만 명, 티켓 매출 2183억원을 기록했다. 티켓 매출의 절반 정도를 극장 몫으로 제한 뒤 총제작비(430억원), 부가세, 영화발전기금, 배급수수료 등을 뺀 투자배급사 측 상영 순수익과 VOD 순수익은 총 470억원으로 추산됐다. 총제작비 대비 순수익의 비율이 110% 정도다. VOD 수익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독전’이 의외로 큰 수익을 거뒀다. 총제작비 110억원인 이 작품은 관객 506만 명, 티켓 매출 435억원을 기록했다. 극장과 VOD 매출 등을 합쳐 수익률이 70%에 달했다. ‘안시성’과 ‘공작’은 극장과 부가판권 수익을 합쳐 5% 미만 흑자를 거뒀다.

최근 수년간 100억원 이상 대작의 흥행 확률이 높았다는 점에서 생겨난 대마불사란 용어가 지난해 시장에는 전혀 들어맞지 않았다. 특히 성수기인 겨울 시장에 나온 3편의 대작 ‘스윙키즈’ ‘PMC’ ‘마약왕’은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흥행 부진은 완성도에서 다소 미흡했던 대작이 한꺼번에 너무 많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그간 대작 흥행 공식이던 ‘유명 감독’ ‘40대 남자 주연’ ‘정의를 위해 악인들과 싸우는 남성 이야기’ ‘성공을 향한 남자의 치열한 욕망’ 등의 키워드가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비해 지난해 ‘완벽한 타인’ ‘암수살인’ ‘국가부도의 날’ ‘그것만이 내 세상’ ‘마녀’ ‘탐정: 리턴즈’ 등 100억원 미만의 중급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다. 개성있는 소재,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력으로 승부한 결과다.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흥행에는 영화의 규모보다 스토리 등 기본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