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13일 오후 서울 올림픽주경기장에서 H.O.T가 약 17년 만에 콘서트를 개최했다./사진제공=솔트이노베이션
13일 오후 서울 올림픽주경기장에서 H.O.T가 약 17년 만에 콘서트를 개최했다./사진제공=솔트이노베이션
국내 1세대 아이돌 그룹 H.O.T.가 약 17년 만의 단독 콘서트로 K팝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다시 팬들 앞에 선 다섯 멤버들의 에너지에 잠실벌은 초현실적인 전율로 들썩였다.

13일 오후 7시 서울 올림픽주경기장에서 HOT의 단독콘서트 ‘2018 Forever(High-five Of Teenagers)’가 열렸다.

멤버들은 ‘전사의 후예-폭력시대’를 부르며 강렬한 귀환을 알렸다. 1990년대에 자주 입었던 스타일의 무대 의상을 입고 등장한 멤버들이 ‘늑대와 양”투지(Get It Up)’를 연이어 부르자 다시 H.O.T.의 전성기로 되돌아간 듯했다.

특히 핑크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장우혁은 그간의 세월이 무색한 미모와 랩, 스웨그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무대를 압도하는 그의 분위기는 현역 아이돌 못지 않았다. 강타 또한 H.O.T.의 리드보컬답게 안정적인 보컬 실력은 물론, 관중석 이곳저곳을 보며 팬들과 눈을 맞추는 무대 매너와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는 여유로움으로 왜 그가 1세대 톱아이돌인지를 보여줬다.

멤버들은 감미로운 발라드인 ‘The Way That You Like Me’로 잠시 분위기를 전환했다. 이어 ‘Outside Castle’의 웅장하고 서정적인 전주에 함께 문희준이 독무를 추고, 멤버들이 다시 등장하며 열기를 고조시켰다.

‘열맞춰(Line Up)’의 익숙한 젓가락 행진곡 반주가 흘러나오자 팬들은 폭발적인 함성으로 기대감을 표현했다. 멤버들은 또 다시 아련한 추억을 소환하는 품이 낙낙한 무대 의상을 입고 등장해 ‘아이야(lyah!)’까지 선보이며 잠실벌을 뜨겁게 달궜다.

곡 사이사이 대기 영상의 완성도도 높았다. 메인 무대의 화면에서는 1990년대 H.O.T. 뮤직비디오 속 멤버들의 얼굴과 영화에서나 볼 법한 전복된 도시, 폭발하는 원자폭탄, 철창 속에 갇힌 아이들 등 단편적인 이미지가 교차 편집돼 흘러나왔다. 대기 영상 치고는 다소 길었으나 관중은 불평 없이 숨죽이고 바라봤다.

‘아이야’가 끝난 후 멤버들은 팬들에게 정식으로 인사를 건넸다. 멤버들은 팀 내 맡았던 역할 혹은 별명으로 자신을 소개하며 반가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토니안은 “H.O.T.에서 외국인을 맡았던 토니안입니다”, 장우혁은 “쿨워터의 장우혁”이라고 인사해 웃음을 자아냈다.

17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팬들과 만난 멤버들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믿기지 않는다””감격스럽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이에 문희준은 토니안의 볼을 꼬집으며 “현실입니다”라고 장난을 친 후, “마지막 공연 때 ‘저희는 절대 떨어지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는데 너무 오래 걸려 돌아왔다. 저희를 지켜줘서 다시 한 번 감사하다”고 했다.

H.O.T.는 활동 당시 그랬던 것처럼 강타를 위해 기다리며 팬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윽고 강타가 ‘Right Here Waiting’을 부르며 첫 솔로 퍼포먼스를 시작했다. 화면에 비친 강타는 정말 행복해보였다. 팬들은 강타를 비롯해 모든 멤버들의 본명을 부르며 오랜 기다림 끝에 완성된 그들의 솔로 퍼포먼스를 응원했다.

장우혁은 액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슈퍼카에서 반다나를 쓰고 등장해 시선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그는 ‘시간이 멈춘 날’과 ‘지지 않는 태양’에 맞춰 테크웨어를 입은 댄서들과 로봇처럼 절도 있는 춤을 췄고, ‘프로 아이돌’다운 카리스마와 흥에 팬들은 기립해 풍선을 흔들며 열정적으로 공연을 즐겼다.

토니는 신곡 ‘H.O.T knight’을 선보였다. 리드미컬한 팝 장르에 래퍼의 피처링에 더해진 곡으로, 토니는 춤을 추며 불렀다. 곡을 마친 후 토니는 “어떻게 하다 보니 제 신곡이 나오게 됐는데 많이 사랑해줬으면 좋겠다”며 “다섯 명의 음악이었으면 좋겠지만, 아직은 준비가 덜 된 상황이기 때문에 그날이 오는 날까지 제 음악도 많이 사랑해줬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문희준은 가면을 쓰고 등장해 ‘Pioneer’을 불렀다. 이재원이 ‘I’m So Hot’과 그룹 JTL의 ‘A Better Day’를 부르며 솔로 퍼포먼스를 마무리했다. 멤버들의 현재 모습을 따뜻한 색감으로 담은 영상 화보가 이어졌고, 멤버들은 ‘환희(It’s Been Raining Since You Let Go)’를 부르며 다시 나타났다.

H.O.T.의 상징색인 흰색 정장을 입고 등장한 멤버들은 ‘너와 나’를 불렀고, 화면에는 흰색 풍선을 불고 있는 수많은 팬들의 영상이 비춰졌다. 강타는 노래를 부르다 “정말 고마워요”라고 고개를 숙이며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장우혁은 “TV 속 화면을 보고 있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현실 같지 않다”는 말을 거듭하며 감격스러운 마음을 강조했다. 강타는 “여기까지 오는 동안 굉장히 죄송한 마음도 많았다. 저희의 얘기를 통하지 않은 보도들도 많았고 실망했을 여러분에게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었다”며 “늦었더라도 이 자리에 함께 모일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 앞으로 자주 모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H.O.T.가 ‘우리들의 맹세(The Promise of H.O.T)’를 부르자 17년 만에 다시 만난 감동은 배가됐다. 팬들은 ‘늙고 지친 날이 올 때까지’ 등의 가사를 따라부르며 소중한 순간을 같이 했다. 영상에 17년 전 H.O.T의 모습이 나오자 먹먹함에 눈물을 흘리는 팬들도 있었다.

멤버들은 2, 3층 관객석 바로 앞 돌출 무대에서 활동 당시 무대 의상을 그대로 입고 나타나 대히트곡이었던 ‘캔디(Candy)”행복’을 불렀다. 알록달록한 장갑에 흰 멜빵을 입은 토니안은 “스타일리스트가 당시 사이즈와 소재를 재현하려고 심혈을 기울였다고 들었다. 신발도 20년 전 신었던 거라 찡하다”고 밝혔다. 문희준은 20년 전처럼 다섯 명이 함께 신발을 모으고 사진을 찍자고 제안했고, 다섯 멤버들은 사진으로 또 하나의 추억을 쌓았다.

멤버들은 각자 움직이는 무대에서 흰 응원봉을 들고 보다 가까이서 호흡하며 팬들과 H.O.T.라는 역사의 페이지를 함께 완성했다.

H.O.T.는 오는 14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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