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절반을 김미소만 보고 살았어요. 유달리 잘 해내고 싶은 캐릭터였거든요. 개성은 조금 없을 수 있는데도 김미소에게 이상하게 끌렸습니다. 진심으로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목표의식이 확실하게 들었죠.”

나무엑터스 제공
나무엑터스 제공
최근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극본 백선우·최보림, 연출 박준화)에서 김비서(김미소)를 연기한 박민영의 말이다. 2006년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데뷔한 그는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통해 처음으로 로맨틱 코미디의 주연을 맡았다.

박민영과 박서준의 ‘로코’ 조합으로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시청률 8%(닐슨코리아)를 넘었다. 동시간대 1위였다. 박민영은 “인기 웹툰이 원작이라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지만 자신 있었다”고 했다. 김미소의 캐릭터가 동기부여의 계기였다. 그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뭔가 보여 드릴게요’라는 생각으로 반년 동안 캐릭터를 준비했다”고 했다.

“사랑스럽고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여주인공도 매력있죠. 하지만 일할 때 카리스마가 느껴지고, 2030세대 여성들이 닮고 싶고 친해지고 싶은 여성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바로 김미소였죠. 김미소는 드라마에서도 호감도가 높잖아요. 이런 역할을 만나기가 사실 쉽지 않은데, 제가 하게 돼서 촬영하면서 재밌었습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가 사랑받은 이유 중 하나는 원작에 충실했다는 점이다. 박민영은 “웹툰 독자들이 드라마를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웹툰 속 김미소와 비슷하게 보이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고 했다.

“극 중 김미소는 저보다 훨씬 더 자기관리에 철저합니다. 그래서 넉 달 동안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면서 김미소와 옷을 비슷하게 입을 수 있는 수준으로 몸을 만들었어요. 그후 ‘김미소 룩’과 비슷한 스커트를 색상별로 열 가지 넘게 제작했습니다. ‘웹툰의 실사화’를 최대한 성공적으로 이끌고 싶었거든요. 지금 트렌드와 다른 머리 스타일도 웹툰을 따라 했고요. 신발도 다 따로 만들었죠.”

조용한 카리스마의 김미소를 표현하기 위해 돋보이려고 하기보다는 절제하면서 연기의 톤을 잡았다고 한다. 극 중 모든 캐릭터의 개성이 뚜렷해 김미소가 각 캐릭터와 사건의 흐름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라고 해석했다는 것이다.

“욕심내지 않고 연기하려고 했어요. 촬영 후 모니터링하면서 보니 표정이나 어미의 미묘한 변화에 따라 김미소의 감정 차이가 느껴져서 새로운 재미를 느꼈습니다. 저도 못 봤던 표정과 모습들을 보게 돼 깜짝 놀라기도 했어요. 다른 드라마보다 더 풍부한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의 또 다른 얼굴을 찾아가는 것 같아서 흥미로운 경험이었죠.”

박민영은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어릴 때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을 사랑에 관한 환상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데 디즈니 만화나 동화책에서 봤을 법한 장면들이 순수하게 느껴져서 좋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친 일상에서 방송 시간을 기다려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 푹 빠져 아무 생각 없이 보고 나왔다는 평이 기억에 남습니다. 교훈이나 메시지를 주는 드라마와 달리 현실을 잠깐 잊을 수 있는 드라마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끝났지만 앞으로도 삶에 지쳤을 때 한 번씩 꺼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수경 한경텐아시아 기자 ksk@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