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지난달 14일 발표한 신곡 ‘뚜두뚜두’로 국내외 음원 차트를 휩쓸고 있는 그룹 블랙핑크의 제니(왼쪽부터), 지수, 로제, 리사. /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지난달 14일 발표한 신곡 ‘뚜두뚜두’로 국내외 음원 차트를 휩쓸고 있는 그룹 블랙핑크의 제니(왼쪽부터), 지수, 로제, 리사. /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그룹 블랙핑크가 지난달 15일 발표한 첫 번째 미니음반 ‘스퀘어 업(SQUARE UP)’은 같은 달 30일 공개된 빌보드 메인 음반 차트 빌보드200에서 40위에 올랐다. 타이틀곡 ‘뚜두뚜두’는 메인 싱글 차트인 핫100에서 55위를 기록했다. 이들 모두 K팝 걸그룹 최고 기록이다. 빌보드 K팝 칼럼니스트 제프 벤자민은 “블랙핑크가 K팝 걸그룹 역사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블랙핑크는 데뷔 당시부터 해외 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YG엔터테인먼트’라는 브랜드가 큰 역할을 했다. 데뷔싱글에 실린 ‘붐바야’와 ‘휘파람’의 뮤직비디오는 각각 공개 6개월, 8개월 만에 조회수 1억 건을 돌파했다. 관심은 오래도록 이어졌고 더욱 뜨겁게 불탔다. 블랙핑크가 이후 발표한 노래들 역시 1억 건 이상의 뮤직비디오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기록 달성에 걸리는 시간은 점차 단축됐다. ‘YG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에서 시작된 관심을 블랙핑크는 자신을 향한 팬심으로 돌렸다.

블랙핑크의 가장 두드러진 개성은 음악과 패션이다. 힙합과 전자음악을 활용해 기존 걸그룹과 차별화를 꾀하고 트랩비트(‘뚜두뚜두’)나 뭄바톤(‘포에버 영’)처럼 해외에서 유행하는 장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글로벌 팬들을 불러들인다. 화려하고 여성스러운 의상은 음악의 강렬한 분위기를 세련되게 포장하는 동시에 여성 팬들의 관심을 이끌어낸다. 많은 걸그룹들이 친근함을 전략으로 남성 팬들에게 어필하는 것과 달리 블랙핑크는 여성 팬들을 표적으로 삼아 그들로부터 선망을 얻어낸다.

지수가 자신의 사진 앞에서 발을 헛디디자 남성들이 휴대전화로 그를 저격하는 장면. 지수는 “사람들이 연예인인 나에게 열광하면서도 내가 작은 실수만 하면 나를 겨냥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 사진제공=블랙핑크 ‘뚜두뚜두’ 뮤직비디오
지수가 자신의 사진 앞에서 발을 헛디디자 남성들이 휴대전화로 그를 저격하는 장면. 지수는 “사람들이 연예인인 나에게 열광하면서도 내가 작은 실수만 하면 나를 겨냥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 사진제공=블랙핑크 ‘뚜두뚜두’ 뮤직비디오
신곡 ‘뚜두뚜두’에선 이런 경향이 특히 도드라진다. 그동안 블랙핑크는 강한 여성상을 그리면서도 이성에 대한 구애는 놓지 않았다. 가령 데뷔곡 ‘붐바야’에선 스스로를 ‘모두가 바라보는’ 인물로 설정하면서도 “지금 네가 좋아”라며 “오빠”를 외친다. ‘스퀘어 업’ 직전 발표한 ‘마지막처럼’은 ‘마지막인 것처럼 사랑해달라’는 더욱 애절한 구애를 담고 있다. 반면 ‘뚜두뚜두’는 자아와 자기애를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너’는 구애의 대상이 아니라 나의 가치를 증명하는 존재가 된다.

뮤직비디오는 노래의 화자와 실제의 블랙핑크를 더욱 긴밀하게 연결한다. 지수가 전시된 사진의 사진 앞에서 발을 헛디디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지수의 사진을 휴대전화로 찍던 남성들은 지수가 휘청이자 휴대전화를 총처럼 쥐고 그를 저격한다. 지수는 “사람들이 연예인으로서의 나에 대해서는 열광하지만 내가 작은 실수만 해도 나를 겨냥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자전적인 이미지를 뮤직비디오 안에 연출함으로써 가사에 담긴 스웨그를 실제의 블랙핑크에게 투영하도록 만든 것이다.

데뷔 초 블랙핑크는 직속 선배인 투애니원과 자주 비교되곤 했다.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의 4인조 걸그룹이란 공통점 외에도 노래의 구성이나 멤버들의 창법이 꽤나 비슷했기 때문이다. 예쁜 외모와 이성을 향한 구애로 차별화를 꾀했던 블랙핑크는 ‘뚜두뚜두’에서 자신의 모습 자체로 정체성을 세워가고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블랙핑크에 대해 “한국에서 가장 촉망받는 루키”라며 “양보다 질이 우선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블랙핑크의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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