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성난황소’에서 납치된 아내를 구하기 위해 돌진하는 동철 역으로 열연한 배우 마동석.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성난황소’에서 납치된 아내를 구하기 위해 돌진하는 동철 역으로 열연한 배우 마동석. /사진제공=쇼박스
“그런 얘길 들은 적이 있어요. 어떤 감독님이 배우에게 대본을 주면서 ‘액션영화인데 한 번 해볼래?’라고 제안하자 배우가 어떤 스토리냐고 물었대요. ‘아니, 이건 액션영화라고…’ 그 감독님은 이렇게 답했다더라고요. 저는 액션에 걸맞은 스토리와 캐릭터가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마동석은 액션영화에서 액션뿐만 아니라 촘촘히 쌓아가는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최근 ‘신과함께’ 시리즈에 이어 ‘원더풀 고스트’ ‘동네사람들’ 등을 연이어 선보였다. 작품마다 자신의 장점인 ‘마동석 표 액션’을 보여줬다. 그 특징은 맨주먹으로 강한 타격감과 통쾌함을 선사한다는 것. 오는 22일 개봉하는 영화 ‘성난황소’에서도 장점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마동석은 ‘캐릭터와 스토리에 걸맞은 액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작품마다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 했다. ‘같은 이미지 소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염두에 둔 것. 그는 “‘동네사람들’ ‘원더풀 고스트’는 찍은 지 2~3년 됐는데 최근 개봉했다. ‘성난황소’는 대본을 받은지는 5~6년 됐는데 올해 찍자마자 나오게 돼서 좀 당황스럽다”며 덤덤히 말을 이어갔다.

“예전에 작은 역할들을 많이 하던 때는 여러 가지 메뉴를 보여드렸다고 할 수 있는 거죠. 어느 순간 제가 잘하는 메뉴를 연이어 선보이게 된 겁니다. 그 메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액션 장르고, 저는 그걸 더 발전시켜서 보여드리고 싶은 거고요. 예를 들면 분식집을 하다가 돈가스를 전문적으로 하게 된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어차피 제게도 ‘마동석화(化)한 캐릭터’로 맞춰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독님이나 제작자가 원한다면 거기에 충실해야죠.”

영화 ‘성난황소’의 한 장면.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성난황소’의 한 장면. /사진제공=쇼박스
마동석이 연기한 동철은 납치당한 아내를 구하기 위해 나선다. 덩치는 크지만 아내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된다. 아내밖에 모르는 순정남이다. 마동석은 이번 영화에서 “아내가 납치당하면서 단계적으로 변하는 동철의 모습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아내가 납치당한 후 동철은 바로 분노를 터뜨리지 않죠. 세 단계로 그의 변화를 나눌 수 있어요. 평범한 소시민 동철은 처음 경찰에 신고한 후 애타게 그들의 도움을 기다립니다. 그 후 말이 없어지고 표정이 굳어갑니다. 마지막에는 동철의 분노가 오직 주먹으로만 드러나죠. 오락 액션 영화이니 너무 처절하게 눈물을 흘리는 것도 안 되겠다 생각했죠.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는 적정선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마동석은 콘텐츠 제작회사 ‘팀 고릴라’의 대표를 맡고 있다. 작가와 감독들이 아이디어를 끌어내고 시나리오를 쓰면, 마동석은 이들이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성난황소’도 팀 고릴라가 공동제작했다. 마동석은 “행인7부터 영화를 시작했다”며 영화에 참여할 기회를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도 몰랐던 당시를 떠올렸다. 이번 영화를 연출한 김민호 감독이 생계로 인해 포기하려던 순간에도 마동석은 그를 격려하고 이끌었다. ‘원더풀 고스트’ ‘동네사람들’도 저예산 영화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있었다. 두 편의 영화에도 팀 고릴라의 일원이 참여했다.

“척추가 부러져 병원에 누워있을 때 제 대소변을 받아주면서 일어날 수 있다고 용기를 줬던 사람들입니다. 저도 대단한 사람이 아니지만 운 좋게 출연한 영화들이 잘 돼서 기회를 더 많이 잡을 수 있게 된 것이죠. 함께 영화를 하는 사람으로서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배우로서 커리어도 중요하지만 주변을 지켜줬던 사람들도 중요했습니다.”

맨주먹 액션만큼 마동석은 신의도 묵직한 사람이었다. 그는 “연출할 욕심은 없다. 다만 ‘재료’를 함께 던져줄 수 있는 기획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마동석은 “액션은 오히려 에너지를 솟아나게 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쇼박스
마동석은 “액션은 오히려 에너지를 솟아나게 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쇼박스
마동석은 지난달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세계적인 영화 제작자 제이슨 블룸에게 “아시아의 드웨인 존슨”이라고 칭찬 받았다. 할리우드 진출 계획에 대해 묻자 그는 “한국어로 된 한국영화가 외국 박스오피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나의 꿈”이라며 “제가 부족하니 다른 분께서 제 꿈을 이뤄주셔도 기쁠 것 같다. (다른 영화를 하는) 중간에 (할리우드영화에) 출연할 타이밍이 있다면 할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이야기했다. 구체적으로 논의된 작품의 여부에 대해서는 “들어온 작품이 있는데 거절한 게 있다. 연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충분히 노력하면 또 기회가 올 거라 여긴다”며 “현재 이야기 중인 작품은 있지만 할 수 있을지 말지는 알 수 없다”고 귀띔했다. 한국영화가 절대적으로 우선이냐고 묻자 “그렇긴 한데 너무 선을 긋지는 말아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 영화 제작자는 마동석에게 이렇게 말했단다. “네가 액션영화의 길을 가겠다는 것에 찬성하지만 캐릭터에 한계가 있으니 대중들이 느낄 피로감도 안고 가야 할 거야”라고. 마동석은 “큰 변주는 어렵지만 조금씩 변주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 소비라는 비판에도, 몸을 다치면서도 그가 계속 액션에 도전하고 선보이는 이유를 무엇일까.

“소비라고 하지만 제겐 오히려 생산적인 일입니다. 연기는 진이 빠지고 뼈를 깎는 느낌인데, 액션영화와 그 안의 캐릭터를 만들어냈을 때 솟는 에너지가 있어요. 그 에너지 때문에 또 다른 걸 생산해낼 힘이 생깁니다. 성룡 선생님도 다치고 머리가 깨져도 또 액션을 하지 않습니까. 무모할 정도로 말입니다. 액션으로 생산해낸 자신의 에너지에 다시 힘을 받아 또 액션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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