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지난 15일 종영한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에서 성형수술로 미인이 된 강미래를 연기한 배우 임수향. / 사진제공=FN엔터테인먼트
지난 15일 종영한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에서 성형수술로 미인이 된 강미래를 연기한 배우 임수향. / 사진제공=FN엔터테인먼트
수년 전 온라인에선 ‘강남미인도’가 유행했다. 성형 수술로 여성들의 외모가 비슷해진 것을 풍자한 그림이다. 그림은 여성들의 외모 허영심을 꼬집는다. 하지만 그게 여성들의 잘못일까, 아니면 허영심을 부추긴 사회의 잘못일까? 웹툰 원작의 JTBC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은 후자에서 답을 찾는다. 주인공 강미래를 연기한 배우 임수향은 그 안에서 치열하게 싸웠다. 자신을 품평하는 사람들의 말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려고 했다. 싸움에서 이기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싸움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자신은 더 단단해지고 있다고, 임수향은 말했다.

10. 두 달여간의 방송이 끝났습니다. 기분이 어때요?
임수향: 많이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기분 좋은 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20대 마지막 여름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어제 인터뷰를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떤 얘기를 할 것인가 생각하다가 문득 공허함이 몰려 왔어요. 이제 끝났구나 싶어서 마음이 싱숭생숭하더라고요.

10. 어떤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요?
임수향: 미래를 통해서 제가 같이 성장하고 치유 받을 수 있었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사실 인터뷰 전에 다른 배우들에게 어떤 질문을 많이 받았냐고 미리 물어봤거든요. 그런데 차은우 잘생겼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하더래요. 하하하. 기사 제목마저 ‘다음 생에 차은우로 태어날래’로 나오고. 은우 잘생긴 거야 소문이 많이 났으니까 아실 거로 생각해요. (웃음)

10. 성형미인을 연기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아요.
임수향: 원작인 웹툰의 팬이었어요. ‘성형’이란 단어가 물론 부담스러웠지만 강미래라는 인물이 너무 사랑스러웠어요. 웹툰을 보신 분들은 다 아실 거예요, 미래가 얼마나 예쁜 아이인지. 사랑스러우면서도 공감 가는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감독님께서도 ‘이 작품은 사람들이 미래의 감정에 올라타야 한다. 시청자들이 미래랑 공감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게 포인트다’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고요.

10. 특히 공감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임수향: 작품엔 외모에 관한 얘기가 계속 나와요. 저도 외모로 평가를 받는 직업을 갖고 있어서 외모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 부분에 공감하며 때론 ‘나 또한 남들의 외모를 함부로 입에 올리지 않았나’ 반성도 하게 됐어요. 쉽진 않겠지만 외모보단 내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단단해진 계기가 된 작품이에요.

“사람에 대한 얘기를 담고 싶었다”는 임수향. / 사진제공=FN엔터테인먼트
“사람에 대한 얘기를 담고 싶었다”는 임수향. / 사진제공=FN엔터테인먼트
10. 원작 웹툰은 일상에 만연해 있는 성차별에 관해서도 얘기합니다. 축제에서 몸매가 드러나는 원피스를 강요당하던 여학생들이 남학생들에게 그 옷을 입게 만든 장면이 대표적이죠. 그 장면은 어땠어요? 공감이 가던가요?
임수향: 웹툰에서도 임팩트 있는 장면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런데 저는 ‘여자가 남자에게 피해 받는다’는 것보다는 그냥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 작품 초반에는 유진(이태선)이가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게 되자 여자친구와 갈등하게 되는 장면도 나오죠. 한쪽이 다른 한쪽을 괴롭히는 사이 어떤 사람들은 방관자가 되기도 하고, 때론 여자가 여자를 괴롭히기도 해요. 그런 전반적인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10. 작품은 미래의 입을 빌려 많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었나요?
임수향: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하는 장면이 있어요. 마지막 회에서 염산 테러를 당할 뻔한 수아(조우리)를 구한 뒤 그에게 하는 말이죠. ‘넌 예뻐서 행복해? 난 못생겨서 불행했어. 그래서 성형했어. 그런데 우리 왜 이래야 해? 예뻐지지 않으면 죽는 것처럼. 나는 내가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지 다시 생각할 거야.’ 작품 전체가 주는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하면 내가 행복할 수 있을까,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였어요.

