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극장가에 두 편 흥행…외화 의존 시장 재편되나

CJ ENM이 만든 '신비아파트'
인기 방송물을 20억 들여 영화로
4~8세 어린이·엄마 관객에 인기
손익분기점 이미 넘어 흥행 순항

초이락컨텐츠팩토리 '헬로 카봇'
국산 애니메이션 역대 흥행 4위
제작비 36억…손익분기점 105만명
케이블TV 등서 VOD서비스
여름 극장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 ‘극장판 헬로카봇: 백악기 시대’.

여름 극장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 ‘극장판 헬로카봇: 백악기 시대’.

올여름 극장가에 선보인 국산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 금빛 도깨비와 비밀의 동굴’과 ‘극장판 헬로카봇: 백악기 시대’가 나란히 흥행에 성공했다. 외국산이 휩쓸고 있는 국내 장편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한 시즌 두 편의 국산물이 흥행에 성공한 것은 처음이다.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CJ ENM이 제작한 ‘신비아파트’는 지난달 25일 개봉해 21일까지 67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총제작비로 20억원이 채 들지 않은 이 작품은 손익분기점이 60만 명이다. 초이락컨텐츠팩토리가 만든 ‘극장판 헬로카봇’은 지난 1일 개봉해 이날 85만 명을 기록 중이다. 85만 명은 국산 애니메이션 역대 흥행 4위에 해당한다. 총제작비 36억원을 투입한 이 작품의 손익분기점은 105만 명이다. 제작사인 초이락컨텐츠팩토리 관계자는 “인터넷TV(IPTV)와 케이블TV들이 이 작품의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를 21일부터 시작했다”며 “VOD와 수출 실적 등을 합치면 손익분기점을 훌쩍 넘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모두 인기 방송물을 ‘영화화’

‘신비아파트’

‘신비아파트’

두 작품은 인기 방송 애니메이션을 저예산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4~8세의 연령대를 타깃으로 한 두 작품을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관람한 게 흥행 비결이다. 신비아파트를 제작한 석종서 CJ ENM 국장은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은 20만 명을 넘기 어려운데 기대 이상의 관객몰이에 성공했다”며 “내년 겨울방학 개봉을 목표로 또 하나의 장편 신비아파트를 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CJ ENM이 자체 지식재산권(IP)으로 기획해 제작한 첫 애니메이션이다. CJ 측은 시장 규모가 작은 만큼 예산 절감을 위해 2차원(2D)으로 제작했다. 또 방송용 신비아파트는 호러(공포)가 중심이지만 극장에서는 어드벤처물로 변형해 색다른 맛을 줬다.

극장판 헬로카봇은 방송 버전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공룡 로봇을 등장시켜 어린이 관객을 사로잡았다. 초이락 관계자는 헬로카봇이 시즌6까지 나오면서 초등학교 3학년까지 관람 연령층이 높아졌다”며 “엄마 관객까지 보태져 흥행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초이락 측은 올해 말께 ‘극장판 공룡메카드’도 개봉할 계획이다.

'헬로카봇' 85만, '신비아파트' 67만명… 국산 애니 돌풍

영화진흥위원회 관계자는 “오리지널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은 관객들이 인지하기도 전에 간판을 내려 흥행하기 어려웠다”며 “인기 방송물을 극장용으로 제작해 수익 모델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뽀로로 극장판, 새 길 개척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2015~2017년)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국산이 10%, 외국산이 90%를 점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사영화의 경우 국산과 외국산이 50 대 50인 것과 대비된다. 역대 100만 명 이상 모은 국산 애니메이션은 ‘마당을 나온 암탉’(220만 명)과 ‘점박이: 한반도의공룡’(105만 명) 등 단 두 편이다. 흥행이 어려우니 제작 편수도 적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최고 인기 방송 애니메이션 ‘뽀로로’가 새 길을 개척했다. 오콘이 ‘극장판 뽀로로’ 네 편을 제작해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2013년 ‘슈퍼썰매 대모험’이 93만 명을 모은 것을 비롯해 ‘눈요정마을 대모험’(25만 명), ‘컴퓨터왕국 대모험’(44만 명), ‘공룡섬 대모험’(82만 명) 등이다. 극장판은 뮤직비디오적인 요소를 강화해 일부 아이들이 장내에서 춤을 출 정도였다.

김일호 오콘 대표는 “네 편 모두 50~100% 수익을 냈다”며 “총제작비를 30억~40억원대로 낮췄고 VOD와 수출이 극장 매출을 앞선 게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매년 극장판을 하나씩 선보일 것”이라며 “극장판은 뽀로로 브랜드 생명을 지속시키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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