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신동엽/ 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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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방송사 ‘연예대상’ 시상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는 이영자, 박나래, 송은이 등 여성 예능인들이 크게 활약해 이들의 수상 가능성이 점쳐진다. ‘대상’ 단골 수장자인 ‘국민 MC’ 유재석을 비롯해 김병만, 전현무, 김구라, 신동엽 등도 어김없이 수상 후보로 거론된다.

이들 가운데 신동엽은 유난히 ‘대상’ 복이 없는 사람이다. 만인이 ‘예능신’이라고 인정해 ‘동엽신(神)’으로 불리는데도 시상식에선 트로피 대신 진행 마이크를 더 많이 잡았다. ‘시상식의 사나이’라고 불릴 정도로 매년 방송 3사 ‘연예대상’ ‘연기대상’ ‘가요대상’ 등의 시상식 진행을 도맡았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6년 동안 KBS ‘연예대상’ MC로 활약하기도 했다. 올해도 지난 4월 ‘백상예술대상’에서 수지, 박보검 등과 MC를 맡았고, 오는 31일 열리는 SBS ‘연기대상’에서는 지난해 이보영에 이어 신혜선과 함께 진행자로 나선다.

오랫동안 활동하며 ‘최고의 개그맨’ ‘최고의 MC’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대상은 3번밖에 받지 못했다. 2002년 ‘해피투게더-쟁반노래방’을 히트시킨 그는 신설된 K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2012년에는 ‘안녕하세요’ ‘불후의 명곡’ 등을 견인하며 10년 만에 대상을 받았다. 2016년, 데뷔 25년 만에 고향인 SBS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SBS에서 2년 연속 대상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트로피는 ‘미운우리새끼’의 어머니들에게 돌아갔다.

대상 세 번이 적으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와 쌍벽을 이루는 유재석과 비교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신동엽과 같은 해인 1991년 데뷔한 유재석은 MBC에서 6번(2006, 2007, 2009, 2010, 2014, 2016년), SBS에서 5번(2008, 2009, 2011, 2012, 2015년), KBS에서 2번(2005, 2014년) 등 모두 13차례나 대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후배인 강호동도 KBS 2회(2008, 2009년), SBS 2회(2007, 2010년), MBC 1회(2008년) 등 모두 다섯 번 대상을 받았다.

올해는 어떨까. 시청률로 봤을 때 신동엽이 맡은 프로그램은 대부분 성적이 좋다. ‘미운우리새끼’는 평균 시청률 20%, ‘동물농장’과 ‘불후의 명곡’은 10%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안녕하세요’는 5%대로 비교적 낮지만, 8년 동안 방송된 장수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동물농장’ ‘안녕하세요’ 등의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이끌어온 노고도 무시할 수 없다.

신동엽/ 사진=텐아시아DB
신동엽/ 사진=텐아시아DB
신동엽은 1991년 SBS 특채 1기로 데뷔해 무명생활 없이 승승장구했다. 1990년대에 ‘연예대상’ 시상식이 있었다면 몇 차례 대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그의 활약은 대단했다. SBS ‘토요일 7시, 웃으면 좋아요’의 ‘레일맨’을 통해 “안녕하시렵니까”라는 유행어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신동엽은 ‘기쁜 우리 토요일’을 비롯한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영자와 찰떡호흡을 자랑하며 사랑받았다.

서울예대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연기력도 남달랐다. 꽁트 형식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배우 못지 않은 연기로 재미를 안겼고, MBC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에서 주인공을 맡아 인기를 견인했다. 올해는 tvN 금요드라마 ‘빅 포레스트’를 통해 정극 연기도 선보였다.

신동엽은 방송에서 뻔뻔하고 능청스럽다. 상대방을 기분 나쁘지 않게 디스하는 재주까지 가졌다.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보여온 이미지다. 밉상으로 낙인되지 않았고, 오히려 그의 전매특허가 됐다.

방송용과 비방송용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19금 개그를 던지는 능력도 탁월하다. SBS ‘헤이 헤이 헤이’, tvN ‘SNL 코리아’, JTBC ‘마녀사냥’ 등에서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자칫 선정적일 수 있는 이야기나 행동을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포장해 선을 넘지 않는다.

그렇다고 꽃길만 걸은 것도 아니었다. 한때 사회적인 물의를 빚기도 했고, 사업에 실패해 경제적인 어려움도 겪었다. 어렵사리 방송에 복귀했지만 ‘무한도전’ ‘1박2일’ 등 리얼 버라이어티에 적응하지 못해 부진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방송 환경이 변하고 콘텐츠가 다양해지면서 신동엽은 재기했다. 이전보다 개방된 방송 환경에서 뻔뻔하고 능청스러운 19금 개그를 보다 자유롭게 구사했다. 한때 ‘다작의 왕’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한결 더 성숙해졌다.

상대적으로 야외 버라이어티에선 다소 부진하지만 스튜디오에서 만큼은 그 누구보다 뛰어난 예능인이다. 일관된 이미지에 타고난 센스, 어려움을 겪으면서 터득한 경험이 그를 최고의 예능인으로 만들었다. 그가 매년 ‘연예대상’에서 수상이 유력한 대상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다.

신동엽은 2016년 S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후 “SBS 개국과 동시에 데뷔했는데 25년 만에 처음 상을 받는다”며 “연말 시상식 때 MC 자리가 익숙하고 편하다. 친구, 동생, 형들이 대상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왔다”며 “매년 사회를 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상을 받으니까 저 자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여기가 좋다”고 말했다.

‘예능신’ 신동엽이 올 연말에도 또 한 번 대상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을까.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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