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에이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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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에이핑크 멤버 손나은이 스크린에서 첫 주연을 맡았다. 한국 공포영화의 고전인 1986년 개봉작을 같은 제목으로 리메이크한 ‘여곡성’에서다. 의문의 죽음이 이어지는 한 양반집 저택에 천한 신분으로 발을 들인 옥분 역을 연기했다. 때 묻지 않은 조신한 여인에서 가문의 대를 이을 아이를 가진 이후 욕망이 들어찬 모습까지 변모하는 캐릭터를 표현했다. 손나은은 “아직 연기가 많이 부족해 가야 할 길이 멀다”며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했다.

“가수 활동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평소보다 메이크업도 약하게 했죠. 무대에서는 늘 예쁜 모습을 보여드렸지만 연기할 때만큼은 나를 내려놓고 최대한 작품에만 집중하려 했습니다. 사실 피 흘리는 분장을 더 세게 하고 싶었어요. 메이크업도 아예 하지 말까 생각했는데 스태프들이 말렸죠. 잡티 정도만 지웠어요. 하하.”

에이핑크 손나은 "가수지만 원래 배우 연습생 출신…항상 연기에 대한 갈증 있었죠"
손나은은 배우 연습생으로 시작했다가 우연한 계기로 걸그룹이 됐다. 2011년 에이핑크로 데뷔해 이듬해 SBS 드라마 ‘대풍수’에서 어린 해인 역을 맡아 연기에 처음 도전했다. 이후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2012년) ‘두 번째 스무 살’(2015년) 등에 조연으로 출연했고, 영화 ‘가문의 영광5’(2012년)에도 짧게 등장했다. 연기에 대한 갈증이 늘 있었지만 극의 중심에 선 건 ‘여곡성’이 처음이다.

“주연 자체가 큰 부담이지만 감사한 일이죠. 다양한 평가가 나올 거라고 예상합니다. 그걸 감안하고 시작했어요. 아쉬움은 많이 남지만 이번 작품을 계기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손나은은 가수가 본업인 데다 연기 경험이 많지 않다. 겉모습부터 내면 연기까지 부족한 것을 보완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한 이유다. ‘여곡성’에서 양반 가문의 안주인이자 손나은의 시어머니 신씨 부인을 연기한 배우 서영희는 손나은을 극찬했다. 그는 “정말 열심히 준비하는 배우다. 꼼꼼하고 철저하다”며 “그에 비해 나는 너무 룰루랄라 하지 않나 싶어 반성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손나은은 “촬영 현장에서 갑자기 상황이 바뀌는 일이 많았는데 그럴 때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했다”며 “유영선 감독님 말씀대로 ‘본능적인 연기’를 하는 서영희 선배에게 배우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배우 손나은의 미래가 기대되는 건 이런 까닭이다.

영화 ‘여곡성’의 한 장면.
영화 ‘여곡성’의 한 장면.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하고 싶을까. 그는 “액션 연기를 해보고 싶다”며 “아이돌이라고 해서 밝은 이미지만 떠올리는 분이 많은데 무겁고 어두운 캐릭터에도 도전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멜로 연기는 어떠냐고 묻자 “보는 건 좋아하지만 막상 사랑스럽고 오글거리는 장면을 연기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웃었다.

“어느덧 20대 중반이 됐어요. 이제 진짜 사랑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감정을 연기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동안은 (남자에게) 대시를 받으면 철벽을 쳤죠. 첫눈에 반해서 불타오르기보다 시간을 두고 오래 지켜보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러다 타이밍을 놓쳐 연애를 못했어요. 하하.”

아이돌 가수의 연기에 편견이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손나은은 의연했다. 그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얼마나 책임감을 갖고 진심을 다해 연기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모습이 관객에게도 그대로 전해진다”고 강조했다.

“관객 눈높이가 높아져 100% 다 만족시킬 순 없겠지만 최선을 다할 겁니다. 지금은 이런 배우, 저런 배우가 되겠다는 말보다 사랑받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랑’ 안에 많은 의미가 포함돼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노규민 한경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