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극장가 100억 넘는 大作 4파전… 누가 웃을까
올해 추석 극장가에 총제작비 100억원 이상의 대작 4편이 쏟아진다. ‘안시성’ ‘물괴’ ‘명당’ ‘협상’ 등이다. 추석 시즌에 1~2편 나오던 국산 대작들이 이처럼 한꺼번에 몰린 것은 처음이다. 시장(영화관람시장) 규모를 훨씬 넘어서는 물량이어서 적자를 보는 영화도 나올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긴 연휴에 대작 몰려

NEW가 총제작비 220억원을 투입한 ‘안시성’은 극장에서만 579만 명을 모아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는 대작. 중국 당나라 태종이 이끄는 20만 대군이 고구려 안시성을 침략하자 성주 양만춘과 5000여 전사들이 맞서 싸운 역사를 담아냈다. 양만춘 역의 조인성을 비롯해 걸그룹 AOA의 설현, 남주혁, 박성웅 등이 출연한다.

롯데컬처웍스와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는 125억원을 투입한 ‘물괴’를 내놓는다. 조선시대 궁궐에 침입한 괴물 이야기로 김명민과 걸스데이 혜리가 주연했다.

추석 극장가 100억 넘는 大作 4파전… 누가 웃을까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은 조승우와 지성, 문채원 등이 출연한 ‘명당’으로 관객몰이에 나선다. 120억원을 투자한 이 작품은 두 명의 왕을 배출할 수 있는 천하명당을 차지하려는 세력과 이에 맞선 천재 지관의 이야기다. CJ ENM도 110억원을 들인 ‘협상’으로 흥행 레이스에 참여한다. 국제 범죄조직이 태국에서 한국 경찰과 기자를 납치하면서 인질 구출 협상전이 벌어지는 이야기다. 현빈이 납치범 역, 손예진이 협상가로 등장한다.

여름 성수기 시장에 나왔어야 할 영화들이 대거 추석 시장에 나왔다는 분위기다. 배급사들은 추석 연휴에 1주일간 쉬는 기업이 많은 데다 그 다음주 이틀만 더 쉬면 10월3일 개천절까지 장기 연휴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예년 추석의 1.6배 관객 모아야

4편의 영화들은 대작의 흥행 성공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2년여 전에 기획됐다. 이후 표준계약서 계약이 확산되면서 제작비가 20% 이상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과거 중급 영화들이 100억원대로 투자액이 불어난 경우가 많다. 4편의 대작들은 모두 가족 관객을 겨냥하고 있다. 남녀노소가 함께 즐기기 좋은 사극이 3편이고, 현대물인 ‘협상’도 표현 수위를 조절했다.

100억원대 대작들은 편당 최소 300만 명 이상 모아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 초대작 ‘안시성’까지 포함하면 4편의 영화들은 줄잡아 총 1600만 명 정도를 모아야 이익을 남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9일간의 추석 연휴 기간 영화시장에서 총 관객 수는 약 1000만 명으로 집계됐다. 한국 영화와 외국 영화가 6 대 4 정도 관객을 나눴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한국 영화가 강한 만큼 7 대 3 정도로 우위를 누릴 전망이다. 그렇다고 해도 ‘더 프레데터’ 등 외화를 포함해 10여 편이 경쟁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4편 중 2편은 흥행에 실패할 것으로 배급사들은 보고 있다.

◆깨진 ‘대작불패’ 신화에 긴장감

극장가에 떠돌던 ‘대작불패’ 신화도 깨졌다. 지난해 류승완 감독과 송중기, 황정민 등 초호화 캐스트가 참여하고 260억원을 투자한 ‘군함도’(659만 명)가 약간 손실을 본 데 이어 올여름 시장에서 강동원, 정우성, 한효주가 주연하고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200억원 규모의 초대작 ‘인랑’은 89만 명에 그쳤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관객들은 대작이라고 더 이상 봐주지 않는다”며 “절대강자가 없는 올 추석 시장에서 각 사는 손익분기점이라도 넘기기를 바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