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현중이 '시간이 멈추는 그때'를 통해 4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사진=변성현 기자
배우 김현중이 '시간이 멈추는 그때'를 통해 4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사진=변성현 기자
김현중으로 시작해 김현중으로 끝났다. KBS W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수목드라마 ‘시간이 멈추는 그때’ 제작발표회 현장 분위기다.

김현중이 복귀작으로 점 찍은 이 드라마는 시간을 멈추는 능력자 문준우(김현중 분)가 아버지의 사망으로 건물을 물려받은 건물주 김선아(안지현 분)를 만나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판타지 로맨스 장르다. 100% 사전 제작인 이 작품은 방영 전부터 김현중의 이른 복귀가 아니냐는 무성한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이제 시험대 위에 놓였다.

◆ '사생활 논란' 김현중 "살면서 사람다운 모습으로 보답할 것"


전 여자친구와의 사생활 논란으로 4년 여간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랐던 김현중은 23일 진행된 ‘시간을 멈추는 그때’ 제작발표회에 용기를 내 참석해 그 동안의 고민과 활동 방향을 자신의 입으로 처음 밝혔다.

행사에 앞서 김현중은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해 마이크를 들었다. 그는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복귀작으로 이 드라마로 돌아오게 됐다. 솔직히 말씀 드려서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렸던 것 같다”면서 "어떤 말로도 많은 분들께 사죄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연기와 음악으로 보답한다는 말보다는 인생을 살아가며 사람다운 모습으로 보답하겠다"고 진심을 다해 사과했다.

2014년 김현중은 전 여자친구 A씨 폭행 혐의로 피소됐고, 이듬해 A씨는 김현중의 아이를 임신했다. 일부 매체는 두 사람이 재결합했다고 보도했으나 김현중은 "재결합은 아니다"라며 "친자라면 책임 지겠다"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김현중 측은 친자확인검사 결과 자신의 아들이 맞다는 점을 확인했지만 친자확인소송과 별개로 A씨는 임신 폭행 유산에 대한 16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김현중에게 제기했다.

김현중은 A씨를 무고, 공갈, 명예훼손 등으로 맞고소 했고 재판부는 A씨가 김현중의 명예를 훼손시킨 부분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가 김현중을 상대로 제기한 고소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며 해당 사건은 종결됐다. 제대 후 김현중은 팬미팅을 시작으로 복귀하려 했으나 2017년 3월 음주운전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몸을 움츠려야 했다.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김현중이 드라마 주인공으로 복귀한다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시각도 분명히 존재했다. 그는 “시청자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모르겠지만, 깊게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다는 생각을 했다. 캐릭터 문준우를 완성하기 위해 고민했다. 판단은 시청자의 몫"이라고 밝혔다.

그에겐 수 많은 매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 자리가 편하지는 않았을 터. 그만큼 각오도 남달랐다. 김현중은 “최대한 서슴없이 솔직하게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군 생활 도중 전 여자친구와 송사가 진행됐고, 제대 후에도 끊임 없이 논란이 제기된 자신의 상황에 대해 김현중은 직시하고 있었다.

그는 "군에 있는 2년은 굉장히 힘든 시기였다. 군인이란 신분이 원래도 힘들지만, 외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군인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게 가장 힘들었다. 도리어 군 생활을 통해 외부와 단절되니 저만의 시간을 쌓는데 주력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밖에 나가면 어떻게 내가 괜찮을 수 있을까란 생각을 많이 했다. 전역하고 나오니 다짐하고 나오는 세상과는 조금 달랐다. 아직 진행되는 많은 일들에 대해 현실을 받아들이려고 하니 많이 놀랐다. 외로웠던 시간을 보냈다. 밖에도 안 나가고 스스로 '실패한 삶일까’라고 자문하고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란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아들에 대한 질문을 받자 김현중은 조금 주저하면서 "솔직히 어디까지 말씀드려야지 모르겠다. 드라마 홍보 자리인데 이런 쪽으로 가게되어 여기 계신 선배님들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답은 피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씀드리겠다. 아직은 제가 아이를 볼 수 없는 입장이다. 기회가 있는 것도 아니다. 뭐가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제 위치에선 최선을 다하겠다고 생각이 든다. 그 아이를 위해. 어떤 말을 하든 그 아이에게 상처가 될수 있는 말이라 아끼고 싶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김현중이 용기를 낸 데에는 주변의 응원이 주효했다. 그는 “인교진 선배도 만나고, 좋은 소리를 많이 들었다. 보는 사람마다 '힘내라'는 말을 들으니 마음의 문을 열었다. 혼자 고민해서만은 해결 될 문제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다시 드라마, 음악을 시작해야겠다 생각했다. 요즘은 오늘 하루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 김현중 "해외 시장 공략? 시작의 단계"
'시간이 멈추는 그때' 김현중 안지현 /사진=변성현 기자
'시간이 멈추는 그때' 김현중 안지현 /사진=변성현 기자
연출을 맡은 곽봉철 감독은 "판타지 장르 속에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소하게 담아낸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시간을 멈추는 그때’는 시간을 멈추는 능력자 문준우(김현중)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간군상과 동양적인 신들의 모습이 펼쳐진다. 드라마판 ‘신과 함께’ 혹은 한류에 기여했던 명작 ‘별에서 온 그대’를 떠올리게 한다.

