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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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그동안 블랙핑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은 '제2의 투애니원'같다는 느낌이었다. 이 말은 사실 칭찬이긴 하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하면 아닐 수도 있었다. 블랙핑크는 YG엔터테인먼트라는 파워에 힘입어 데뷔와 동시에 승승장구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낯선 포인트가 존재했다.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오늘(15일) 1년의 공백기를 가진 블랙핑크의 첫 미니 앨범 기자간담회 현장에 취재를 다녀왔다. 블랙핑크의 기자회견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CGV 청담 씨네시티 M CUBE에서 열렸다.

블랙핑크의 기자회견에 앞서 이번 타이틀곡인 '뚜두뚜두'의 뮤직비디오와 메이킹 영상이 공개됐다. 첫 느낌은 너무나 YG 스타일이라는 것이었다. 그런 기대감과 우려감을 안고 이번 기자간담회에 임했다. 오늘 그녀들이 기자회견장에서 밝힌 내용을 바탕으로 이번 블랙핑크의 앨범 포인트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꼽아봤다.

▲걸그룹에게 1년의 공백은 꽤 긴 시간

블랙핑크는 신인 걸그룹으로는 이례적으로 1년이라는 긴 공백의 시간을 보냈다. 하루에도 많은 아이돌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에게 1년은 일반인들보다 훨씬 길었을지 모른다. 그랬던 만큼 팬들의 원성도 자자했다. 팬들은 YG엔터테인먼트에 언제 블랙핑크의 앨범을 내줄거냐며 온라인에서 항의를 벌이기도 했다.

블랙핑크 지수는 "1년 만에 컴백하게 됐다. 팬들이 기다려주신 만큼 열심히 할테니 사랑해주시면 좋겠다. 수록곡 한 곡 한 곡에 정성을 기울였다"고 컴백 소감을 밝혔다.

이어 "국내에서 오랜만에 컴백하는 만큼 팬분들께서 저희를 보고 싶어하시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처음으로 팬 사인회도 했다. 팬분들께서 기다려주신만큼 더욱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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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는 "그동안 리얼리티도 찍었고 앨범을 잘 만들고 싶어서 여러가지 신경을 많이 썼다. 멤버들 모두 좀 더 완성도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양현석 회장님이나 저희도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 그만큼 팬들에게 보답해줄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고 나왔다. 공백기가 느껴지지 않도록 열심히 해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공백기 동안 무대 위에서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는지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다음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서 더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각자 자기 관리도 하면서 스스로를 가꾸는 시간도 가졌다"고 말해 이번 앨범을 어떻게 준비해왔는지 마음가짐을 털어놨다.

블랙핑크 멤버들의 말대로 공백기는 성장을 위한 쉼표가 될 수도 있다. 1년동안 그녀들은 자기 관리에 힘쓰면서 음악적인 갈증을 느껴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앨범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야기했을까?

▲ '뚜두뚜두'는 시작일뿐…나머지 세 곡이 더 좋아

블랙핑크의 이번 미니 앨범의 타이틀곡인 '뚜두뚜두'에 대해 지수는 "'뚜두뚜두'는 총소리도 되면서 또 우리에게는 주문 같은 느낌이다. 이번 앨범 타이틀 컨셉이 '스퀘어업'인데 이게 '맞서보자', '싸워보자'라는 뜻을 담고 있어 타이틀곡과도 잘 어울린다. 그래서 강렬한 느낌으로 주문을 외우는 느낌이 든다"고 새 앨범을 소개했다.

이어 "테디 오빠와 이번 앨범을 꾸준히 작업했는데 컨셉 상의를 많이 했고 그러한 과정에서 영감을 받아 이 곡이 나오게 됐다"고 타이틀곡의 탄생비화를 설명했다.

타이틀곡 '뚜두뚜두'는 YG엔터테인먼트를 대표하는 프로듀서 TEDDY가 작사를 맡았고, TEDDY와 함께 24, R Tee, Bekuh Boom이 작곡에 참여한 가장 YG스러운 힙합곡이다. 가사는 시크하고 당당한 여성의 표상을 담아내며 블랙핑크의 정체성을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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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는 "('뚜두뚜두'를 듣고) 이거다! 저희도 목말라했던 장르였다. 이전 앨범보다 강렬하고 터프하고 힙합적인 느낌을 적용해 옷을 입었다. 지난 앨범이 소녀같은 느낌으로 보여드렸다면 이번에는 한층 더 성숙해진 느낌으로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목표다"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블랙핑크 로제는 양현석을 언급하기도 했다. 로제는 "양현석 회장님이 이번 타이틀곡에서 안무에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안무 연습 중에 직접 내려오셔서 검사도 해주시고, 포인트가 되는 부분도 알려 주셨다. '이 부분을 강조하고 멋을 부렸으면 좋겠다', '춤을 너무 여성스럽게 추지 마라', '더 세게, 멋있게 하라'는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녹음 방식에서는 늘 테디 오빠가 우리에게 최신 음악을 많이 들으라고 조언해주신다. 녹음실에 들어갈 때는 더 스타일리시하게 부르는 방법을 알고 들어가는게 중요하다고 말씀하셔서 우리도 거기에 맞춰서 준비하고 들어가는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듣게 된 '뚜두뚜두'는 영락없이 YG에서만 만들 수 있는 느낌의 곡이었다. 그런 느낌을 기다려온 팬들이라면 크게 반가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사실 기자는 '뚜두뚜두'보다 나머지 곡들이 더욱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슈 분산 걱정안해…어떻게든 우리들 찾아주실 것"

