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유청희 기자]
배우 허준호(왼쪽부터), 김혜수,  유아인, 조우진이 24일 오전 서울 신사동 CGV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국가부도의 날’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허준호(왼쪽부터), 김혜수, 유아인, 조우진이 24일 오전 서울 신사동 CGV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국가부도의 날’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이승현 기자 @lsh87
1997년 IMF 외환위기의 내상은 현재 진행 중이다. 하지만 당시의 막전막후를 소재로 한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다. 위기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하는 여러 군상의 모습을 다룬다. 특히 기존 IMF 서사와는 달리 여성 캐릭터가 위기를 구하기 위해 분투하는 경제전문가로 등장한다. 김혜수가 연기한다.

24일 오전 서울 압구정 CGV에서 ‘국가부도의 날’ 제작 보고회가 열렸다. 배우 김혜수, 유아인, 허준호, 조우진과 최국희 감독이 참석했다.

‘국가부도의 날’은 국가 부도까지 남은 시간 일주일,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그리고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 등IMF 위기 속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작품이다.

최 감독은 “1997년이 한국 현대사에서 큰 변곡점이 된다고 생각한다. 97년 IMF 협상은 지금까지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긴박함을 알리고 싶었다”며 “누군가는 위기를 막으려 하고 누군가는 거기에 베팅을 하려고 하고. 누군가는 가족과 회사를 지키려고 뛰어다닌다. 97년을 격정적으로 살았던 인물들을 그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 “97년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IMF 협상에서 위기로 가는 과정에 대한 팩트체크를 많이 했다. 고증을 위해 경제학자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강조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모두가 호황을 장담하던 때 국가 위기의 상황을 예측한 한시현역을 맡은 김혜수./ 이승현 기자 @lsh87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모두가 호황을 장담하던 때 국가 위기의 상황을 예측한 한시현역을 맡은 김혜수./ 이승현 기자 @lsh87
김혜수는 극 중 대다수가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이어갈 때 국가 부도의 위기를 가장 먼저 예견하고 대책을 세우려는 한국은행 통화정책 팀장 한시현을 연기한다. “한시현이라는 인물을 떠올렸을 때 ‘원칙’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며 “파란이 몰아쳤을 때 초지일관 원칙으로 움직이는 인물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꼭 경제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이런 인물이 그 시대에 좀 더 많았더라면 우리의 현재는 어땠을까 했다. 신념과 소신이 일치하는 인물이라는 점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김혜수는 ‘국가부도의 날’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고 피가 역류하는 기분이었다. 맥박수가 빨라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1997년 당시 성인이었는데, 나는 몰랐던 이야기였다. 우리 영화는 외환위기 당시 실제로 대책팀이 비공개로 운영됐다는 기사 한 줄에서 시작됐다. ‘이 영화는 반드시 만들어져야해’라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했다.

배우들과의 시너지도 강조했다. 그는 “한시현은 인물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내 의견을 관철시켜야하는 인물이다. 조우진과 부딪치는 장면이 많았다”며 “그의 모습에서 불꽃을 봤다. 드라마에서 그의 좋은 연기를 많이 봤지만, 실제로 목격하는 건 희귀한 경험이다. 조우진에게 고맙다”고 칭찬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재정부 차관 역을 맡은 배우 조우진./이승현 기자 @lsh87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재정부 차관 역을 맡은 배우 조우진./이승현 기자 @lsh87
조우진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새 판짜기를 시작하는 재정국 차관 역을 맡아 열연했다. 한시현과 사사건건 대립하며 IMF와의 협상을 추진하는 인물. 조우진은 “위기 상황에서야 사람들의 욕망이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그런 욕망이 분출되는 시나리오였다”며 “나 역시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거칠어지는 걸 느끼며 시나리오를 읽었다. 김혜수 선배의 열정에 신나게 테니스를 치는 기분으로 촬영했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한 긴장 상태가 촬영 내내 유지됐다“며 감사를 표했다.

유아인은 국가 부도의 위기를 오히려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베팅을 거는 ‘금융맨’ 윤정학을 연기한다. 그는 “기회주의적인 인물일 수 있지만, 유아인이라는 배우가 조금 더 인간적인 면을 드러내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준호는 국가 부도의 날, IMF의 직격탄을 받는 평범한 가장 갑수를 연기한다. 그는 “내가 가장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깜깜한 시절의 경험을 살리며 연기했다”고 밝혔다.

영화 ‘국가 부도의 날’에서  ‘금융맨’ 윤정학을 연기한 배우 유아인./ 이승현 기자 @lsh87
영화 ‘국가 부도의 날’에서 ‘금융맨’ 윤정학을 연기한 배우 유아인./ 이승현 기자 @lsh87
‘국가부도의 날’은 인물과 대사가 중요시된다. 최 감독은 “대사의 리듬이 중요해 여러 번의 리딩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김혜수는 “경제 용어가 어려웠다”면서도 “초반에 경제용어를 이해하려고 경제 수업도 들으며 체화되도록 노력했다. 무엇보다 용어를 처음 듣는 관객들에게 잘 전달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배우 뱅상 카셀이 IMF 총재로 합류한 점도 눈길을 끈다. 최 감독은 그의 출연이 너무 감사했다며 “현장에서도 감탄하면서 촬영했다. 추운 겨울 날 오셨는데 열정적이고 전문적으로 작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시한번 좋은 배우와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했다.

김혜수는 “‘국가부도의 날’은 위기 속에서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의 모습을 다룬다. 현재의 모습과도 다르지 않다”며 “살다보면 경제적으로 작고 큰 위기에 직면한다. 정직하게 이 위기에 대면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되어있는가에 대한 대답을 작업을 통해 얻었다”고 했다. 이어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에 국한된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고, 사회 전체의 문제로 환기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국가부도의 날’은 내달 28일 개봉 예정이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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