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저녁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은 방탄소년단의 말 한마디, 몸짓 하나에 환호하는 팬들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날은 북미와 유럽, 일본 등 세계 16개 도시에서 33회 열릴 투어의 신호탄을 쏘는 날이었다. 내년 2월까지 펼쳐질 투어는 79만석이 일찌감치 매진됐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달 26일 저녁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은 방탄소년단의 말 한마디, 몸짓 하나에 환호하는 팬들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날은 북미와 유럽, 일본 등 세계 16개 도시에서 33회 열릴 투어의 신호탄을 쏘는 날이었다. 내년 2월까지 펼쳐질 투어는 79만석이 일찌감치 매진됐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국가대표'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 빌보드에서 두 번째 정상을 차지하면서 이들의 음악을 소비하는 글로벌 현상이 확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그룹이 한해에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1위를 두번 한 것은 2014년 영국 그룹 원디렉션 이후 처음이며 특히 비영어권(외국어) 앨범이 한해에 두 번 정상을 밟았다는 점은 전에 없던 역대급 기록이다. 이는 반짝 현상이 아니라 스타성이 유지되는 세계적인 토대가 마련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3일 빌보드 뉴스를 통해 '빌보드 200' 1위로 발표된 리패키지 앨범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LOVE YOURSELF 結 Answer)는 지난 2년 반 동안 선보인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 완결판이다.

스토리텔링을 견고하게 쌓은 방탄소년단은 이 시리즈를 통해 '나를 사랑하자'는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사랑의 설렘(LOVE YOURSELF 承 Her)과 이별의 상실감(LOVE YOURSELF 轉 Tear)을 경험한 이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시작이라는 것을 깨달아 가는 여정을 음악으로 풀어낸 것이다.

특히 타이틀곡 '아이돌'에서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이 답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들은 아티스트, 아이돌, 누가 뭐라 부르든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나는 항상 나였기에'라고 강조한다. 그간 부조리한 사회, 시대 현실에 내몰린 또래의 결핍 등 아이돌 가수로서 꺼리는 메시지에 방점을 찍은 팀답게 과감하다.

대중음악평론가 강문 씨는 "이 시리즈를 전개하면서 멤버들은 결국 자아와 내면의 성찰에 주목했다. 아이돌 가수가 쉽게 말하기 어려운 아이돌이란 아이덴티티를 정면으로 꺼냈다는 점에서 과감한 메시지 기법이다. 이것이 이들의 음악이 통한 요인 중 하나인데 또다시 정면으로 꺼내 들었다"고 평가했다.

대중문화평론가 하재근 씨는 "방탄소년단 팬들은 노래 가사를 분석하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하나의 문화다. 이들의 메시지, 그 속에 담긴 진정성이 팬덤의 열기를 높이고 범위를 넓이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러한 메시지에 여러 문화 요소를 혼합하면서도 한국적인 색채를 녹여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아이돌' 후렴구에 '얼쑤 좋다', '지화자 좋다', '덩기덕 쿵더러러' 같은 국악 추임새를 넣고 뮤직비디오에 한복 패션에 부채, 호랑이·북청사자놀이 이미지를 가미해 한국 전통문화를 새겨넣었다.

한 음악 프로그램 PD는 "글로벌 최일선에서 뛰는 팀이 우리 젊은 세대에게 동떨어져 있고 해외 팬들에겐 이질적인 전통문화를 녹여냈다는 점에서 모두에게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 앨범 새로운 장르를 섞는 실험을 한다는 점에서도 일관성이 있다. 트렌드에 발맞추면서도 '차이'를 드러내는 특기는 외국어 앨범이면서도 글로벌리즘이 강화되는 요인이기도 하다.

'아이돌'에서는 사우스 아프리칸 리듬, 트랩 비트의 랩에 EDM 사운드가 조화를 이뤘다.

또한 방탄소년단은 '시리즈'를 마무리하는데 그치지 않고 여정을 따라오며 응원해준 팬들에게 함께 즐기는 '축제'를 제안했다.

멤버 슈가는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에서 어떤 기록을 예상하느냐는 물음에 "리패키지 앨범은 말 그대로 축제다. 기록도 중요하고 시상식에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연하기보다 즐기고 싶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다. 그래서 '아이돌'이 축제에 어울리는 곡으로 나왔다"고 소개했다.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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