10. 지금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뭔데요?
임수향: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거요. 제가 한 연기를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거. 그리고 인간 임수향으로서는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 먹고 강아지들과 놀고, 진~짜 더울 때 집에서 에어컨 켜고 있고 진~짜 추울 때 보일러 틀고 있는 것?(웃음) 그런 소소한 것들이 제일 행복해요.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임수향의 목표는 소박해보이지만 본질적이다. / 사진제공=FN엔터테인먼트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임수향의 목표는 소박해보이지만 본질적이다. / 사진제공=FN엔터테인먼트
10. 그렇다면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을 했을 때 진정 행복했겠어요. 이 작품을 통해 임수향 씨의 연기력을 알게 됐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임수향: 이제 저를 봐주시는 거 같아요. 그전에는 캐릭터로서의 임수향을 저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거든요. ‘신기생뎐’의 단사란이 워낙 인상 깊은 캐릭터였으니까요. 사실 예능 프로그램에 많이 출연한 것도 저를 그대로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에서였어요. 센 이미지로 절 생각하셨던 분들에게 진짜 제 모습을 알려드리고 싶었죠.

10. 말한 대로 ‘신기생뎐’의 이미지가 긴 시간 강력하게 남았어요. 그래서 연기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갈증이 긴 시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임수향: 연기에 대한 갈증은 작품으로 늘 해소해오고 있었어요. 그게 제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고요. 전 연기 잘한다는 말이 제일 좋아요. 연기가 배우의 본질이기도 하고요. 사실 데뷔를 후회한 적도 있어요. 연기 말고도 신경 써야 할 게 너무 많았거든요. 그런데 스스로에게 ‘연기 말고 뭐 하고 싶은데?’라고 물으니 없더라고요, 하고 싶은 일이. 주변에서도 그래요. 연기할 때의 제가 제일 빛난다고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어린 팬들이 많이 생겨서 감사해요. 그래서 저도 좀 더 소통하려고 노력했어요. 댓글도 많이 보고 참고할 만한 것들은 참고하면서요.

10. 연기는 좀 는 것 같나요?
임수향: 촬영장이 편해지긴 했어요. 데뷔 초에는 카메라 앵글에서 벗어난 적도 있거든요. (웃음) 지금은 적어도 어떻게 서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제가 잘 나오는지는 아니까 여유는 조금 더 생긴 것 같아요. 일일극이나 주말극을 하며 선생님들과 호흡을 많이 맞춰본 덕분이에요.

임수향은 “나 자신을 좀 더 사랑해주려고 한다”고 했다. / 사진제공=FN엔터테인먼트
임수향은 “나 자신을 좀 더 사랑해주려고 한다”고 했다. / 사진제공=FN엔터테인먼트
10. 강미래는 어린 시절엔 못생겼다고 따돌림을 당하다가 성형을 한 뒤로는 ‘성괴’(성형괴물)라는 수군거림에 시달립니다. 여성 연예인들에겐 특히 공감 가는 캐릭터가 아니었을까요? 혹독한 외모 평가를 당하는 직업이잖아요.
임수향: 네 맞아요. 저도 보이는 것에 집착해왔고 제가 화면에 어떻게 나올지 고민하던 때가 많았어요. 어쩌면 그래서 연기력에 더욱 신경을 쓰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예쁨에 대한 기준은 모두 다르니까 제가 (외모로)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겠더라고요. 만족시키려 할수록 결국엔 제가 자신을 잃게 될 것 같았고요. 그래서 갖게 된 생각이 ‘내 색깔을 연기로써 보여주면 나를 좋아할 사람은 좋아할 것이다’라는 것이었어요.

10. 다른 사람의 평가가 정말 위험한 게, 상처를 받다 못해 내가 나를 미워하게 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런 경험은 없었어요?
임수향: 있죠. 외모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에 있어서 우리는 항상 말들 속에 살잖아요. 거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요. ‘나는 왜 이래?’, ‘나는 왜 저들 같은 능력이 없어?’, ‘나는 왜 이런 환경이야?’라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악플을 보면서 상처받고 자존감이 낮아지기도 하고, 반대로 칭찬해주시는 말들에 치유되기도 하고요. 그것들이 계속 반복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다행인 건, 가족의 사랑이 저를 든든하게 지켜줬어요. 미래도 마찬가지였고요.

10. 강미래는 외모가 행복을 담보해주지 않는다는 걸 알고 성장해요. 자신은 어때요? 강미래와 함께 성장했나요?
임수향: 네. 제가 저의 가치를 알고 저 자신을 사랑한다면 다른 사람도 나를 가치 있게 바라볼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받은 상처뿐만 아니라 제가 줬을 상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고요. 이제 저 자신을 좀 더 사랑해주려고요. 그래야 다른 사람도 저를 사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