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마녀’에서 악역을 연기한 최우식.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영화 ‘마녀’에서 악역을 연기한 최우식.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장난기 가득한 소년의 얼굴 뒤로 소름끼치는 악함이 숨어있었다. 영화 ‘마녀’에서 귀공자 역을 맡은 최우식의 이야기다. ‘마녀’는 시설에서 수많은 이들이 죽은 날, 홀로 탈출한 후 기억을 잃고 살아온 자윤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들을 만나면서 시작되는 미스터리 액션 영화다. 귀공자는 자윤 앞에 나타나 그를 혼란에 빠뜨리는 인물이다.

그동안 최우식은 발랄하고 명랑한 모습을 보여줬다. 바보 같기도 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서늘한 눈빛으로 가차 없이 사람을 죽인다. 살인의 순간을 즐기기도 한다. 22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최우식을 만났다. 그는 “5~6년간 계속해서 밝은 캐릭터만 해오다보니 슬럼프 아닌 슬럼프를 겪었다. 내가 연기를 하는 건지 카메라 앞이 편해져서 까부는 건지 헷갈길 정도였다”며 연기 변신을 위한 갈망을 드러냈다.

“귀공자는 악역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가 악한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영화에서 자윤은 시설에서 도망쳐 가족, 친구들과 행복하게 자랐습니다. 그러나 귀공자는 계속해서 실험 도구로 이용 당했죠. 아마도 귀공자는 자윤을 따라 도망치고 싶었을 겁니다. 그런 면에서 콤플렉스를 가진 ‘이유 있는 악역’이죠. 냉혹한 환경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겁니다.”

영화에서 귀공자는 계속 손톱을 물어뜯는다. 최우식은 “무언가 결여됐다는 설명을 이런 작은 설정으로 대신했다. 귀공자가 자윤에게 꼼짝 없이 당하는 장면에서는 관객들이 그에게 연민도 느꼈으면 했다”고 말했다.

영화 ‘마녀’에서 귀공자 역으로 열연한 최우식./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영화 ‘마녀’에서 귀공자 역으로 열연한 최우식./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마녀’에서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가 김다미와의 결투 신이다. 그는 화려하기보다 간결한 액션을 선보인다. “액션 연기는 맞는 것만 했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부담감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가장 어려웠던 건 액션을 그냥 잘하는 것이 아니라 귀공자스럽게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며 “사람이 아닌 것처럼 냉철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벽을 부수고 주먹을 날려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특유의 익살스러움은 잃지 않았다.

“원래 시나리오에서 귀공자는 말 그대로 귀공자였어요. 냉정하면서도 단면적인 느낌이 강했죠. 기존의 내 이미지와 너무 달라 그대로 보여준다면 관객들이 부담스럽고 불편하게 느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감독님께 캐릭터를 좀 더 유연하게 바꿔보자고 말씀드렸어요. 장난스러운 모습을 담아 처음보다 입체적으로 표현했어요.”

이번 영화를 위해 그는 3개월간 매일 4~5시간의 트레이닝을 받았다. 김다미와도 액션스쿨에서 처음 만났다고 했다. 그는 “만약 신인 때 내가 김다미 같은 역할을 맡았다면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잤을 것 같다. 그런데 다미는 떨지도 않고 잘 해냈다”며 “몇 년 후면 어마어마하게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고 칭찬했다. 김다미가 액션 연기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더라고 하자 “인터뷰니까 예의상 그렇게 말한 거다. (웃음)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나누자마자 서로 주먹을 날렸다. 함께 배우는 입장에서 많이 의지했다”며 웃었다.

그는 조각 미남은 아니다. 오히려 평범하다. 최우식은 “이대로 전철을 타고 집에 가도 아무도 못 알아 볼 거다. 게임을 좋아해서 PC방에 자주 가는데 거기서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평범한 얼굴을 ‘독’이라기보다는 ‘득’으로 생각하는 그다. 어떤 역할이든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외모가 내 배우 인생 최고의 장점이에요. 잘생긴 애 옆에는 나 같은 애가 꼭 하나씩 있어야 하거든요. 실제로 그런 역할도 많이 들어옵니다. 일이 끊길 일이 없죠. 하하.”

극단적인 악역에도 도전해보고 싶으냐고 묻자 “‘살인의 추억’의 박해일 선배님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흔한 ‘실장님’ 역할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하지만 차근차근 해야 할 것 같아요. 어울리지 않는 옷을 꾸역꾸역 입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지금은 많은 걸 흡수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장르를 불문하고 다 하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에 확 뜨기보다) 천천히 길게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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