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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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 드라마가 강했다면 2부는 캐릭터와 드라마가 적절히 조화돼 앙상블을 이뤄냅니다. 1000년 전 이야기가 뒷받침돼 인물들이 더 잘 보이고 영화도 더 풍성하게 느껴질 겁니다.”

다음달 1일 전편에 이어 개봉하는 ‘신과함께-인과 연’으로 돌아온 배우 하정우의 말이다. 그는 극 중 저승 삼차사의 리더 강림 역을 맡아 열연했다. 지난해 말 개봉한 전편 ‘신과함께-죄와 벌’은 1441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국내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다.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지난 26일 하정우를 만났다.

‘신과함께’ 시리즈는 한국 영화 최초로 1편과 2편을 동시에 제작했다. 한 번 세트를 만들면 배우들은 영화의 전개 과정과 상관없이 그 세트 장면을 모두 촬영해야 했다. 하정우 역시 영화의 1편 발단과 2편 절정 부분을 함께 촬영했다. 그는 “장면마다 어떤 흐름으로 흘러가겠다고 예상하고 감정 그래프의 선을 그려놨다. 그 장면에서 달성해야 할 목표도 키워드로 정해놨다”고 자신만의 연기 노하우를 밝혔다. 영화 장면 대부분이 컴퓨터그래픽(CG)이라 상상력도 많이 필요했다. 그는 “(블루스크린 앞에서 연기하기가) 너무 쑥스러웠다. (그걸 극복하고 나니) 심지어 연기가 늘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공룡이 나오는 장면은 세트도 없고 조명만 있는 허허벌판이었어요. 스태프만 100여 명이 지켜보고 있는 거예요. 거기서 제가 하는 대사도 별다른 게 아니잖아요. 더 가관인 건 혼자 원을 그리고 허공에 대고 360도 돌면서 칼을 휘둘러요. 완성된 영화에서는 음악과 분위기가 같이 어우러졌지만 그걸 찍을 땐 아무것도 없었죠. 그런 고비를 넘겼어요. 하하.”

2편에서는 환생을 앞둔 삼차사가 1000년 전 자신들이 인간이었을 때로 찾아가면서 얽혀있는 연의 실타래를 풀어나간다. 하정우는 삼차사 가운데 유일하게 과거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캐릭터가 가진 고독함과 외로움, 죄책감까지 하정우는 밀도 높은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신과 함께 세계관에 아시아인들 共感… 3편도 기대"
“모든 장면에 공을 들이지만 감정을 많이 써야 하는 장면은 특히 신경 쓰입니다. 감정을 많이 표출하다 보면 그 감정에 취해서 계획한 대로, 준비한 대로 표현하지 못할 때가 있어요. 2부 마지막에 염라대왕이 증인으로 나온 살인지옥 재판 장면에서는 감정이 많이 올라간 상태였어요. 그 장면을 5일 동안 눈이 시뻘게진 채 감정 충만해서 찍었습니다. 움직임 하나하나 반복 연습을 많이 했어요. 5일 동안 감정을 유지하기도 힘들었습니다. 하하.”

‘신과함께’는 한국 영화사에서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동양적 사후 세계관이라는 소재, 국내에서 흔치 않은 블루스크린 연기, 한국형 프랜차이즈의 탄생 등이 그렇다. 전편은 대만에서 역대 한국영화 흥행 1위를 달성했고 홍콩에서는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하는 등 범(汎)아시아적 화제를 모았다. 하정우는 그 인기 비결로 아시아권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의 세계관을 꼽았다. 그는 “방탄소년단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K콘텐츠의 높은 수준에 감탄했다”며 “한국 영화인들이 영화를 잘 만든다는 것도 인기의 이유”라고 했다.

전편의 기록적 흥행 덕분에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도 크다. 하지만 하정우는 “1, 2편의 색깔이 워낙 달라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만약 3, 4편이 제작되고 출연 제의가 온다면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다재다능하다. 화가로도 활동 중인 그는 지난 11일부터 열두 번째 개인전 ‘베케이션’을 열고 있다. 영화 ‘롤러코스터’ ‘허삼관’ 등을 연출하기도 했다. 다음주에는 기획 중인 영화의 초고도 나온다. 그는 이번 연출작이 “케이퍼 무비를 내세운 코미디 영화, 언론사 기자들 이야기”라고 귀띔했다. 그는 이 같은 활동들이 서로 영감을 준다고 했다.

“그림은 주로 인물화를 많이 그려요. 배우로서 늘 고민인 캐릭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영화를 통해 보여주지 못한 것을 그림을 통해서 얘기하고 소통하고 싶어요. 한편으로는 ‘나를 좀 읽어주세요’라는 마음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그림, 연출보다는 배우로서 나를 움직일 만한 작품이 우선”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작품을 선택할 때는 얼마나 많은 사람과 나눌 수 있는 이야기인지를 먼저 봅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도 중요하죠. 시나리오가 아무리 좋아도 담아내는 사람의 그릇이 작다면 그건 무용지물이니까요.”

김지원 한경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