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제작비 230억 투입한 '인랑' 김지운 감독
2차대전 직후 가상의 과거를 배경으로 디스토피아적인 세계를 그린 일본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SF 애니메이션 걸작을 한국의 동명 실사영화로 옮긴 김지운 감독(54·사진)의 ‘인랑(人狼)’이 25일 국내 개봉한다. 총제작비 230억원을 투입해 강동원, 정우성, 한효주 등 톱스타를 기용한 이 작품은 10여 년 후 남북한 정부가 통일에 합의하자 신흥강국이 될까 우려한 강대국들의 제재로 혼란에 빠진 미래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설정했다. 여기서 권력기관 간 주도권 싸움이 일어나고, 그 중심에 피어나는 남녀의 위험한 사랑을 담았다. ‘밀정’ ‘좋은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으로 국내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로 불리는 김 감독이 특유의 액션 장면을 펼쳐놓는다. 22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남북통일국가 설정… 초호화 캐스팅·총격 액션으로 승부"

“시사회 반응이 좋습니다. 원작을 모독했다는 소리도 있지만 대체로 원작의 모호한 색채를 한국 실정에 맞게 바꿔 장르적 쾌감을 선사한다고 합니다. 특히 액션 장면의 호응이 압도적입니다. 한국 영화에 없던 비주얼과 스타일을 처음 그려냈거든요. 한국형 히어로무비의 가능성도 제시했습니다.”

그는 인랑을 새롭게 해석할 때 ‘야망의 시대에 사랑이 가능할까’를 화두로 삼고 요즘 세태를 반영해 조직과 개인 간 얘기를 부각했다고 한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사회에서 산다고 여기지만 실은 빅데이터에 의해 조종되는 게 현실이라고 보고 보조 플롯인 멜로를 통해 집단에서 빠져나와 개인의 존엄성을 주장한다. 메인 플롯의 액션 장면은 어떻게 연출했을까.

“원작에 대한 오마주(존경)로 총기 액션에 심혈을 기울였어요. 원작에서 불꽃 화염에 휩싸인 장면들이 인상적이었거든요. 총을 맞고 살점이 찢겨나가는 모습을 연출하고 싶었지만 주변에서 15세 관람가도 나오기 힘들다고 만류하더군요. 그래서 강력한 타격감을 묘사하는 데 집중했어요. 훈련용 유탄발사기를 개조한 총격 액션도 넣었죠. 고무탄 대신 유탄을 갈아끼워 날아가는 장면과 함께 막강한 타격감을 담았습니다.”

초호화 캐스트로 ‘미남미녀 얼굴대잔치’로 꾸민 이유도 설명했다.

“‘인랑’ 역 강동원은 화염 뒤에 근사한 모습의 배우로 적격이었어요. 만화 캐릭터를 연기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배우, 현실적인 감정보다 비현실적인 아우라(독보적인 분위기)를 보여줄 수 있는 배우거든요.”

기존 드라마에서 안정된 연기를 보여준 한효주를 캐스팅한 이유는 신선한 배경의 주인공으로 발탁해 재미까지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송강호, 이병헌 하정우처럼 안정된 연기에 재미까지 주는 배우로 도약시키고 싶었다는 얘기다.

“인랑의 훈련소장은 참모형 막후 설계자입니다. 전형적인 훈련소장에서 벗어나 다른 색깔을 입혀보려고 했어요. 묵직하고, 냉정하고, 빈틈없고, 단호한 이미지의 정우성이 제격이었어요. 정우성은 나이를 먹을수록 멋있어지는 조지 클루니를 연상시킵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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