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데뷔 5년 만에 첫 정규 앨범을 발매한 래퍼 자메즈. / 사진제공=그랜드라인
데뷔 5년 만에 첫 정규 앨범을 발매한 래퍼 자메즈. / 사진제공=그랜드라인
래퍼 자메즈가 데뷔 5년 만에 첫 정규 앨범 ‘GOØDevil’을 발매했다. 2년 동안 공들인 음반답게 사운드는 실험적이고 상상력은 흥미롭다. 이 앨범은 자신은 누구인지, 왜 예술을 해야 하는지 늘 알고 싶어했던 자메즈가 일종의 답을 얻은 시점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래서 ‘GOØDevil’은 그에게 완전한 자기 표현의 앨범이다. 동시에 “온전하게 타인들을 위한 앨범”이라고 그는 말했다.

나와 타인, 선과 악의 구분이 무의미한 자메즈의 음악 세계는 모순적인 만큼 매혹적이다. 자메즈는 예술품을 봤을 때 사람들이 각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느끼는 것처럼 언어 이상의 것이 ‘GOØDevil’로 전해지기를 바랐다.

10. ‘GOØDevil’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기준은?
자메즈: 제일 중요한 건 나였다. ‘이 앨범이 진짜 나인가’가 중요했다. ‘나를 내가 얼마나 잘 알고, 나를 아는 만큼 표현을 잘 해냈는가’인 것이다. 이 외에도 내가 이 앨범을 만들 때 즐거웠는지, 행복했는지, 성취감은 얼마나 됐는지, 사람들이 얼마나 공감을 하는지 등이 있었다.

10. 행복하고 만족스러운가?
자메즈: 행복하다. 그리고 굉장히 만족스럽다. 그간 발매한 음악도 다 나를 표현했으나 ‘GOØDevil’은 특히 깊은 내면에 있는 나를 알고 나서 모든 콘셉트가 정해진 앨범이다.

10. 자신의 깊은 내면으로 파고 들어가서 느낀 것은 무엇이었나?
자메즈: 내가 나를 깊이 알면 알수록, 파고 들어가면 갈수록 나만 생각하게 된다. 이건 이기적인 동시에 이타적이라는 걸 알게 됐다. 모든 사람들이 맞닿아 있고 연결돼 있다는 측면에서 생각하면 나를 잘 알수록 타인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10. 그런 깨달음의 계기는 무엇이었나?
자메즈: 하나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다만 재작년 쯤 사회에서 만들어진 내가 아니라 진짜 나에 대해 집중을 하려고 노력했다. ‘부모님의 아들로서의 나’‘친구들 속의 나’‘학교의 일원인 학생으로서의 나’가 아닌, 진짜 내 자신이 누구인지가 항상 궁금했고 알기를 갈구했다. 이 앨범의 몇몇 곡들은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깨달음이 왔을 때 그 자리에서 바로 만들었다.

10. 그 곡들은 어떤 곡들인가?
자메즈: 1번 트랙 ‘good vs. evil’의 첫 줄 가사 ‘If I’m the good without awe I’m the god’, 8번 트랙 ‘michael angel Ø’의 첫 줄 가사 ‘oh I’m a michael michael michael’다. ‘GOØDevil’에 들어간 공집합 기호와 전체 앨범의 콘셉트도 동시에 영감을 받았다. 그래서 1, 8번 트랙의 벌스는 2016년 10월 정도에 만든 것이다.

‘GOØDevil’를 통해 사운드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길 바란 자메즈. / 사진제공=그랜드라인
‘GOØDevil’를 통해 사운드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길 바란 자메즈. / 사진제공=그랜드라인
10. 앨범 타이틀에 신(God)과 악마(Devil)을 동시에 넣은 이유는?
자메즈: ‘If I’m the good without awe I’m the god’이라는 가사처럼 ‘내가 선이면 내가 신이고, 내가 악이면 악마다’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 즉 나는 내가 정의하는 주체고 그 누구도 ‘나’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앨범이 온전히 나에 대한 앨범이면서 또 다른 ‘나’들을 위한 앨범인 이유다.

10. 앨범 제목에 공집합 기호를 넣은 이유는?
자메즈: 처음에는 영문자 ‘O’를 지우다가 공집합이 됐다. 공집합이 그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앨범 제목에 넣으니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닌 의미가 만들어졌다. 그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서 넣었다.

