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없는리뷰] ‘성난황소’, 감질나는 액션에 입맛만 다시다

[김영재 기자] 11월22일 ‘성난황소’가 개봉했다. 개봉 후 첫 주말 맞이. 이번 주말 극장을 찾을 관객들의 선택으로 ‘성난황소’는? 결말 ‘스포’는 없다.

★★☆☆☆(2.5/5)

동철(마동석)의 삶은 전쟁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폭풍이 지나간 자리엔 고요가 찾아온다. “난 요즘 오빠가 이렇게 조용히 지내주는 게 너무 고맙고 좋아.” 아내 지수(송지효)의 하루는 이틀 같다. 고깃집 종업원부터 간병인까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르다.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두 사람의 목표는 “지금 있는 빚”을 갚는 것. 상황 타파를 위한 동철의 도박에도 불구, 지수는 너른 마음으로 남편의 책(責)을 눈감아준다.

하지만 납치범 기태(김성오)의 등장은 그들의 행복을 산산이 부순다. “거서 맨날 떠들어봐야 답 없어. 니 마누라 내가 모셔왔는데 나랑 쇼부를 쳐야지.” 동철에게 “몸값”을 주며 아내를 팔라고 종용하는 기태. 게다가 “부녀자 매매법” 운운하는 경찰의 수사는 계속 답보에 머무른다. 동철이 소매를 걷어붙인다. 황소의 삶에 풍랑이 몰아친다.

영화 ‘성난황소(감독 김민호)’에는 배우 마동석이 있다. 물론 마동석만 있는 건 아니다. 송지효, 김성오 등 다른 배우도 제 몫을 해낸다. 그럼에도, 마동석도 있는 ‘부산행’ ‘범죄도시’와 다르게 ‘성난황소’는 마동석이 제일 돋보이는 영화다.

문제는 없다. ‘느낌 오지? 잘못 건드린 거’ 등의 홍보 문구가 강조하는 바는 단 하나. 마동석의 맨주먹 액션이다. 더불어 관객이 액션 영화에 기대하는 것 역시 주인공의 호쾌한 주먹질 따위다. 작품의 강점과 관객의 요구가 한 점에서 만난다는 점 또한 호쾌하다.

마동석의 영화는 힘이 정의를 실천한다는 점에서 할리우드 슈퍼 히어로 영화와 유사하다. 소위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허튼소리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성난황소’ 또한 슈퍼 히어로에 가까운 동철이 등장하는 영화다. 수산 시장서 유통업에 종사하는 동철. 그 앞에 불의가 등장한다. 허나 동철은 움직이지 않는다. 대신 동료 춘식만이 “저런 새끼 진짜 옛날에 우리한테 한번 확 걸렸어야 되는데”란 말로 전사를 추측케 한다. 사람이 좋은 탓에 사기를 많이 당한 동철에겐 “빚”이란 작은 고난이 있다. 더불어 배우자는 길에서 만난 깡패도 눈독을 들이는 “예쁘신 사모님”이다. 그런 동철이 아내가 납치당한 후 제대로 각성한다. 슈퍼 히어로의 각성이고 액션의 시작이다.

허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처럼 ‘성난황소’의 액션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이 없다. 마동석이 등장하는 액션 신은 총 여섯 장면. 그중 마동석만 해낼 수 있는 액션은 총 2개뿐이다. 각성 후 동철이 처음으로 주먹을 쓰는 순간, 아내 지수의 탈환을 앞두고 거구와 힘 대(對) 힘으로 붙는 순간만이 눈여겨볼 만하다.

마동석의 영화다. ‘부산행’ 일련의 좀비 퇴치 신, ‘범죄도시’ 화장실 혈투 신 같은 시그니처 신이 필요하나, ‘성난황소’엔 그 강렬한 하나가 없다. 매 영화마다 명장면을 부탁하는 건 염치없는 일이다. 그러나 액션 영화는 몸과 몸의 대화가 주다. 다른 건 부수다.

마동석은 ‘성난황소’에 관해 “오락 액션 영화”라고 강조했다. 그 ‘오락’ 때문에 호쾌히 만난 영화와 관객은 점차 어긋나기 시작한다. 배우 김민재와 박지환은 각각 곰사장 역과 춘식 역으로 ‘성난황소’에 웃음을 보탠다. 도입부엔 반가운 카메오도 출연한다. 그러나 감초로 사용돼야 할 코미디가 액션 못지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문제다.

‘오락 액션 영화’에서 오락은 액션의 윤활유다. 물론 약 2시간여 러닝 타임 내내 액션만 보여줄 순 없다. 그리고 8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관객이 총 13번의 웃음을 터뜨린 걸 보면 그 시도는 성공적인 듯하다. 그러나 웃음이라고 다 같은 웃음은 아니다. 오직 웃음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대사, ‘개그콘서트’에서나 볼 법한 분장 등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게다가 ‘성난황소’를 관통하는 건 황소 마동석이 아니라 동철이 저지른 책(責)이다. 결국 관객 기억에 남는 건 땅 위의 황소보다 바다에 사는 무엇이다. 이에 비추어볼 때 ‘성난황소’는 코미디가 더 두드러진 액션 영화다. ‘성난황소’는 일종의 우화다. 착하게 살면 아내도 되찾고 부도 거머쥔다는 우화. 교훈 주는 우화에 마동석 액션이 곁들여진 셈이다.

납치극 중 제일 유명한 영화는 뤽 베송 감독이 제작과 각본을 맡은 ‘테이큰’이다. 아빠 브라이언 밀스는 딸을 납치한 범인에게 “네가 누군지 모른다. 뭘 원하는지도 모른다”며, “지금 딸을 놔준다면 여기서 끝내겠다. 너흴 찾지 않을 것이다. 허나 아니라면 너흴 찾을 것이다. 찾아내서 죽여 버릴 것”이라고 한다. 아빠가 폭주 기관차처럼 달리기 시작한 이상 코미디는 없다. 범인과의 게임도 없다. 주인공의 시선은 오직 범인만을 향한다.

그러나 ‘성난황소’에는 뭐가 참 많다. 몸값도 받아야 하고, 정보책도 만나야 하고, 피해자도 만나야 하고, 경찰서도 가야 한다. 관객도 웃겨야 한다. 물론 개중에는 극 전개에 당연히 필요한 과정도 있다. 그러나 배배 꼰 감이 강하다.

“액션 영화는 예상을 빗나가는 디테일, 장면 전환, 새로운 액션 등에서 새로움을 추구해야 합니다.” 기획까지 참여한 마동석의 액션관(觀)이다. 하지만 ‘성난황소’는 남편에게 아내 몸값을 주는 납치범이란 설정부터 납치극의 전형을 과도히 꺾은 영화다. 관객에게 납치범을 이해시킬수록 액션만 돋보여야 하는 영화는 삼분지계의 늪에 빠진다.

‘부산행’ ‘범죄도시’를 잇는 마동석의 액션 신작은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다.

(사진제공: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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