곽 감독은 해외 시장을 공략해 제작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특별히 고려하진 않았다. 워낙 한류가 대단하지 않나. 해외 시장을 돌아다녀봐도 한국적인 것들이 해외서도 가장 사랑 받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김현중은 “제가 활발히 활동하던 시절에는 서양적인 것으로 팬들이 유입되기도 했는데, 요즘은 가장 동양적인 것이 트렌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트렌디한 판타지 드라마를 복귀작으로 선택한 이유였다. 국내보다는 해외를 염두하고 만들었다는 평이 솔직히 많다. 방송사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KBS W라는 일반인에게 생소한 채널이지 않나. 그래서 그런 평가를 받는 것 같다. 이것 또한 시작의 단계인 것 같다. 저를 믿고 편성해주신 관계자께 감사드린다. 시작의 단계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 김현중만 남는 드라마 아냐…선입견 버리고 본다면
'시간이 멈추는 그때' 임하룡 인교진  안지현 김현중 주석태 /사진=변성현 기자
'시간이 멈추는 그때' 임하룡 인교진 안지현 김현중 주석태 /사진=변성현 기자
작품에는 주인공 김현중을 비롯해 데뷔 8년 만에 타이틀롤을 연기하게 된 배우 안지현도 눈에 띈다. 이외에도 신의 사자 역에 인교진, 장물아비 역에 임하룡, 신 역에 주석태가 보는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캐스팅에 대해서 곽 감독은 "캐릭터에 어울릴 캐릭터 순으로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무성했던 김현중을 캐스팅 한 이유로는 “비주얼로 잘 어울릴 사람을 찾았고 김현중이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다른 분도 그런 근거에 의해 한 분 한 분 캐스팅했다”라고 답했다.

임교진에 대해서는 "밝은 캐릭터인데, 새로운 캐릭터를 시도하는 걸 좋아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같이 만들어 가기로 했다"고 했고, 여주인공 안지현에 대해 "수많은 오디션을 통해 가장 잘 하는 사람을 뽑았다"고 말했다.

안지현은 2010년 KBS2 드라마 스페셜 ‘텍사스 안타’로 데뷔한 안지현은 이후 도쿄 TV '레인보우로즈', ‘당신이 잠든 사이’ ‘학교2013’ ‘비밀’ ‘조선총잡이’ ‘도깨비’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에 출연하며 착실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실력파다.

그는 첫 주연작 소감을 묻는 질문에 "솔직히 잠을 못 잤다”고 귀띔했다. 그는 “성당, 교회, 절도 가보고 할 수 있는 기도는 다 했다. 부담감도 많았다. 그런데 옆에서 너무 격려도 많이 해주셔서 현장에 긴장하고 가도 즐겨질 정도로 잘 해주신다. 즐겁게 촬영했다"고 감사의 인사를 했다.

인교진은 "모든 기억을 잃고 신의 하수인으로 특별한 능력을 가진 영혼을 소환하는 사자의 역할"이라며 "기억을 잃고 살아가기에 어둡고 고독한, 기존의 저와는 좀 다른 역할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기해 본 캐릭터가 아니라서 부담감도 있었지만 새로운 캐릭터를 하고자 하는 욕구도 있었다. 고민 되어 소이현에게 물어봤다. 늘 그렇듯 잘 할 수 있으니 해보라고 하더라.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임하룡은 "장물아비 역할을 맡았다. 왜 이름이 없냐고 물었더니 과거 '신'이었다고 하더라. 코미디 할 때 염라대왕 한 이후로 신은 처음이다. 김현중과 티격태격 하면서 열심히 촬영했다"고 언급했다.

주석태는 드라마에 대해 "판타지 로맨스를 가장한 사랑물"이라면서 "극중 신은 어머니 같다. 제 눈엔 보이지 않아도 어디서나 존재하는. 그래서 신을 어머니라 생각하고 롤모델 삼아 풀었다. 저희 어머니 다혈질이신데, 신을 보실 때 어머니를 롤 모델로 했구나 한번쯤 새겨보시면 재밌을것 같다"고 귀띔했다.

김현중과 호흡에 대해 주석태는 "촬영하는 2달 반 동안, 제가 아는 범주에서 김현중은 참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이다"라고 칭찬했다. 또 "극 중 같은 세계관이지만, 활동 범위가 틀려서 단 이틀을 만났다. 그 점이 되게 아쉽다. 내가 대립하는데 중간에서 다른 사람이 대신 대립해준다. '아 현중아' 하고 싶은데 아직 그렇다. 다음 작품에서 또 봤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마지막으로 김현중은 "시청자에게 이 드라마 하나로 연기적으로 어떻다라는 평가를 받기 기대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는 “이 드라마는 주연만을 위한 드라마가 아니고, 함께 빌라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어쩌면 팬들은 제 분량이 많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저는 이 드라마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연기는 ‘김현중이 같은 대사를 해도 마음 속에 있는 것을 하는구나’라고 시청자가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시간이멈추는 그때’는 오는 24일 밤 11시 첫 방송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영상=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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