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봉세라 과장 역으로 인생작을 만났다는 호평을 얻은 배우 황보라. / 사진제공=UL엔터테인먼트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봉세라 과장 역으로 인생작을 만났다는 호평을 얻은 배우 황보라. / 사진제공=UL엔터테인먼트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이하 ‘김비서’)는 지난 7월 26일 많은 여운을 남기며 종영했다. 배우 황보라는 주연이 아니었다. 러브라인은 박서준과 박민영에게 주어졌고, 황보라는 극 중 부회장(박서준)의 부속실 직원 중 한 명인 봉세라 과장 역을 연기했다. 원작 웹툰에서는 없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황보라는 자신의 캐릭터 뿐만 아니라 극 전체에도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가 능청스럽게 표현한 봉세라 과장은 ‘김비서’가 주는 확실한 재미 중 하나였다.

“이렇게 좋은 반응을 얻으리라고는 기대도 안 했어요. 봉세라는 사실 원작에도 없었고, 드라마 시놉시스에선 세 줄짜리 캐릭터였거든요. KBS2 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이하 ‘우만기’) 촬영 도중 제안이 들어왔던 터라 못할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김비서’의 제작진은 KBS2 드라마 ‘쌈, 마이웨이’에 특별 출연한 황보라를 눈여겨보고 출연을 제안했다. ‘쌈, 마이웨이’와 ‘우만기’를 통해 특유의 유쾌한 매력을 발산한 그였지만, 이전에는 그다지 주목 받지 못한 채 공백기를 거쳤다. 황보라는 “‘돌파구를 찾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남들이 다 하는 예쁜 역할이 아니라, 하지 않는 것을 찾아서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누군가를 따라하지 말고,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한 거죠.”

황보라는 “스스로를 한 꺼풀 내려놓는 순간, 캐릭터에 접근하기가 쉬워졌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모든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하는 행동들을 유심히 살펴서 좀 더 돋보이게 연기한다”고 덧붙였다.

“어린 아이들의 행동들도 유심히 봅니다. 아이들은 순수하잖아요. 그런데 시청자들은 제가 순수한 연기를 보여줬을 때 어떤 희열을 느끼는 것 같아요. 제가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즐겨보는 이유에요. EBS1 ‘다문화 고부 열전’도 한 편의 드라마라고 생각해서 좋아합니다. ‘고부 열전’ 에피소드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연기에 활용할 때도 많아요. 다음 작품에서도 기대해주세요. 하하.”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는 배우 황보라. / 사진제공=UL엔터테인먼트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는 배우 황보라. / 사진제공=UL엔터테인먼트
황보라는 봉세라 역할에 치열하게 매달렸다. 감독에게 아이디어를 적극 제안한 것은 물론이고 족히 100번은 재촬영한 장면도 있었다. MT를 갔을 때 속옷 ‘뽕’이 날아가는 장면이 그랬고, 봉세라가 김미소(박민영)에 대해 험담하는 여직원들에 맞서다 대걸레를 먹는 신을 찍었을 때는 감독에게 “일당백”이라는 칭찬을 들었다. 마냥 밉상으로만 비춰질 수 있었던 봉세라가 사랑스럽게 느껴진 것도 황보라의 고민과 노력 덕분이었다.

“원래 봉세라는 ‘여자 이영준(박서준)’같은 캐릭터였어요. 자신을 꾸미는 것에 티가 날 정도로 욕심이 많고, 남자라면 다 좋아해서 밉상 되기 딱 좋겠다고 생각했죠.(웃음) 그래서 스타일리스트와도 많이 상의했습니다.”

황보라는 자신의 코믹 연기를 더 확고하게 다듬고 싶다고 했다.

“제 캐릭터에 더 풍성한 감정과 사연을 담고 싶습니다. 희노애락이 느껴질 수 있도록 풍부하게 연기하고 싶어요. 하정우 오빠가 언젠가 저를 보고 ‘여자 송강호’같은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 말마따나 코믹 연기를 하든, 슬픈 연기를 하든 송강호 선배처럼 깊이 있게 각인되고 싶어요. 제가 부산 출신이라 사투리 연기도 자신있거든요.(웃음)”

올해 데뷔 15년을 맞은 황보라는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 역할의 크고 작음을 가리지 않고 주어진 캐릭터에 열심히 몰입할 예정이다. 황보라는 “배우는 정년퇴직이 없는 평생직장이라 너무 감사하다”며 “죽을 때까지 제 길이라고 생각하고 저만의 캐릭터를 보여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드라마 ‘배가본드’ 첫 촬영을 최근에 마쳤어요. 극에서 수지와 절친한 사이로 나와서 처음에는 일부러 많이 만났는데 지금은 정말로 친해져서 첫 촬영 때 확실히 느낌이 좋더라고요. 하하. ‘김비서’의 비서실에서도 제가 회식을 많이 주도했거든요. 요즘 어떤 촬영장이든 이렇게 호흡이 잘 맞다 보니 다시 신인으로 돌아간 느낌이에요. 하정우 오빠처럼 남은 올해 하반기에도 소처럼 열일할 테니 기대해주세요.(웃음)”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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