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설희/사진=변성현 기자
배우 윤설희/사진=변성현 기자
윤설희. 이 이름이 낯설다면 2009년 한국 연예계를 발칵 뒤집었던 마약 사건은 어떤가.

윤설희는 당시 배우 주지훈, 예학영 등과 함께 마약 투여 혐의로 적발됐고, '마약 공급책'이란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다른 연예인들과 달리 혼자만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2012년 4월 출소했고, 2014년 영화 '먹이사슬'로 복귀했지만 2015년 이후 영화, 드라마에서 만나보기 힘들었다.

배우 활동에 기지개를 펴고 있는 윤설희를 만났다. 죗값을 받고 사회로 돌아온 지 6년, 하지만 '마약'이란 주홍글씨로 여전히 윤설희는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럼에도 환한 미소를 잃지 않으며 "당연한 벌을 받고 있는 것"이라면서 단단한 내공을 드러냈다.

힘든 시간을 보내왔지만 "한 번도 연기자가 아닌 다른 일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서 "할머니가 되더라도 할머니 역을 하면서 연기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한 달 전부터 아프리카TV 방송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화, 목, 토요일에 3시간에서 5시간 정도 고정적으로 방송을 하고 비정기적으로 제 몸 상태와 스케줄에 따라 야외 방송도 진행하고 있다. 아직 초반이라 사람들이 많진 않지만, 다른 신입 BJ들보다는 빠르게 구독자 수가 늘어나고 있는 편이라고 하더라. 솔직하게 말하고, 대화할 수 있어서 재밌고 즐겁다. 저와 잘 맞는 거 같다.
윤설희/사진=윤설희 아프리카TV 방송 화면 캡처
윤설희/사진=윤설희 아프리카TV 방송 화면 캡처
▲ 방송하는 모습을 보니 표정이 굉장히 밝아보인다.

성격이 더 밝아진 것 같다. 워낙 말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연기를 하면 그 캐릭터로 보여지는 건데, 방송에서는 그냥 윤설희를 보여줄 수 있어서 더 좋은 거 같다. 방송을 하다 보니 더 욕심이 나서 다른 유명 BJ들의 방송도 시간 날 때마다 보면서 모니터 하고, 장점을 흡수하려 한다. 지금은 고민상담 형식인데, 폴댄스나 밸리댄스 등을 배워서 저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보고 싶다.

▲ 인터넷 방송은 왜 시작하게 된 건가. 혹시 돈 때문인가.

절대 아니다. 돈 때문이었다면 매일매일 방송하면서 선정적으로 운영했을 거다. 연기를 하고 싶었는데, 영화를 위한 베드신이 아니라 베드신을 위한 영화들만 자꾸 섭외 요청이 왔다. 성적인 매력을 어필하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그런데 너무 내용이 과하다 보니, 어떨 땐 작품을 가져온 감독님께 화를 낸 적도 있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순 없으니 BJ를 생각하게 됐다.

▲ 배우로 캐스팅되면 BJ 활동을 안 하는 건가.

짧게, 대충할 생각이었다면 시작도 안했다. 전 10년 이상 방송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인터넷 방송에는 감옥에서 출소하고 영화에 출연할 때부터 관심은 있었다. 그땐 기회가 없었고, 그 이후엔 회사에서 수익적인 부분때문에 반대했다. 그래도 전 솔직한 제 모습, 노출이나 선정적인 모습이 아닌 저의 실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해보고 싶었다. 작품에 출연할 수 있게 된 뒤에도 24시간 촬영만 하는 건 아니니까 계속 방송을 진행하고 싶다. 일주일 3번 고정방송일은 지키고 싶다.

▲ 인터넷 방송을 하다 보면 욕설이나 원색적인 비난도 올라오지 않나.

이젠 욕먹는 건 익숙하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 처음에 시작했을 때부터 각오했다. 그동안 단련이 잘 돼 있다.(웃음)
배우 윤설희/사진=변성현 기자
배우 윤설희/사진=변성현 기자
▲ 함께 검거된 사람 중에 가장 큰 벌을 받았다. 억울한 감정이 들수도 있을 거 같은데.

이젠 억울하지 않다. 어릴 때, 마음이 성숙하지 못했을 땐 '내가 살인을 했나, 도둑질을 했나. 왜 감옥에 가야 하나'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심지어 제가 검거됐을 땐, 제가 자력으로 마약을 끊으려고 했던 때였다. 그런데 중국에서 그런 일을 저질렀다면 총살이라고 하더라. 그 얘길 들으니 큰 죄라 게 인지가 됐다. 지금은 제가 잘못한 게 맞고, 그래서 벌을 받은 거라고 생각한다.

