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 배우들이 출연한 할리우드 저예산 영화 ‘서치’.
한국계 미국 배우들이 출연한 할리우드 저예산 영화 ‘서치’.
한국계 미국 배우들이 출연한 할리우드 저예산 영화 ‘서치’(아니쉬 차간티 감독)가 ‘역주행’에 성공하며 지난 11일까지 188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지난달 29일 개봉해 3위로 출발한 이 영화가 입소문을 타고 6일 만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것. 여고생인 마고 김이 부재중 전화 세 통만 남기고 실종되자 아빠 데이빗 김이 딸의 노트북을 단서로 행적을 추적하는 이야기다.

국내 극장가에서 흥행하기 어려운 외화 스릴러 장르인데도 서치가 성공한 비결은 ‘독특한 형식미’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실종자를 추적하는 스토리는 많지만, 이 영화는 러닝타임 101분 내내 컴퓨터, 모바일, 폐쇄회로TV(CCTV) 화면으로만 이끌어가면서 긴장을 높이고 흥미를 배가시켰다는 분석이다.

누리꾼들은 호평을 쏟아냈다. “일반적인 영상을 안 쓰려고 고민한 흔적이 뚜렷하다” “진짜 신선하다. 새롭고 재미있다” “우리의 시선은 데이빗의 마우스 커서를 따라간다. 그가 클릭할 때마다 오른손 검지에 힘이 들어간다” 등.

영화에서 마고가 실종되자 데이빗과 경찰은 우선 가출인지, 실종인지를 확인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마고의 흔적을 찾아나선 데이빗은 마고의 페이스북 계정에 접속하기 위해 ‘비밀번호 찾기’라는 프로세스를 활용한다. 이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텀블러 등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뿐 아니라 맥북의 스크린세이버, 아이메시지, 페이스타임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도구들을 그래픽으로 구현해 관객이 자연스럽게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데이빗은 디지털 세상의 단서를 통해 마고의 참모습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이는 현대사회의 부모 자식 간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관객들에게도 모바일 기기 속 SNS가 우리 자신을 정의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주인공의 삶 전체가 모바일 기기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 사랑과 우정, 공포와 배신의 순간과 가장 바보 같았던 실수들까지 담겨 있다. 관객들은 스스로 SNS에 남겨둔 흔적들이 때로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낙인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알게 된다. 한마디로 SNS에 매몰된 현대인의 특징을 선명하게 그려낸 것이 흥행 비결로 보인다.

영화는 또한 현대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들이 우리 자신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롭게 창조(?)한다는 점도 제시한다. 10대 청소년들은 디지털 공간에서 과장되게 행동하도록 유혹받고 실행에 옮긴다. 때로는 ‘거짓의 덫’에 걸리는 모습을 영화는 충격적인 방식으로 전하며 경고한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구성된 가족 이야기란 점이 국내 팬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한 측면도 있다. 데이빗 역의 존 조와 마고 역의 미셸 라, 조연인 조셉 리, 사라 손은 한국계 배우다. 이들이 연기한 죽은 엄마와 딸, 아빠의 애틋하면서도 끈끈한 가족애가 한국인의 특징을 잘 포착했다는 평가다. 또한 마고의 행적을 디지털 공간에서 추적하는 데이빗은 SNS 사용률이 높은 한국인의 이미지를 대변하고 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