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사진=JTBC ‘히든싱어5’ 방송화면 캡처
사진=JTBC ‘히든싱어5’ 방송화면 캡처
순식간에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3번에서 가수 강타가 나오면서였다. 지난 17일 다섯 번째 시즌의 베일을 벗은 JTBC 음악 예능프로그램 ‘히든싱어’의 한 장면이다. 새 시즌의 첫 번째 ‘원조 가수’로 시작을 알린 그룹 H.O.T. 출신이자 솔로 가수로도 자리잡은 강타. 하지만 3라운드에서 탈락했다. ‘히든싱어5’ 첫 회는 그야말로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분위기였다.

3년 만에 재정비를 마치고 돌아온 ‘히든싱어5’는 야심 차게 강타 편을 준비했다. 강타는 등장하자마자 “지금까지 내 목소리를 흉내 내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며 반신반의했다. 창법에 대한 질문에도 “아직 모창 능력자들의 노래를 듣지 못했기 때문에 1라운드에서 듣고 결정하겠다. 예전 창법도 연습을 해왔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히든싱어’에 나온 가수들 대부분이 처음에는 평정심을 유지한다. 자신감으로 이어질 때도 있다. 제작진은 리허설조차 모창 능력자와 원조 가수를 철저하게 분리해 진행한다. 원조 가수는 당연히 모창 능력자들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 수 없는 구조다. 의구심을 품거나 자신감이 넘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대부분 1라운드를 마친 뒤에는 얼굴에 웃음기가 싹 사라진다. 강타 역시 마찬가지였다. 차분했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6명이 경합을 벌이는 1라운드 선곡은 H.O.T.의 ‘캔디’. 강타와 같은 H.O.T. 멤버 토니안을 비롯해 일부를 제외하고는 상당수가 “4번이 강타가 아니다”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강타는 4번이었다. 토니안이 정확히 짚어내며 “긴장한 탓에 힘이 들어간 목소리”라고 했다.

사진=JTBC ‘히든싱어5’ 방송화면 캡처
사진=JTBC ‘히든싱어5’ 방송화면 캡처
1라운드 탈락자와 불과 3표 차이로 힘겹게 살아남은 강타는 “팀 곡이어서 이 부분을 처음 불러봤다”면서 긴장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 마음을 다잡은 강타는 자신의 솔로곡 ‘북극성’과 H.O.T.의 ‘빛’을 연달아 불렀다. 특히 ‘빛’에 대해 강타는 “처음으로 작사·작곡한 노래”라고 소개해 이목을 끌었다.

충격적인 반전은 ‘빛’을 부른 3라운드에서 일어났다. 음정이 살짝 흔들린 3번을 대다수가 강타가 아닐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빗나갔다. 강타는 3번에서 나왔다. 탈락자를 발표해야 하는 MC 전현무 역시 눈을 질끈 감고 강타를 외쳤다. 놀라움의 탄성도 잠시, 순간 정적이 흘렀다. 침묵의 의미는 모두 같았다. ‘히든싱어5’만의 묘미가 제대로 살아난 장면이었다.

원조 가수가 탈락하더라도 다음 라운드에서 계속 노래를 부르며 최종 우승자를 가려야 하는 것이 ‘히든싱어’의 규칙이다. 강타 역시 마지막 라운드에서 ‘사랑은 기억보다’를 열창했다. 최종 라운드까지 오른 모창 능력자는 김민창·김형찬·차겨울이었다. 마지막엔 긴장이 풀렸는지 강타가 가장 많은 표를 가져가며 1등을 했지만, 전 라운드에서 탈락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음으로 표를 많이 받은 김민창이 우승을 거머쥐었다.

상금 2000만 원과 ‘히든싱어5’ 왕중왕전 출전 기회를 얻은 김민창에게 모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그는 어릴 때부터 H.O.T.의 팬이었다. 이날 방송에서도 ‘책받침 강타’라는 애칭으로 나온 그는 강타의 열혈 팬이었다고 털어놨다. H.O.T. 활동 당시 모은 다양한 사진과 상품을 보여주며 강타는 물론 토니안과 이재원을 놀라게 만들었다.

김민창은 “강타는 내 인생의 첫 우상이다. 힘들었을 때 H.O.T.의 노래를 들으며 위로받았다. 감사한 존재”라고 했다. 우승한 뒤에도 “마치 꿈인 것 같다.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고 감격했다.

‘히든싱어5’를 연출한 김희정 PD는 “이 프로그램은 경연을 넘어서 가수와 팬의 향수, 추억, 공감을 이끌어낸다”고 강조했다. 김 PD의 말처럼 이날 역시 강타와 팬 사이의 가슴 찡한 사연이 안방극장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강타 역시 “‘생각지도 못했다’는 말은 이럴 때 하는 말인 것 같다. 내가 만든 노래가 누군가의 인생에 도움이 됐다는 말을 들으니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든다”고 화답했다.

‘히든싱어5’는 강타 편은 정적과 환호를 넘나들며 뭉클하게 끝이 났다. 다른 음악 예능프로그램에서는 볼 수 없는 긴장과 반전, 재미와 감동을 모두 잡았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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