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오는 29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공연하는 일본 밴드 세카이노 오와리의 DJ 러브(왼쪽부터), 후카세, 사오리, 나카진. / 사진제공=라이브네이션코리아
오는 29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공연하는 일본 밴드 세카이노 오와리의 DJ 러브(왼쪽부터), 후카세, 사오리, 나카진. / 사진제공=라이브네이션코리아
일본밴드 세카이노 오와리(후카세·나카진·사오리·DJ 러브)의 팀 이름은 우리말로 ‘세상의 끝’이라는 뜻이다. 보컬 후카세의 불행한 과거를 투영한 이름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앓았던 그는 정신 질환을 앓다가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후카세가 팀 이름에 담아낸 것은 절망이 아니라 희망이다. 그는 ‘세상이 끝나버렸다고 생각했던 순간 모든 것이 시작됐다’는 의미로 팀 이름을 ‘세상의 끝’이라고 지었다. 오는 29일 내한 공연을 갖는 세카이노 오와리를 대표해 후카세가 텐아시아와 서면 인터뷰를 가졌다.

“밴드를 처음 결성했을 때부터 이름은 ‘세카이노 오와리’였습니다. 정말 세상의 끝이라고 느낄 만큼 어려움을 겪은 후였기 때문에 그렇게 지은 거죠. 제가 모든 것을 잃어버렸던 시점에서 저는 다시 일어서야 했고, 그 때 줄곧 저를 응원해준 친구들과 음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어디서 시작했는지 상기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 이름입니다.”

팀 이름에 담긴 의미만큼이나 세카이노 오와리의 노래들은 가사가 아름답다. 서정적인 분위기로 국내 팬들에게서도 큰 인기를 얻은 ‘화조풍월’에서는 ‘언젠가 눈물이 마르는 날이 와도 밤하늘의 빛을 잊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진취적인 멜로디가 일품인 ‘RPG’에선 ‘조금 무서워도 괜찮아. 우린 이젠 혼자가 아냐’라고 노래한다.

노래의 주제도 다양하다. 두 장의 EP 음반과 두 장의 정규 음반에서 세카이노 오와리는 평화, 죽음, 생명, 절망, 우주 등 삶 속에서 겪거나 관찰하는 다양한 현상과 감정을 노래 가사로 삼는다. 후카세는 “우리의 노래가 뭔가를 대표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우리의 평범한 삶에서 느끼는 것들에 대해 노래를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르 면에서도 록이나 팝, 전자음악, 심지어 힙합까지 영역을 넓혀왔다.

세카이노 오와리의 멤버들은 학창시절부터 알고 지내다 2006년 팀을 결성했다. /사진제공=소니뮤직
세카이노 오와리의 멤버들은 학창시절부터 알고 지내다 2006년 팀을 결성했다. /사진제공=소니뮤직
세카이노 오와리는 일본에선 이미 대형 스타다. 팀이 결성됐던 2006년에는 직접 만든 클럽에서 서른 명 남짓의 관객들 앞에서 공연했다. 하지만 2010년 데뷔음반을 낸 뒤 3개월 만에 메이저 음반사와 계약을 맺고 ‘꿈의 무대’라고 불리는 부도칸에 입성했다. 지금은 닛산 스타디움에서 이틀 간 14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을 정도로 성장했다.

국내에도 팬이 제법 많다. 2016년 지산 밸리록 페스티벌과 2017년 단독 콘서트로 국내 팬들과 만났다. 후카세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알고 즐기는 모습을 보는 건 정말 멋진 일”이라며 “가장 최근 열렸던 한국 공연(2017년 단독 공연)에서 관객 여러분들이 우리 응원봉을 들고 있었던 장면이 기억난다. 정말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공연 내내 얼마나 에너지가 넘쳤는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카이노 오와리는 직접 곡을 쓰고 음반을 만들뿐 아니라 공연도 연출한다. 동화 속을 연상시키는 환상적인 무대 구성과 연출은 세카이노 오와리의 음악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음악과 뮤직비디오에도 멤버들의 손길이 닿아 있다.

“의상, 무대연출, 뮤직비디오…각각의 모든 것들은 서로 연관되어 있고 더 큰 그림을 만드는 데 중요합니다. 가능한 모든 것들에 신경을 쓰려고 합니다. 삶에서 어떤 한 장면을 꺼내 보면, 그 속에는 기쁨, 슬픔, 즐거움 등 단지 한 가지 상태가 아닌 삶의 모든 면들이 담겨 있는데요. 이렇듯 우리의 노래와 뮤직비디오에서도 여러 가지 면을 담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세카이노 오와리는 지난달 29일 힙합 그룹 에픽하이(미쓰라진, 타블로, DJ 투컷츠, 오른쪽부터)와 함께 신곡을 냈다. /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세카이노 오와리는 지난달 29일 힙합 그룹 에픽하이(미쓰라진, 타블로, DJ 투컷츠, 오른쪽부터)와 함께 신곡을 냈다. /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세카이노 오와리는 오는 29일 다시 한국을 찾는다. 오는 27일부터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리는 ‘사운드시티(Sound City)’ 공연을 위해서다. 공연에 앞서 지난달 29일 힙합그룹 에픽하이와 함께 만든 ‘슬리핑 뷰티(Sleeping Beauty)’를 발표했다. 그동안 여러 인터뷰에서 에픽하이와의 협업을 희망해왔던 후카세는 “에픽하이의 ‘본 헤이터(BORN HATER)’ 뮤직비디오를 처음 봤을 때 전율을 느꼈을 만큼 그들의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나라들 중 하나여서 한국에 다시 가게 됐다는 기대감으로 신이 나 있습니다. 부디 공연 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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