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우빈 기자]
사진=KBS2 ‘볼빨간 당신’ 방송화면 캡처
사진=KBS2 ‘볼빨간 당신’ 방송화면 캡처
부모님에 의한, 부모님을 위한 자녀들의 ‘뒷바라지’ 프로젝트가 가동됐다. 자식에게는 부모지만 부모에게도 청춘이 있었고 꿈도 있었고 열정도 있었다. 모든 걸 포기하고 누군가의 어머니 혹은 아버지로 살았던 부모님의 인생 2막을 위해 자식들이 발 벗고 나섰다. 배우 양희경의 두 아들과 배우 최대철이 어머니의 행복을 바라며 ‘어머니의 꿈’을 묻는 것으로 ‘뒷바라지’를 시작했다.

지난 11일 KBS2 새 예능프로그램 ‘볼빨간 당신’이 베일을 벗었다. ‘볼빨간 당신’은 부모와 자식의 이야기를 담는 예능으로, 부모님 마음 속 작은 꿈들을 자식들이 ‘뒷바라지’해주며 펼쳐지는 스토리다.

이날 양희경은 배우가 아니라 두 아들의 엄마로 나타났다. 양희경의 큰 아들 한원균, 작은 아들 한승현은 양희경과 똑닮은 얼굴로 나타나 미소를 안겼다. 두 사람은 엄마 하면 떠오르는 말을 묻자 ‘예쁘다’라고 답하며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사실 어릴 적부터 세뇌 교육을 받았다. 엄마 같은 여자 만나서 결혼하라고 했는데 그래서 아직까지 결혼을 못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KBS2 ‘볼빨간 당신’ 방송화면 캡처
사진=KBS2 ‘볼빨간 당신’ 방송화면 캡처
양희경과 두 아들은 새벽밥에 대한 추억이 많았다. 촬영 때문에 바빠도 늘 어린 아들들의 식사는 손수 챙겼기 때문이다. 한승현은 “야외 촬영이 새벽까지 있어도 촬영 중간에 오셔서 밥을 차려주셨다. 지방 촬영이 있어서 가실 때는 미리 몇 끼를 예상해서 냉장고에 늘 쟁여두셨다. 항상 집에 같이 못 있어준다는 미안함과 ‘여기에 엄마 있어’라는 것 같았다”고 추억했다.

양희경은 “나는 슈퍼우먼처럼 살았다. 라디오 생방송에 드라마 촬영, 연극 공연, 영화도 찍었으니 나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엄마였다”며 “엄마 아빠 역할을 다 해야 했는데 못 하니까 곰곰이 생각하다 ‘내 아들들에게 밥 하나는 잘 해줘야겠다’라고 결심했다. 거기에 목숨을 걸었다”며 사랑에서 비롯된 식사 집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기자라는 꿈을 이루긴 했지만 사실 연기는 꿈이기 이전에 생활 방편이었다. 하는 일은 연기지만 연기 말고 다른 일을 한다면 하고 싶은 게 있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양희경의 두 아들은 “어머니께 꿈이 무엇인지 또 다르게 하고 싶은 게 있는지 여쭤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여행을 보내드리자, 뭘 해드리자 계획만 있지 실천은 안 했다. 어머니가 하고 싶으신 게 있다면 최대한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양희경과 두 아들이 ‘붕어빵 모자’로 웃음을 안겼다면 최대철의 스토리는 눈물의 연속이었다. 최대철의 어머니는 10년이 넘게 휠체어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최대철은 “13년 전 계단에서 구르셔서 대퇴골이 부러졌다. 당뇨가 있어서 잘 아물지 않았다. 13년 동안 9번의 수술을 하셨는데 불편하다는 말 없이 늘 유쾌하셨다”며 “다섯 남매를 단칸방에서 키우시면서 기사식당, 중국집, 청소부 등 안 하신 일이 없다. 마음 고생을 갚아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KBS2 ‘볼빨간당신’ 방송화면 캡처
사진=KBS2 ‘볼빨간당신’ 방송화면 캡처
최대철은 “진짜 어머니가 해보고 싶은 걸 해드리고 싶다. 이런 말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어머니에겐)집도 감옥이 될 수 있겠구나. 내 집인데 마음대로 못 나가면 얼마나 답답할까 생각한다”고 속마음을 고백했다. 이어 그는 어머니와 경치 좋은 식당으로 가 식사를 했고 조심스럽게 “엄마의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의 어머니는 “고향에 가고 싶다”고 말한 후 한참을 말없이 있다 휴대폰에서 종이를 꺼냈다. 차마 말할 수 없던 소망들을 글로 적어놓은 종이였다. 종이를 받은 최대철은 여행 가기, 화장하고 나가기, 바다에서 회 먹기 등을 읽어 내려가다 눈물을 터뜨렸다.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이 “죽기 전에 내 다리로 한 발짝이라도 걷고 싶다”였기 때문이다.

어머니 역시 아들에게 무게를 지운 듯해 눈물을 흘렸고 최대철도 어머니의 마음을 알아채지 못한 죄송함에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지. 미안해”라고 말했고 최대철은 “제가 다 해드리겠다”며 눈물을 흘려 ‘볼빨간 당신’ 스튜디오를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최대철은 인터뷰를 통해 “‘살아 계실 때 잘해 드려야 하는데’ 이 생각을 진짜 하루에 백 번도 더 한다. 이상하게 안 된다. 진짜 안 돼”라며 “그래서 프로그램으로 핑계 삼아 더 노력해서 표현하고 싶고, 기억하고 싶고, 부모님이 행복해하셨으면 좋겠다. 내 바람이다. 나중에 부모님과 영상을 다시 보고 싶다. 기억하고 싶어서”라며 오열했다.

‘볼빨간당신’ 첫회는 출연진들의 진솔한 가족 이야기로 웃음과 함께 눈물로 시작했다. 양희경과 최대철은 ‘배우’라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평소 알 수 없던 ‘인간’으로서 진짜 속마음을 털어놔 안타까움을 안겼다. 자식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슈퍼우먼처럼 살았다는 양희경과, 어머니의 행복을 위해 모든 걸 다 해드리겠다는 최대철의 눈물과 진심이 오롯이 느껴져 더 뭉클했다.

부모님과 함께 나온 예능 프로그램은 있었지만 부모님을 위해 만든 예능은 없었다. ‘볼빨간 당신’은 게스트와 그들의 가족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리면서도 부모님의 꿈에 포커스를 맞춘다. 자식을 위한 부모님의 희생이 아닌, 부모님을 위한 자식들의 헌신으로 서로를 더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부모와 자식의 이야기를 들려줄 전망이다. 부모님의 진심과 그 진심에 귀 기울이는 자식들의 모습으로 공감대를 넓혀줄 것으로 기대된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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