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안 했음 어쩔 뻔했어'… 대기업 회사원 출신 늦깎이 스타 모음
연예인 중에는 마치 '날 때부터 스타'인 것 같은 인물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알고 보면 우리와 다르지 않게 평범한 직장인의 인생을 보내다가 늦은 나이에 연예계로 발돋움한 '대기만성형' 배우도 있다.

한때는 굴지의 기업에 몸 담았던 회사원이었지만 지금은 브라운관, 스크린을 종횡무진 활동 중인 스타들을 조사해봤다. 배우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한, 연기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4인의 배우들.


◆ LG '판매왕'에서 악역 전문 배우로…허성태
허성태 /사진=허성태 페이스북
허성태 /사진=허성태 페이스북
'밀정'에서 송강호에게 호되게 뺨을 맞던 친일 첩보원, '범죄도시'에서 장첸(윤계상)과 대립각을 세우다 죽은 독사, 허성태. 그는 대기업 LG에서 근무하다 35살의 나이에 연기에 도전한 늦깎이 배우다.

1977년생 허성태는 노래방에서 공부를 한 적도 있을 정도로 학구파였다. 학창시절 전교 1등을 한 경험은 여러 번 있었다고.

부산대학교 노어노문학과 졸업 후 LG전자 해외영업부에서 자신의 전공을 살려 러시아 시장 영업을 담당했다. '판매왕'에 오른 적도 있다. 이후 대우조선해양으로 이직해 기획조정실에 근무하기도 했다.

그는 마치 운명처럼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결혼 6개월 차, 과장 진급을 앞두고 있던 허성태는 SBS '기적의 오디션' 공고를 보았다.

다음 날 오디션에 접수 한 허성태. 당시 연봉만 7000만 원에 달했지만 눈 앞의 안정적인 생활을 포기하고 인생 2막 주사위를 던지게 된 것이다.

허성태는 당시 “가족들이 다 뜯어말렸다. 어머니는 울면서 때렸다”면서 “화내시는 엄마 앞에서 연기를 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오디션을 통해 탑 5에 들면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받았다. 이후 영화 '밀정', '남한산성', '범죄도시', 드라마 '마녀의 법정', '크로스' 등 브라운과 스크린을 오가며 선 굵은 연기를 펼치는 중이다.


◆ 이랜드 디자이너에서 '국민썸녀'로…배윤경
'배우 안 했음 어쩔 뻔했어'… 대기업 회사원 출신 늦깎이 스타 모음
지난해 방송된 '하트시그널' 시즌1의 주역을 꼽으라면 단연 배윤경이 순위에 오른다. 어디에서 갑자기 툭 하고 나타난 그는 솔직담백한 성격과 호감형 외모로 출연 당시 시청자들의 이목을 한 몸에 받았다. 그 또한 대기업 정규직으로 채용됐지만 배우 도전을 위해 퇴사한 케이스다.

'하트시그널'에 출연한 계기는 지인을 통해 섭외가 들어오면서다. 누군가는 이름을 알리기 위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하지만 배윤경은 절실했다. 결국 '국민썸녀'라는 별명을 얻었다.

배윤경은 사실 어려서부터 배우를 꿈꿔왔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대학교수인 아버지의 반대로 결국 건국대학교 의상디자인 학과에 진학했다. 대학 생활 중에도 데뷔 기회는 여러 번 있었지만 부모님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았다.

배윤경은 비엔티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전공을 살려 직장에 들어가보고 그래도 배우 꿈을 포기 못 하겠으면 다시 이야기하자고 하셨다"고 고백했다.

배윤경은 4학년 1학기 때 이랜드에 인턴으로 입사했고 신입 디자이너로 발탁됐다. 1년간 회사원으로 일해 봤지만 꿈은 포기하지 못했고, 결국 약속대로 배우로 전향했다.

배윤경은 '하트시그널' 이후 드라마 '조선미인별전', '우리가 만난 기적', '자취, 방', '누구나 한 번쯤 미쳤었다' 등 공중파와 웹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 대한항공 승무원이었지만 이젠 지상에서 활약하는 배우죠…표예진
배우 표예진 / 사진=최혁 기자
배우 표예진 / 사진=최혁 기자
지난해 드라마 '쌈마이웨이'를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 배우 표예진은 승무원 출신으로 유명하다.

그는 백석예술대학 항공서비스과를 졸업하고 2011년 19살의 나이로 대한항공에 입사했다. "사람을 만나는 서비스업이 잘 맞았다"고 말했지만 표예진은 비행기 안에서 매일 반복되는 업무에 조금씩 지쳐갔다.

결국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에 대해 고민하다 항상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연기자의 길을 떠올렸다.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길. 어떤 부모든 반대하기 마련이다. 표예진은 힘들게 부모님을 설득하고 "배우를 그만두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우로 전업한 지 2년, 표예진은 드라마 '결혼계약', '닥터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등 연이어 안방극장의 문을 두드렸다.

오는 6월 6일 첫 방송되는 새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도 캐스팅 돼 승무원 시절의 경험을 살려 신입 비서 역을 연기할 예정이다.


◆ 삼성→기자→배우, 이직의 달인 진기주
'배우 안 했음 어쩔 뻔했어'… 대기업 회사원 출신 늦깎이 스타 모음
1989년생 진기주는 올해 서른 살이 됐다. 30대에 접어들었지만 벌써 그는 세 번째 직업을 통해 활동 중이다. 대기업 회사원에서 기자, 연기자까지. 공부밖에 몰랐던 그는 그렇게 스타가 됐다.

진기주는 중앙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과와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2012년 진기주는 아버지가 추천하는 대기업 삼성 SDS에 지원했고, 공채 전형에 합격해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하지만 학창시절부터 기자를 꿈꿔왔던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2014년 G1 강원민방에서 수습 기자로 새롭게 일을 배웠다. 하지만 기자의 사명감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결국 회사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네 살 터울의 언니와 TV를 보던 중 그는 제23회 슈퍼모델 선발대회' 공고를 보게 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제가 자기소개서 쓰는 걸 굉장히 많이 해봐서 그냥 한 번 써봤다"고 말했지만 결국 올리비아로렌 상을 수상하며 스타성을 입증했다.

진기주는 모델 대회 후 현 소속사를 만나 tvN '두 번째 스무살'을 통해 데뷔했다. '퐁당퐁당 러브',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영화 '리틀 포레스트' 이어 '미스티'에서 사회부 기자 출신 아나운서 한지원 역을 연기하게 된다.

그는 현역 아나운서 못지 않은 발성과 딕션으로 캐릭터에 위화감 없이 녹아들며 시청자의 박수를 받았다. '미스티' 이후 그는 공중파 첫 주연작인 '이리와 안아줘'에 캐스팅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진기주는 더 이상 신입은 싫다고 한다.

"시험을 너무 많이 치르고 살았어요. 배우로 정착할 거니까 잘 하는 일만 남았죠."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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