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그룹 방탄소년단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그룹 방탄소년단이 세 번째 정규음반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로 빌보드 메인 음반 차트인 ‘빌보드200’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 가수 최초의 기록이다. 이 차트에서 영어가 아닌 언어로 만들어진 음반이 1위에 오른 건 2006년 남성 4인조 팝페라 그룹 일디보(Il Divo)가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등으로 부른 음반 ‘앙코라(Ancora)’ 이후 12년 만이다. 빌보드는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방탄소년단의 ‘빌보드200’ 1위 소식을 담은 기사를 배치하며 지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1위는 팬덤 아미(Army)의 승리다. 빌보드200은 실물 음반 판매량과 온라인 스트리밍, 다운로드 수치를 합산해 순위를 매긴다. 빌보드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지난 24일(현지시각)까지 집계된 음반 수치에서 13만 5000점을 획득했다. 이 가운데 10만점은 실물 음반 판매량으로 얻은 것. 음반 발매 이후 일주일 동안 미국에서 10만 장이 팔렸다. 나머지 3만 5000점 중 2만 6000점은 스트리밍에서, 9000점은 다운로드에서 발생했다. 1위를 놓고 방탄소년단과 경쟁한 포스트 말론의 ‘비어봉스 & 벤틀리(beerbongs & bentley)’ 음반은 스트리밍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디지털 음원의 시장 규모가 실물 음반을 추월하면서 음반 판매량은 곧 팬덤의 규모와 충성도를 측정하는 지표가 됐다. 실제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아미는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움직임으로 가수를 응원하는 한국의 아이돌 팬덤 문화를 따른다. 앞서 방탄소년단은 소셜50 차트에서 70주 이상 1위를 지켰다. 이 차트는 각종 SNS에서 방탄소년단을 언급하거나 그들의 팔로워 수 등 소셜미디어에서 발생하는 상호작용의 활발함을 측정해 순위를 매긴다. 소셜 50 차트에서의 활약은 방탄소년단이 2년 연속 빌보드 뮤직 어워드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에서 수상할 수 있게 만든 중요한 원동력이 됐다. 미국 내 아미의 ‘화력’을 짐작하게 하는 또 다른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빌보드 뮤직어워드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을 수상한 뒤 방탄소년단의 모습. /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빌보드 뮤직어워드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을 수상한 뒤 방탄소년단의 모습. /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이 같은 성과가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방탄소년단의 미국 내 인기, 나아가 글로벌 인기가 단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20일 열린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사회자인 켈리 클락슨은 방탄소년단을 ‘한국의 보이그룹’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보이그룹’이라고 소개했다. 방탄소년단에 대한 관심이 한국이라는 낯선 국가에 대한 일시적인 호기심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방탄소년단은 미국에서 ‘K팝 스타’로 타자화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시장에서 활약하는 ‘월드스타’들과 동일한 선상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리더 RM은 국내 기자회견에서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는 트랙 간의 유기성이 돋보이는 음반”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팬들은 1~2개의 히트곡이 아니라 음반 전체를 소비하며 방탄소년단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온전하게 이해하려고 한다. 음반 안에 자전적인 이야기와 자의식이 담긴 메시지를 포함하는 것은 방탄소년단의 정체성을 완성하는 요소이자 그들의 인기를 추동하는 중요한 힘이다. 다시 말해 방탄소년단이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은 질주는 계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음악과 메시지로 팬덤을 형성하고 그들을 응집시키는 것, 방탄소년단이 보여준 가장 눈부신 성과다.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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