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9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 그룹 비투비 이민혁(왼쪽부터), 서은광, 프니엘, 임현식, 이창섭, 정일훈, 육성재. / 사진제공=큐브엔터테인먼트
9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 그룹 비투비 이민혁(왼쪽부터), 서은광, 프니엘, 임현식, 이창섭, 정일훈, 육성재. / 사진제공=큐브엔터테인먼트
끝은 시작과 맞닿아 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순간에 새로운 때가 시작된다. 그룹 비투비가 한 시절을 보냈다. 첫 번째 막이 끝났다는 건 두 번째 막, 새로운 시절이 시작된다는 의미다. 9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비투비의 단독콘서트 ‘디스 이즈 어스(THIS IS US)’가 열렸다.

공연장으로 향하는 팬들의 심정은 복잡 미묘했을 것이 분명하다. 리더 서은광이 오는 21일 입대한다는 소식이 불과 나흘 전 전해졌다. ‘첫 여름 콘서트’라는 설명은 ‘서은광 입대 전 마지막 콘서트’로 변했다. 그래도 비투비는 씩씩했다. 정일훈은 서은광을 콕 집으며 “즐거워야죠”라고 말했다. 서은광도 웃음으로 답했다.

데뷔 6년 만에 처음으로 체조경기장에서 공연을 열게 된 비투비는 “아이돌에겐 이곳이 꿈의 무대”라고 했다. / 사진제공=큐브엔터테인먼트
데뷔 6년 만에 처음으로 체조경기장에서 공연을 열게 된 비투비는 “아이돌에겐 이곳이 꿈의 무대”라고 했다. / 사진제공=큐브엔터테인먼트
비투비는 공간과 시간을 가로질렀다. 재즈풍의 ‘블루 문(Blue Moon)’을 부를 땐 무대를 세련된 재즈바로 바꿔놓더니 애절한 발라드곡 ‘언젠가’에서는 정원처럼 꾸민 무대를 공중에 매달았다. 때마침 관객들의 양광봉도 초록빛으로 바뀌어 객석 전체가 풀밭처럼 보였다. 시간도 과거와 현재를 오갔다. 가장 최근에 발표한 노래인 ‘비가 내리면’과 가장 오래된 노래 중 하나인 ‘이매진(Imagine)’을 모두 불렀다. 데뷔 초 했던 패션쇼도, 데뷔 무대에서의 실수도 똑같이 재연했다. 이창섭은 “‘이매진’을 준비하면서 음이탈까지 연습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 외에도 ‘킬링 미(Killing Me)’ ‘콜 미(Call me)’ ‘예(Yeah)’ ‘기타(Guitar)’ ‘기도’ ‘괜찮아요’ ‘너 없인 안 된다’ ‘우리들의 콘서트’ ‘그리워하다’ ‘셰이크 잇(Shake it)’ 등 모두 33곡이 선곡됐다. 개인무대도 마련됐다. 발라드와 록, 힙합과 팝 등 다양한 장르로 각자의 개성을 드러냈다.

“팬들과 우린 영원할 것”이라는 비투비. / 사진제공=큐브엔터테인먼트
“팬들과 우린 영원할 것”이라는 비투비. / 사진제공=큐브엔터테인먼트
오는 21일 입대하는 서은광은 시작부터 잔뜩 상기된 모습이었다. 목소리는 유난히 또렷했고 기교는 유난히 화려했으며 감정 표현은 유난히 사무쳤다. ‘더 필링(The Feeling)’부터 ‘무비(Movie)’ ‘블루 문’까지 처음 세 곡을 마친 그가 “긴 말은 않겠다. 더욱 재밌게 즐기셔야 한다”고 말하자 객석에선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이 속출했다. 멤버들은 “뒤에 맘 놓고 울 시간이 마련돼 있다” “지금부터 울면 쓰러진다”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약속(?)한 대로 서은광은 팬들을 제대로 울렸다. 전광판에 서은광의 사진이 떠오르자 터져 나온 아쉬움의 함성은 서은광의 목소리로 ‘이등병의 편지’가 퍼져 나가자 눈물로 바뀌었다. 서은광은 마치 뮤지컬 넘버를 부르듯 웅장한 목소리로 공연장을 채웠다. 어느덧 그 자신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노래를 마친 서은광은 “건강 챙기면서 (군 생활) 잘하고 돌아오겠다”며 “내 메시지가 잘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팬들이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자 “내가 이 은혜 꼭 갚는다”고도 했다.

비투비에게 데뷔 후 첫 1위를 안겨줬던 ‘괜찮아요’는 이날 팬들의 ‘떼창’으로 다시 완성됐다. 비투비가 ‘내가 할 수 있는 건 노래 가사뿐이죠 / 힘들어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 잘 될 거예요’라고 노래하면 팬들이 ‘아이 빌리브 인 유(I believe in you)’라고 화답했다. 긴 말 대신 노래로 약속을 나눴다.

‘이것이 우리다(THIS IS US).’ 비투비가 지난 6월 발매한 음반에서 따온 이 제목은 전형적인 단어로 정의되지 않고자 하는 이들의 야심과 각오와 자신감을 동시에 보여줬다. 서은광의 입대로 완전체 비투비 활동에는 피치 못할 공백이 생기게 됐지만 몇 년 어느 날, 다시 하나가 된 비투비는 다시 한 번 보여줄 것이다, 자신들이 누구인지.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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