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유청희 기자]
MBC ‘궁민남편’ 방송화면
MBC ‘궁민남편’ 방송화면
MBC ‘궁민남편’ 방송화면

중년 남성들의 예능, MBC ‘일밤’의 새 예능 ‘궁민남편’이 베일을 벗었다.

지난 21일 처음 방송된 ‘궁민남편’은 남편들의 일탈을 담는 프로그램이다. 누군가의 아빠, 남편으로 살기 위해 포기하는 게 많았던 가장들이 방송을 통해 평소 이루지 못한 로망을 하나씩 이뤄 나가는 모습을 담는다는 설명이다.

뚜껑을 연 첫 회는 예상처럼 남편·가장들의 입장을 조명하며 시작했다. 출연자인 차인표, 김용만, 권오중, 안정환의 아내가 뒤로 돌아 앉아 이들에게 “자신이 국민 남편 같은지” “휴일에 뭐 하는지” 등의 인터뷰를 했다. 남편들은 대부분 ‘휴일에 별로 할 게 없다’고 답했고 김용만은 “친구가 없다”고 말했다.
MBC ‘궁민남편’ 방송화면
MBC ‘궁민남편’ 방송화면
MBC ‘궁민남편’ 방송화면

첫 회에서는 ‘노는 걸 모르는 남편’ 차인표, 김용만의 ‘휴일 일상’을 중점적으로 보여줬다. 멤버들은 스튜디오에서 이들의 일상을 지켜봤다. 먼저 미국에 있는 가족들과 떨어져 살게 된 차인표는 바쁘게 하루를 시작했다.

공식적인 하루 일과가 끝난 차인표는 사무실로 돌아와서는 연기를 위한 발음 연습을 하고, 베트남어를 공부했다. “노안이 있다”며 안경을 바꿔 끼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다. 스웩을 느끼고 싶다며 에미넴의 영상을 보고 운동을 하러 가서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이런 차인표의 모습에 대해 멤버들은 ‘두서없이 산다’ ‘고독하다’ ‘표정이 어둡다’고 평했다. 앞서 차인표는 ‘운동 빼고는 딱히 취미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가족들과 있을 때는 시종일관 밝은 모습으로 가족들의 성과를 칭찬하고, 애정을 표현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와 달리 김용만은 취미용품으로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무엇 하나 제대로 못했다. 등산, 탁구, 볼링, 스키용 가방들이 창고에 잔뜩 쌓여 있었지만 “친구가 없다” “이 가방은 한 번도 안 썼다”고 했다. 김용만의 아내는 그에게 가방들을 정리하거나 창고가 아니라 방에 두라고 조언했다. “눈에 보이면 하게 된다”고 말했지만 김용만은 아내의 조언을 회피했다. 이를 영상으로 확인한 김용만은 “방송을 보니까 아내가 현명해 보인다”고 말했고 안정환은 “형수, 원래 현명하다”며 거들었다. 이밖에도 김용만은 지석진과 게임을 하고 미국으로 간 아들과 통화를 했다. 서재 한 쪽에 있는 드럼을 치다 곧 포기하기도 했다. ‘노는 걸 모른다’면서도 각종 취미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었다.
MBC ‘궁민남편’ 방송화면
MBC ‘궁민남편’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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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민남편’ 첫 회는 원조 사랑꾼에서 기러기 아빠가 된 차인표의 일상이 눈길을 모았다. 최고의 꽃미남 스타였지만 “노안이 찾아왔다” “원래 영화 제작을 했는데, 감독님이 그만둬서 내가 감독을 했다”고 말하는 그의 솔직한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다. 또 “국민남편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신애라의 질문에 ‘신애라, 당신만의 남편’이라고 대답하는 사랑꾼 면모도 인상적이었다. 미용실 관계자 등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아침밥을 먹었느냐고 챙기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다정했다. 미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네 번의 통화를 하면서도 “갈 수록 더 보고싶어진다. 이별이 익숙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김용만은 ‘밥을 먹었느냐고 왜 물어보냐’고 의문을 가졌다.

실험적이었지만 시청률이 저조했던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의 후속작 ‘궁민남편’은 전형적인 중년 남성의 예능이었다. 프로그램 제작진은 최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아재 예능이 요즘 많지 않으냐”며 그저 그런 아재의 모습보다는 남편의 모습을 조명하는 차별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뚜껑을 연 결과 차인표의 일상을 제외하고는 별 다를 게 없었다. 또한 ‘일 하느라 취미를 잊은 남편들, 노는 걸 잊은 남편들의 일탈’이라는 콘셉트도 고루했다. 당장 SBS ‘무확행’은 남편은 아니지만 ‘돌싱남’들에게 휴가를 준다. 시즌2까지 방송된 SBS ‘싱글와이프’는 아내들에게 휴식을 선물하고 이를 지켜보는 남편들이 아내의 속내를 이해할 수 있게하는 콘셉트로 호평받았다. 온갖 취미 도구와 자신의 성취를 위한 일거리에 둘러싸인 모습들이 정말로 제작진의 말처럼 ‘노는 걸 잊은’ 사람들의 모습인지도 잘 모르겠다. 일거리에 둘러 싸인 모습도 ‘노는 걸 잊은’ 모습이라기보다는 성취를 위한 선택은 아니었을까.

출연자들 가운데 김용만과 안정환은 최근까지 JTBC ‘뭉쳐야 뜬다’에서 뭉쳐 여행을 떠난 바 있다. ‘뭉쳐야 뜬다’ 또한 치열하게 사느라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잊은 40대 가장들의 여행을 콘셉트로 한다. 가장이라는 단어만 남편으로 바뀌고 여행의 코드만 제거됐을 뿐 ‘일하느라 노는 걸 잊은 남자들을 위한’ 기획이라는 점에서 거의 동일하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권오중, 조태관의 일상과 함께 힙합을 배울 5인의 도전이 궁금증을 남기긴 하지만 다양한 상황의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지는 모르겠다.

‘궁민남편’은 매주 일요일 오후 6시 45분 방송된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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