▲ 마약 투약 뿐 아니라 마약 '운송책'이라는 혐의까지 받았다.

같이 놀던 친구들끼리 마약을 하는데, 한국에서 안 파는 거니까 다른 나라에 갈 때마다 사오는 거다. 저도 해외 나가는 친구들에게 부탁하고, 친구들도 제가 해외에 나가니 부탁하고. 이게 '운송책'이라는 것도 몰랐다.

▲ 교도소 생활은 어땠나.

거기도 하나의 사회더라. 갇혀 있는 게 힘든 게 아니라 그 안의 사회에서 적응해가는 게 형벌이었다. 처음엔 괴롭힘도 당했다. 설거지를 하는데 일부러 물을 저한테 튀기기도 하고, 잘 때 발길질을 하고. 한 방에서 9명이 같이 지냈는데, 엄마처럼, 언니처럼 익숙해져야 했다. 그래서 친구들이 면회오는 것도 싫었다. 저는 죄수복인데 그냥 티 하나만 입었는데도 그렇게 예뻐 보이더라. 한 번 면회를 하면 한 달은 마음이 붕 떠 있어서 나중엔 오지 말라고 했다. 엄마만 자주 오셨다.

▲ 마약 혐의가 알려진 후 어머니도 놀라셨겠다.

제가 정말 철이 없었던 게, 저는 경찰서에서 하루 조사받고 바로 집으로 가는 줄 알았다. 그래서 집에 말도 안 했다. 엄마가 뉴스를 보고 뒤늦게 제 소식을 알게 됐고, 변호사도 뒤늦게 선임했다. 아빠는 제가 4살 때 돌아가시고 엄마가 언니와 남동생, 그리고 저를 키워주셨다. 감옥에 있을 때도 일주일에 한 번씩 와주셨다.

▲ 출소 후에도 바로 복귀한 건 아니다. 공백이 있었던 이유가 있을까.

나와서도 1년 동안 힘들었다. 맨날 모자 쓰고, 마스크 끼고 다녔다. 수면제 없인 잠들지 못했다. 그러다가 생각을 달리 먹게 됐다. 그때 성격도 변했다.

▲ 마약을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전 성숙한 지금의 제 모습이 좋다. 그때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전 계속 그렇게 노는데 정신 팔려 제대로 살지 못했을 거 같다. 그땐 내일이 없었다. 연기도 재밌었지만, 노는 것도 좋았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좋아서 남자친구도 안 만들고, 캐스팅 미팅에도 안 갔다. 촬영을 펑크 낸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행동을 그땐 했었다.

▲ '연기를 포기해야겠다', '다른 길을 찾자' 이런 마음은 안 들었나.

전혀. 연기는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몸을 쓰는 일이다 보니 체력적으로도 힘들다. 그래도 결과물이 나오면 뿌듯하고, 행복하다. 중학교 2학년 때 잡지 모델로 길거리 캐스팅이 된 후 연기를 시작하게 됐는데,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연기는 재밌다.
윤설희/사진=변성현 기자
윤설희/사진=변성현 기자
▲ 그럼에도 힘든 시간을 잘 견뎌냈다.

제가 의지가 강하다.(웃음) 운동을 좋아해서 매일 헬스를 3시간 이상씩 한다. 그리고 반려견 '만세'와 산책도 다니고. 이렇게 가만히 앉아있는 게 저는 힘들다. 계속 움직이는 게 좋다.

▲ 어떤 작품을 하고 싶나.

엄청 나쁜 역할? 표독스러운 악역을 해보고 싶다. 솔직히 지금은 작은 역할이라도 작품 속에서 연기하고 싶다. 결혼도, 연애도 생각이 없다. BJ도 이제 막 시작했으니 최고 위치까지 오르는 게 목표고, 아직은 일이 중요하다.

▲ 오랜만에 인터뷰다 . 그동안 하고 싶었는데 못한 말이 있을까.

"내가 말한 게 아니다"라는 걸 꼭 얘기하고 싶었다. 출소 되고 나서야 그때의 기사를 다시 보게됐다. 마약을 하고, 잘못한 것도 맞는데 제가 다른 친구들의 이름을 말해서 걸린 것처럼 알려졌더라. 저는 누굴 말한 적이 없다. 그 부분은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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