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 작가 조앤 K 롤링의 오리지널 신작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해리 포터’ 작가 조앤 K 롤링의 오리지널 신작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할리우드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14일 개봉)는 소설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의 오리지널 신작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 5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다. 2016년 개봉한 첫 편은 국내에서 관객 467만 명을 모았다. 2편의 시대적 배경은 ‘해리 포터’보다 한 세대쯤 앞인 1920년대다. ‘해리 포터’에서 할아버지였던 덤블도어 교수의 중년 시절 얘기다.

전편에서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 분)의 활약으로 미국 마법부에 붙잡힌 ‘어둠의 마법사’ 그린델왈드(조니 뎁 분)가 감옥을 탈출해 추종자를 모으는 것으로 시작한다. 순혈마법사 세력을 규합해 혼혈 마법사나 노마지(일반인)들을 지배하려는 야심에서다. 덤블도어(주드 로 분) 교수는 제자였던 스캐맨더에게 그린델왈드와 맞서줄 것을 요청한다. 그러나 뉴욕에서 소동을 벌였다는 이유로 영국 마법부로부터 출국 정지를 당한 스캐맨더로서는 그 제안을 선뜻 받아들일 수 없다. 자신을 억압하는 사법당국도 그다지 정의로워 보이지 않는 까닭이다. 그 사이 마법사회는 분열되고 스캐맨더와 주변인들은 그린델왈드의 공격으로 위기에 처한다. 스캐맨더는 기이한 동물들을 위기 탈출 도구로 활용한다.

그러나 신비한 동물들의 활동상을 제거하고 나면 악당 볼드모트와 선한 마법사들이 싸웠던 ‘해리 포터’와 비슷한 구조를 지녔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는 볼드모트가 절대악의 모습이었지만, 그린델왈드는 선악의 정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는 자유로운 새 세상을 만들자고 추종자들을 규합한다. 그의 입은 자유와 정의를 부르짖지만 행동은 정반대다. 자신의 편에 서지 않는 사람들을 가차 없이 제거한다. 그린델왈드는 볼드모트보다 한층 현실적이면서도 위험한 악당이다. 그린델왈드의 두 눈동자가 짝짝이란 사실은 그의 이중성을 암시하는 장치다.

영화는 판타지 스릴러 형식을 취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정치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와 전체주의의 대결이다. 그린델왈드는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파시스트다. 상대편의 민주 세력들은 일관된 지향점 없이 사분오열돼 있다. 오러(마법부 관리)들도 여전히 믿기 어려운 족속처럼 보인다. 그러나 권력욕을 어떤 방식으로 실천하느냐에 선악이 확연히 구분된다. 오러들은 억압하더라도 법치주의란 잣대를 준수한다. 그린델왈드의 권력욕은 상대편의 목숨을 빼앗는 방식으로 드러난다. 스캐맨더에게 그린델왈드가 최악이라면 오러들은 차악(次惡)일 것이다. 그는 오러와 덤블도어 편에 서기로 결정한다.

머글(마법사) 세상 이야기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롤링이 부럽다. 현실을 직접 비추면 재미가 덜한 이 시대에 마법이란 눈요깃거리로 포장해 현실을 풍자함으로써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으니 말이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