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진 기자]
영화 ‘독전’에서 소연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강승현./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영화 ‘독전’에서 소연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강승현./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화려한 의상을 입고 런웨이를 누비던 11년 차 모델 강승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스크린 데뷔작 영화 ‘독전’에서 형사 소연 역을 맡아 열연한 강승현에게서는 오직 신인 배우의 풋풋함과 열정만이 느껴졌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시작한 연기 활동이지만 강승현에게 나이는 별로 중요치 않다. 단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신인의 설렘만이 있을 뿐.

10. ‘독전’ 흥행 소감은?
강승현: 너무 좋다. 사실 첫 영화라 나는 흥행에 대한 감이 전혀 없었다. 여러 기사에서 ‘흥행 돌풍’이라는 표현을 써서 이제 조금씩 실감이 나고 있다. 기사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다들 ‘잘 봤다’고 이야기해 줘서 기쁘다.

10. 자신의 연기를 본 느낌은 어땠나?
강승현: 기술 시사회 때 처음 봤는데, 그때는 나만 보였다. (웃음) 영화 전체를 보려고 노력했지만 계속 나만 보게 됐다. 계속 긴장하면서 스크린 속 내 모습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는데, 두 번째 봤을 때는 영화의 전반적인 부분이 보이더라. 워낙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스타일이라 연기에 대해서는 부족하고, 아쉬움만 느껴졌다.

10. 가장 많은 장면을 함께했던 조진웅과의 호흡은 어땠나?
강승현: 첫 영화를 조진웅 선배와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게 나에게는 엄청난 기회였다. 원래도 조진웅 선배의 엄청난 팬이라 출연한 작품도 다 봤다. ‘독전’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기 전에는 단순한 팬의 마음이었는데, 지금은 조진웅 선배를 정말 존경하게 됐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서 연기는 물론 촬영장에서 모든 사람을 아우르는 능력이 대단하다. 조진웅 선배를 따라가다 보니 나도 작품 속에서 내 위치를 지킬 수 있었다.

10. 모델 선배인 차승원과도 호흡을 맞췄는데.
강승현: 사실 차승원 선배와 연기할 때 가장 긴장됐다. 내가 모델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선배는 톱모델이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스타’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마냥 어렵게만 느껴졌는데 촬영하면서 먼저 다가와 주시고,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모델 후배라서 그래도 한 번 더 말 걸어 주신다는 게 느껴져서 너무 감사했다.

“촬영 중 생긴 상처가 훈장 같다”는 강승현./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촬영 중 생긴 상처가 훈장 같다”는 강승현./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10. 극 중 격한 액션 신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했다고?
강승현: 키 때문에 대역이 없다는 건 촬영 전부터 알고 들어갔다. (웃음) 그래서 ‘무조건 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액션 신에 임했다. 사실 내가 몸치에다 유연성도 별로 없다. 하지만 대역도 없고, 몸으로 부딪히는 수밖에 없었다. 몸은 쓰다 보면 적응하게 되기 때문에 무조건 액션 스쿨에 자주 나가서 연습했다.

10. 부상의 위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강승현: 실제로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종아리에 5cm 정도의 상처가 생겼다. 모델 강승현이었다면 지금도 상처를 볼 때마다 마음 아파했을 거다. 그런데 정말 아무렇지 않다. 오히려 훈장을 단 기분이다. (웃음) 앞으로도 상처를 볼 때마다 ‘독전’을 떠올릴 것 같다.

10. 캐릭터를 위해 체중 조절도 따로 했나?
강승현: 살을 일부러 찌운 건 아니다. 하지만 내가 맡은 역할이 형사이고, 마른 몸을 유지해야 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살이 쪄도 부담을 가지지는 않았다. 모델 일을 시작하고 10년 동안 거의 몸무게의 변화가 없었다. 아침·점심·저녁도 다 챙겨 먹지 않고 최대한 끼니를 줄였다. 그런데 ‘독전’을 찍으면서는 체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체력을 기르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에 살이 좀 붙었다.

10. ‘독전’을 통해 얻은 게 있다면?
강승현: 얻은 게 많아서 하나를 꼽기 너무 힘들다. 그래도 하나를 꼽자면 ‘독전’은 나에게 또 다른 꿈을 만들어줬다. 모델 일을 하면서 연기 쪽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큰 키 때문에 스스로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또 모델 일을 10년 동안 해왔기 때문에 이미 가진 게 많은 상태에서 하나를 더 노린다는 걸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독전’을 통해서 ‘다음 작품’ ‘다음 캐릭터’를 꿈 꿀 수 있게 됐다.

10. 데뷔 11년 차에 다시 신인으로 돌아간 느낌은?
강승현: 너무 좋다. (웃음) 모델 활동은 워낙 오래 했기 때문에 ‘무조건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또 현장에 나가면 내가 가장 선배일 때가 많기 때문에 이끌어 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영화 촬영 현장에 가면 내가 제일 막내다. 다 선배들이기 때문에 힘들 때 기댈 수도 있고, 무엇보다 새로운 것들을 배울 수 있게 됐다. 다시 한 번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거다.

10. 신인으로서 작품 오디션에 다니다 보면, 신인 모델 시절도 많이 생각날 것 같다.
강승현: 신인 모델 때는 하루에 오디션을 20개씩 다녔기 때문에 느낌이 좀 다르긴 하다. 하지만 ‘나라는 사람을 짧은 시간 안에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점은 비슷하다. 그래서 오디션 자체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사람들에게 내 모습을 보여주고, 평가 받는 것에 익숙하다.

“한 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라는 강승현./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한 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라는 강승현./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10. 최근 모델 출신 배우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보면서 자극을 얻기도 하나?
강승현: 나는 이제 막 시작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 같다. 자극 보다는 고마움을 많이 느낀다. 그들이 잘해주고 있기 때문에 나도 그렇고, 다른 후배 모델들도 뒤이어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10. 모델로 시작해 MC, 연기, 랩까지 도전했다. 어릴 때부터 끼가 많은 스타일이었나?
강승현: 원래 끼가 많은 아이는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하는 일에 익숙해지고, 적응하는 시간을 어느 정도 거쳐야 ‘이제 좀 재미있다’고 느끼는 스타일이다. 모델 시절 외국 생활을 오래 하면서 바뀐 것 같다. 모델은 보여주는 직업이고, 무조건 남달라 보여야 하기 때문에 그때부터 끼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10. 한 번 시작한 일은 허투루 하지 않는 것 같다.
강승현: 맞다. 한 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다. 집요한 면이 있다.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 채 끝내는 건 용서가 안 된다. 100%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100%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내가 만족할 만큼 최선을 다해야한다.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야 한다’는 생각이다.

10. 배우로서 설정한 앞으로의 목표는?
강승현: 대단한 욕심은 없다. 다만 ‘독전’이 마지막 작품이 되지 않게 내가 잘 할 수 있는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 ‘독전’이라는 좋은 작품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에 앞으로 노력하는 건 내 몫이다.

이은진 기자 dms3573@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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