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없는리뷰] 마미손은 재밌고 ‘협상’은 재미없는 이유

[김영재 기자] 9월19일 ‘협상’이 개봉했다. 개봉 후 첫 주말 맞이. 이번 주말 극장을 찾을 관객들의 선택으로 ‘협상’은? 물론, 결말 ‘스포’는 없다.

★★☆☆☆(2.6/5)

영화 ‘협상(감독 이종석)’을 처음 인지한 때는 5월의 어느 날이었다.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종영 인터뷰에서 배우 손예진은 ‘협상’을 두 번 언급했다. 작품을 고르는 제일 기준이 시나리오인데 마침 입봉 감독이 많았다는 대목에서 한 번, 상업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주체적 여성 역할을 맡았다는 대목에서 또 한 번. 그는 “곧 나오는 ‘협상’이라는 영화를 예를 들자면”이라고 했다. 이제 그 ‘협상’은 무려 다섯 편의 영화(‘물괴’ ‘협상’ ‘안시성’ ‘명당’ ‘원더풀 고스트’)가 격돌하는 추석 극장가에 등장, 관객의 선택을 기다린다.

배우의 말처럼 ‘협상’은 영화 ‘국제시장’ 조감독 및 ‘히말라야’ 각색으로 경력을 쌓은 이종석 감독의 입봉작이다. 그리고 영화사 JK필름이 만든 영화다.

이미 ‘공조’로 명절과 JK필름의 합을 확인한 영화사가 준비한 ‘협상’의 주연은 손예진과 현빈이다. 그리고 ‘벡델 테스트(남성 중심의 영화 산업을 지적하기 위해 고안된 시험)’를 근거로 모두가 여배우의 곤란을 지적할 때 그와 상관없이 제 몫을 해온 손예진과, ‘공조’ ‘꾼’으로 흥행을 이어오고 있는 현빈이 전면에 나섰으니 흥행은 ‘협상’의 편이 돼야 했다. 하지만 현재 영화는 개봉일부터 줄곧 박스오피스 4위(9월20일 기준)를 유지 중이다.

“위기협상팀 경위” 하채윤(손예진)은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외국인 인질범과도 ‘라포(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유능한 협상가다. 눈앞에서 인질이 사망하는 사고를 겪은 후 죄책감에 시달린 그에게 서울지방경찰청 청장의 호출이 전달된다. 브리핑도 없이 자리에 앉은 그 앞에 모니터 속 민태구(현빈)가 말을 걸어온다. “인사가 늦었네. 민태구올시다.”

민태구는 쿠알라룸푸르와 방콕에 거점을 두고 음성적 범죄를 저지르는 국제적 조폭 두목. 그가 이끄는 조직은 한인 범죄 조직 중 가장 크고 악랄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민태구에겐 협상에 사용할 카드가 두 가지 있다. 대한일보 이상목(정인겸) 기자와, 하채윤의 상사이자 위기협상팀 팀장 정준구(이문식). 하지만 민태구의 요구 사항은 “1시간” 안에 그가 원하는 사람을 모니터 앞에 데려오는 것에 그친다. 인질극의 의도는 의뭉스럽기만 하다. 이 가운데 이상목의 정체가 드러나고, 하채윤은 민태구의 폭주 앞에 눈물을 흘린다.

상업성에 충실한 ‘협상’은 그 자신이 ‘상업 영화’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극 군데군데 요란함과 익숙함을 버젓이 산개한다. “눈앞에서 사람 죽어나가는 거 이제 더는 못 보겠습니다” 하는 하채윤이지만 그는 국가의 부름에 응한다. 사표 수리 안 됐다고 보채는 선배는 덤 아닌 덤. 지문 인식 후 입장한 제한 구역에는 수십 개의 스크린이 놓여있다. 자동차 액션 신, 폭파 신, 멋진 남주인공이 혈혈단신 펼치는 총격 신 등이 제작비를 가늠케 한다.

반전이 빠질 수 없다. 등장인물의 정체, 생사, 위치가 수없이 뒤집어진다. 하지만 요즘 관객은 수준이 높다. 반전은 카타르시스 대신 하품을 만든다. 최근 Mnet ‘쇼미더머니777’에 복면을 쓰고 출연한 래퍼 마미손이 인기를 모으는 이유는 그가 매드클라운인 걸 누구든 알기 때문이다.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서로가 ‘쉿!’ 하기로 하는 데서 오는 재미가 인기의 근원이다. 하지만 영화는 다르다. 때에 맞춰 반전을 행동하는 건 ‘뻔하다’는 인상을 준다.

물론 익숙함이 ‘협상’의 전부는 아니다. 중심에는 손예진과 현빈이 연기한 등장인물간의 관계가 있고, 사회 비판적 요소도 더러 들어있다.

하채윤과 민태구는 ‘라포’를 형성한다. 그리고 이내 ‘라포’는 ‘썸’이 된다. 신체 사이즈를 의심하는 민태구에게 “소개팅 잡히고 일주일 야식 끊으면”이란 단서를 붙이는 모습이나, 협상에 앞서 “소맥 한 잔밖에 안 먹었”다고 하는 하채윤의 모습에서는 문득 ‘밥 잘 사주는 누나’가 떠오른다. 대화 초반부터 “나랑 소주 한 잔 할 생각 있나?” 하는 민태구의 모습에선 언뜻 현빈 주연의 멜로극이 생각난다. 민태구는 필사적으로 하채윤을 협상 자리에 부르고, 하채윤 역시 “민태구는 이제부터 저만 상대합니다”란 으름장으로 관계를 공고히 한다.

영화는 둘의 감정이 ‘라포’ 이상으로 흐르지 않도록 조심하지만, 현빈과 손예진이다. 사연 있는 악인과, 정의가 우선인 경찰을 연기하기에 둘은 너무 멋있고 예쁘다.

‘협상’이란 제목에서 관객은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인질범과 협상가의 속도감 있는 공방(攻防)은 기대한 바의 첫째가 아닐까. 그러나 ‘협상’에는 공방은 있을지언정 속도감이 없다. 게다가 JK필름이 잘하는 코미디도 없다. 팀원을 불러 달라는 하채윤의 말에 등장한 두 명의 팀원이 그저 등장인물1, 등장인물2로 그치는 것이 코미디면 코미디다.

배우의 합은 좋다. 허나 ‘협상’에서 보여준 배우들의 호연은, 마치 늪에 빠진 그들이 더욱 더 늪에 가라앉도록 하는 거센 허우적거림이다.(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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