블랙핑크의 기자간담회에서 포착할 수 있었던 부분은 바로 자신감이었다. 공백기간이 길면 기량에 대한 걱정이나 자신들을 향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녀들은 공백기간동안 자기 관리와 함께 성장을 위한 휴식을 취했다고 밝히면서 이번 앨범에 대한 자신감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그러한 포인트는 이번 앨범의 컨셉과 가사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수는 "지난 앨범이 여성스러운 모습에 포커스가 맞춰졌다면 '뚜두뚜두'는 힙합적인 느낌이 있다. 1절과 2절 랩이 더 강렬해졌다. 저희의 새로운 모습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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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한 기자가 블랙핑크에게 컴백 시기에 따른 걱정은 없는지 질문을 던졌다. 블랙핑크의 자신감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더욱 뚜렷했다.

지수는 "시기적으로 이슈가 분산되기는 하지만, 저희를 기다려주신 분들은 어떻게든 저희를 찾아봐주시고 사랑해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기적인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자신들의 강점을 묻는 질문에는 "우리 만의 색깔을 정해놓지 않으려고 한다. 활동할 때마다 우리의 색을 녹이려고 한다. 그 활동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데뷔 했을 때는 부담감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부담감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도전을 즐기고 있다. 특히 이번 앨범 준비하면서 멤버들끼리 즐기면서 해보자고 이야기했다. 물론 차트순위가 높으면 좋겠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만큼 '이것도 블랙핑크만의 색으로 소화를 하네'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더 기쁠 것 같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여리여리한 그녀들이 선보이는 걸크러시, 그리고 한 가지 더.

블랙핑크의 가장 최근 히트곡인 '마지막처럼'은 가장 블랙핑크다운 곡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3분을 갖 넘기는 한 곡의 노래안에 비트를 강조한 부분과 멜로디를 강조한 부분을 적절히 배치해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여기서 말한 비트르 강조한 부분이 '블랙'이라면 멜로디를 강조한 부분이 '핑크'가 되는 것이다.

이번 첫 미니 앨범이 딱 그렇다. 4곡 모두 철저하게 '블랙'과 '핑크'로 양분돼 기자의 귀를 사로잡았다. 오히려 타이틀곡인 ''뚜두두두'보다 나머지 곡들이 계속 귓가에 맴돌아 음원 성적은 활동 후반부로 갈 수록 더 좋아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들은 성장은 가사 안에서 더 뚜렷했다. 최근 사회 곳곳에서 여성해방 운동이 뜨겁게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블랙핑크가 이번에 준비한 곡들의 가사는 남자에게 끌려다니지 않고 관계를 주도하며 슬픔보다 긍정의 이미지를 발산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여리여리한 블랙핑크가 선보이는 당당한 여성상은 YG엔터테인먼트가 컨셉 단계에서 의도했던 하지 않았건 최근 트렌드와 부합한다. 때문에 여성 팬들에게 더 사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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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한 가지 더. 블랙핑크의 또 다른 매력은 귀염움과 섹시함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사 속 내용도 사랑을 갈구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고 더 섹시하며 더 멋있다. 이런 느낌은 줄곧 YG엔터테인먼트에서 탄생된 음악들과 결을 같이 한다.

이제 블랙핑크는 사실상 YG엔터테인먼트의 대표 걸그룹이 됐다. JYP엔터테인먼트의 트와이스가 국내외에서 승승장구하면서 YG엔터테인먼트도 분명히 자극을 받았을 것이다. 과거 '투애니원'의 동생그룹 같은 느낌이 짙었던 블랙핑크가 이러한 자극에 긍정적으로 대응한다면 더욱 사랑받는 걸그룹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 분명하다.

수명이 짧은 걸그룹의 세계에서 그녀들이 오랫동안 사랑받기 위해서는 좋은 컨셉과 훌륭한 퍼포먼스도 중요하겠지만 팬들에게 더욱 친근함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자신들의 운명을 거대 소속사에 두는 것이 아니라 충성도 높은 팬들에게 거는 것이 장수할 수 있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블랙핑크는 이미 충분히 신비했으니 친근함을 앞세워 팬들과 소통을 더욱 늘린다면 더 큰 반응이 오리라 확신한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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