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차태현/ 사진=KBS2 ‘1박 2일’ ‘거기가 어딘데’ MBC ‘라디오스타’ 방송화면
차태현/ 사진=KBS2 ‘1박 2일’ ‘거기가 어딘데’ MBC ‘라디오스타’ 방송화면


예능 프로그램에서 리액션은 다 만들어진 음식에 뿌리는 ‘참깨’와 같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재미를 극대화한다. 음식의 참깨처럼 최전방에 나서지 않고도 프로그램을 빛나게 만드는 ‘리액션의 황제’가 있다. KBS와 MBC를 넘나들며 맹활약 중인 배우 차태현이다.

KBS2 ‘해피선데이-1박 2일 시즌3′(이하 ‘1박 2일’)에서 차태현은 끊임없이 웃는다. 과거와 달리 현재 시즌에는 뚜렷하게 돋보이는 캐릭터가 없다. 멤버들 간의 케미는 좋지만 웃음 ‘타율’이 높은 편은 아니다. 그나마 개그맨 김준호와 ‘연예대상’에 빛나는 김종민이 주로 웃음을 위해 공격을 퍼붓는다. 차태현은 연신 ‘깔깔깔’ 웃는다. 멤버들이 상황을 만들 때마다 박장대소하며 분위기를 띄운다.

MBC ‘라디오스타’에서 차태현의 플레이는 ‘1박 2일’과 비슷한 듯 다르다. 김구라를 중심으로 출연자들에게 거침없는 질문을 퍼붇는 ‘독한 예능’에서 수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재미있는 상황에서는 여지없이 ‘깔깔깔’ 웃으면서도 대본에 있는 ‘독한 질문’을 던질 때면 한결 차분하게 제 역할을 한다. 차태현이 합류하기 전에는 ‘라디오스타’ 출연을 부담스러워하는 연예인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배우 최원영은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이후 “차태현 씨가 있어서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녹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차태현과 방송을 함께한 연예인들 대부분이 이같은 반응을 보였다.

최근 방송을 시작한 KBS2 탐험 예능 ‘거기가 어딘데’에서 차태현의 존개감은 뚜렷하다. 지진희, 차태현, 조세호, 배정남은 첫 번째 탐험지인 오만의 아라비아 사막에서 목적지인 아라비아해까지 42km 구간을 3박 4일 안에 횡단하기 위해 도전을 펼치고 있다. 차태현은 예능에 처음으로 고정 출연한 지진희와 ‘예능 새내기’ 배정남, 웃음을 담당하는 조세호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하고 있다. 리더 격인 지진희를 받쳐 주면서 배정남을 밀어준다. 웃음 타율이 높은 조세호를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 ‘깔깔깔’ 웃는 등 리액션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1박 2일’을 통해 습득한 야생력을 발휘하며 극한의 상황에서 멤버들에게 버팀목이 되고있다. ‘1박 2일’ ‘최고의 한방’ 등에서 함께 작업했던 유호진 PD가 주저없이 차태현을 1순위로 섭외한 이유다.

차태현의 방송 경력은 보기보다 길다. 1995년 KBS 슈퍼탤런트로 데뷔해 20년 넘게 활동해왔다. 헤픈 웃음은 프로그램을 위해 계산된 행동일 수도 있지만 억지스럽지 않다. 배우의 연기력을 감안한다고 해도 100% 포장 된 것은 아니다. 해맑게 웃는 모습에서 진정성이 느껴진다.

차태현과 그의 자녀 수찬(왼쪽부터), 태은, 수진./ 사진=텐아시아 DB
차태현과 그의 자녀 수찬(왼쪽부터), 태은, 수진./ 사진=텐아시아 DB
본업인 연기에서는 다르다. 전방에서 웃음을 투하한다. 데뷔 초반을 제외하고 영화 ‘엽기적인 그녀’ ‘복면달호’ ‘과속스캔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드라마 ‘전우치’ ‘프로듀사’ 등에 출연하며 코믹 연기를 펼쳤다.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그의 코믹 연기를 기억하는 이들이 훨씬 많다.

그렇다고 대본이 있을 때만 웃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차태현은 실제로 재미있는 사람이다. 2012년 ‘1박 2일 시즌2’에 고정으로 출연하기 전까지 그는 예능 프로그램 섭외 1순위였다. 드라마나 영화 홍보를 위해 틈틈히 출연한 예능에서 남다른 입담을 과시하며 웃음을 선사했다. 정해진 대본이 없는 상태에서도 국민 MC 유재석, 강호동에게도 ‘말발’로 밀리지 않았다.

예능에서 차태현은 억지로 웃기려 들지 않는다. 예능이라 해서 무조건 웃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없다. ‘날것’ 그대로를 보여주는 요즘 예능 트렌드에 맞게 상황에 충실할 뿐이다. 과장된 액션은 거부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행동한다. 단 여러 명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서 뚜렷하게 드러내기 위해서는 조금은 큰 소리와 몸짓이 필요하다. 그걸 알고 있는 것 뿐이다.

무엇보다 차태현은 대표적인 ‘착한 연예인’으로 손꼽힌다. 가정에 충실하고 모범적인 남편이자 아빠로서 ‘아내바보’ ‘딸바보’이다. 말 많고 탈 많은 연예계에서 오랜 시간 사건·사고 없이 꾸준하게 사랑 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생글생글 웃는 모습으로 보여지는 선한 이미지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그를 좋아하는 이유다.

‘소확행'(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시대다. 차태현은 굳이 몸개그를 하지 않고도, 분장을 하지 않고도 웃음을 주는 사람이다. ‘착한 예능’으로 ‘폭소’가 아닌 긍정의 힘을 준다. 요즘 같은 시대 소소하게나마 ‘힐링’이 필요한 시청자들에게 반가운 존재다.

‘라디오스타’에서 “예능 출연이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냐”는 김구라의 질문에 “경제가 아니라 연기에 도움이 된다. 예능을 하다 보니 순발력이 좋아진다. 그게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본업이 배우인 차태현에게도 ‘예능’은 남다르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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