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텐아시아가 ‘영평(영화평론가협회)이 추천하는 이 작품’이라는 코너를 통해 영화를 소개합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나 곧 개봉할 영화를 영화평론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 선보입니다. [편집자주]
영화 ‘목격자’ 포스터/사진제공=NEW
영화 ‘목격자’ 포스터/사진제공=NEW
조규장 감독의 영화 ‘목격자’가 개봉 열흘 만에 관객 180만 명을 모으며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완성도 면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영화는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며 순항 중이다. 영화 ‘목격자’는 한밤중, 아파트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통해 2018년 우리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적나라하게 그린다.

어느 날 밤, 아파트 공터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그때 우연히 창밖을 내다보던 상훈(이성민)은 살인범(곽시양)과 눈이 마주친다. 바로 불을 끄고 숨어보지만 살인자는 여유롭게 상훈이 살고 있는 집을 확인한다. 상훈은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할지 말지를 두고 고민하다 결국 신고를 않는다. 그다음부터는 목격자 상훈과, 목격자의 정체를 알아버린 범인 사이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시작된다.

영화 ‘목격자’ 스틸/사진제공=NEW
영화 ‘목격자’ 스틸/사진제공=NEW
영화 ‘목격자’는 생활밀착형 스릴러를 표방한다. 일상적이고 익숙한 공간인 집이 가장 두려운 공간으로 변한다는 설정에서 오는 스릴감이다. 추격 신의 액션 장면은 박진감과 긴장감을 제공하며 스릴러 장르의 쾌감을 맛보게 한다. 그리고 여기에 불안과 공포의 대상은 낯선 장소, 낯선 사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내가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아파트라는 곳이다.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집, 그러나 언제든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상황은 관객을 극한의 공포로 몰아넣는다.

집단적 이기주의에 사로잡힌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다. 살인범보다 더 무섭게 표현된 아파트 주민들. 자신들의 아파트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지만 부녀회장은 집값이 떨어질 것을 염려해 주민들에게 수사에 협조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상훈의 아내 역시 상훈에게 협조하지 말라고 요구한다.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은 전체 보유자산의 80%가 부동산이다. 사람들에게 재산의 전부가 된 아파트, 그 집값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이기주의가 살인만큼이나 무섭게 그려진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집단 이기주의의 공포, 영화 ‘목격자’는 대한민국이 처해있는 암울하고 현실적인 공포를 담아냈다.

영화 ‘목격자’ 스틸/사진제공=NEW
영화 ‘목격자’ 스틸/사진제공=NEW
공권력에 대한 불신도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다. 상훈이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또 하나의 이유는 경찰에 대한 불신이다. 보험설계사인 상훈은 경찰의 무능함을 잘 알고 있다. 그에게는 경찰이 자신의 신변을 책임져 줄 수 없다는 학습된 신념이 있기 때문에 자신과 가족을 위해 사건을 방관하기로 한다. 이 영화 속에 비춰진 군인과 경찰의 이미지는 부정적인 편인데 우리의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니다. 대한민국만큼 공권력의 신뢰도가 바닥인 나라도 드물기 때문이다.

조규장 감독은 그동안 여러 단편영화를 통해 현대사회 속 개인의 문제를 냉정히 짚어내며 사회 부조리를 표현해왔다. 영화의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장르적 관성에 의존하며 착실하게 깔아둔 복선이 영화의 매력을 반감시키기도 하나, ‘목격자’가 긴장감을 유지하는 능력은 탁월하다. 현대사회 속 개인의 문제를 냉정히 짚어내고 집단 이기주의의 문제점을 드러내며 경종을 울린 점은 높이 살만하다. 배우 이성민의 연기는 진가를 발휘한다. 그는 딜레마에 빠진 목격자의 심리를 깊이 있게 표현하며 현실감을 높였고 감정의 완급조절과 섬세한 표정연기로 화면을 압도했다.

여름이 끝나가는 8월의 끝자락, 영화 ‘목격자’는 관객들로 하여금 우리사회에 대해 한 번쯤 되돌아보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양경미(영화평론가)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