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진/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손예진/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30대 여배우 중 손예진 같은 필모그라피와 흥행력을 인정받은 인물이 또 있을까. 남초현상이 심각한 영화계에서 손예진은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 '덕혜옹주' 등 블록버스터 작품까지 원탑으로 믿고 맡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여배우다. 특히 올해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까지 연속 히트시키면서 '믿고 보는 배우' 타이틀을 더욱 공고히 했다.

그런 손예진이 "어느 때보다 힘들었다"고 고백한 작품이 '협상'이다. 손예진이 '협상'에서 맡은 하채윤은 경찰청 최고의 협상가다. 인질극을 펼치는 인질범 민태구(현빈 분)과 협상을 하면서 영화를 끝까지 긴장감 있게 끌고 가야 한다는 역할도 쉽지 않지만, 각각의 장소에서 촬영을 진행하면서 모니터로 서로의 연기를 보며 반응해야 하는 이원 촬영 방식 역시 생소했던 탓이다.

손예진은 세트장을 "감옥같았다"고 표현하면서 "어느 때보다 예민했다"고 털어놓았다.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하는 스타일이에요.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저는 세트장에 들어가는 것도 싫더라고요.(웃음) 연기라는 게 몸을 쓰거나, 동작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부분도 있는데, '협상'에선 똑같은 옷을 입고, 의자에 앉아있는 신이 많다 보니 얼굴로만 연기를 해야 했어요. 그런 부분에 대한 답답함이 있었죠. 심리적인 압박감이 너무 컸죠. 유독 더 혼자 있는 것 같고."

이원촬영 영향으로 상대역인 현빈과도 점심시간에만 실제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극 중 두 사람이 한 장면에 등장하는 건 마지막 한 장면뿐이다. 손예진은 "마지막 촬영을 할 땐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고 고백하면서 "다음엔 멜로로 만나자고 했다"고 밝히며 웃음짓기도 했다.

힘든 시간이었음에도 한 달반 남짓했던 촬영 기간에 "온전히 몰입했다"며 "몰입의 기억은 잊을 수 없다"면서 긍정적인 면을 보여줬다.
손예진/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손예진/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힘들 것을 알면서도 손예진이 '협상'을 하기로 마음먹은 부분은 '재미'였다. 원래의 시나리오에서 바뀐 부분도 있지만 그 역시 "더 촘촘하게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함이었다"며 "시나리오를 보며 순간순간이 긴장감이 흥미로웠는데, 그런 지점에선 영화가 성공적으로 완성된 것 같다"고 평했다.

또한 하채윤은 이전까지 보여준 손예진과는 다른 모습이 있다는 것도 영화를 본 후 손예진이 개인으로서 안도감을 느낀 포인트였다.

공개 시기는 가장 늦지만 사실 '협상'은 손예진이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이전에 촬영했다.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오긴 했지만 이렇게 한 해에 많은 작품을 선보이는 건 데뷔 20년 차 손예진에게도 손꼽히는 일이다.

"'지겹다', '또 나와?' 이런 반응이 나올까 봐 무서웠어요. 다행히 3개 작품이 다 달라서 안도했죠. 조금이라도 비슷한 모습을 비슷한 시기에 보여주는 건 배우로서도 두려운 일이에요."

그렇지만 변신만을 위해 작품을 택하는 건 아니다. 대중이 바라는 손예진의 모습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지만 "잘 어울리겠다"보다는 "재밌겠다"라고 생각할 때 더욱 마음이 움직인다고.

"많은 분이 저에게 멜로를 기대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스릴러도 하고, 액션도 했지만 그럼에도 멜로를 더 기억해주신다는 것도요. 하지만 제가 '멜로가 어울리니까 이것만 할 거야' 하진 않아요. '이건 잘 할수 있겠다' 하는 걸 하기보다는 '재밌겠네. 일단 해보자' 하는 거죠.(웃음) 겁이 없는 거 같아요. 겁을 내면 다양하게 선택하는 게 힘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손예진/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손예진/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지금의 위치, 평가에 대해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투자가 되는 여배우"라는 영화계의 반응에 대해서도 "감사하지만, 앞으로의 작품에서도 잘해야 가능할 이야기"라며 "대중을 위해 일하지만 제 만족도 잃지 않으려 한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어차피 이 일을 하는 이상 경쟁에서 탈출하지 못하잖아요. 어느 순간 '어차피 오늘의 적의 내일의 동지네'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결과에 대해서도 '잘됐다, 안됐다'에 너무 많은 생각을 갖게 되면 힘들다는 생각도 하게 됐어요. 저에 대한 평가는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것과 대중들이 바라봐 주시는 지점들을 염두에 두고 있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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