10. 10번 트랙 ‘toruk makto’는 영화 ‘아바타’에서 나오는 새와 인물이다. 어떤 영감을 받았는지?
자메즈: ‘toruk(토르크)’는 영화 속에서 전설의 새다. 그 새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이 ‘makto(막토)’다. 그래서 막토는 자연스럽게 나비족의 리더가 된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토르크를 항상 제일 높이 날고 있으나 본 적이 없는 새로 환상처럼 묘사한다. 그 새를 주인공이 타고 내려와 리더가 되는 것이다. 예술가도 그처럼 리더라고 느꼈다. 예술가들의 일이 바로 환상을 현실로 가져오는 일이기 때문이다.

10. 4번 트랙 ‘venus’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우원재와의 만남도 눈길을 끈다.
자메즈: 같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마샬까지 불러놓은 상황에서 원재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작업실로 초대해 어떤 앨범인지 소개하고 ‘venus’를 부탁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내가 왜 이 앨범을 만들고, 콘셉트는 무엇이고, 깨달은 것은 무엇이고, 내 예술관은 무엇인지 많이 공유했다. 그러자 원재가 고맙다며 “형, 바로 작업하러 가야할 것 같아요”라고 말한 후 떠났다.

10. 어떤 공감대가 이뤄졌던 건가?
자메즈: 마치 나는 신이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 신이 되고 싶어하는 데서 오는 것과 비슷한 괴리감을 원재도 항상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상황에서 ‘If I’m the good without awe I’m the god’이라는 가사에 담긴 메시지처럼 ‘그냥 너가 신이야’라고 내가 말해줬던 거다. 어떻게 보면 내가 내 자신에게 한 말이기도 하다.

10. ‘춤’ 또한 딘과 진보를 한데 모았다는 점만으로 기대를 모은 트랙이다. 어떻게 피처링이 이뤄졌나?
자메즈: ‘춤’은 진보가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처음부터 생각했던 곡이다. 앨범을 들려줬을 때 진보 형은 너무 좋다며 그 자리에서 피처링 녹음을 완료했다. 딘한테도 전체 앨범을 들려줬을 때 ‘춤’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원래 딘한테는 ‘춤’을 부탁할 생각이 없었으나 결과적으로 지금 상태가 더 좋다.

10. ‘GOØDevil’는 우원재, 딘, 진보 외에도 쟁쟁한 아티스트들이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또 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는지?
자메즈: 협업에는 항상 열려 있다. 김건모, 전인권 선배와도 음악 작업을 해보고 싶다. 일단 너무 잘하시고 우리 세대보다 더 척박한 환경이었을 텐데 그런 음악을 했다는 점을 존경한다. 팬이다.

10. DJ와의 협업은 어떤가?
자메즈: 기회가 된다면 그룹 360사운즈의 DJ소울스케이프와 무조건 해보고 싶다. 같은 그룹의 DJ 썸원 형도 좋아한다. 음악을 들었을 때 처음으로 DJ가 누구인지 궁금하게 만든 사람이다.

자메즈 ‘GOØDevil’ 커버 / 사진제공=그랜드라인
자메즈 ‘GOØDevil’ 커버 / 사진제공=그랜드라인
10. 이 앨범을 통해 이루고 싶었던 것은?
자메즈: 사운드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싶다. 사운드 측면에서 ‘이렇게까지 가능하다’고 밝혀주고 싶다. 그간 국내에서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사운드를 구현하고 싶었다. 사운드 측면에서 외국 음악과 국내 음악을 비교했을 때 질이 훨씬 뛰어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워낙 오래 전부터 시스템을 구축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랙들이 내가 원하는 사운드에 가까워질 때까지 엔지니어와 믹싱에만 서너 달의 시간을 쏟아 부으며 노력했다.

10.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Mnet ‘쇼 미 더 머니’와 같은 방송에 재출연할 의사가 있는지?
자메즈: 지금은 ‘쇼 미 더 머니’ 출연보다 할 것이 너무 많다. 가볍게 싱글도 발매하고 싶고 이미 시작된 협업도 있다. 콘서트도 개최하고 싶고 바로 정규 앨범 작업에 들어가고 싶기도 하다. ‘GOØDevil’에 들어간 곡 말고도 만들어놓은 곡들이 꽤 있다.

10. 준비 중인 정규 2집에 대한 힌트를 준다면?
자메즈: 콘셉트를 밝힐 수 없으나 힌트는 ‘나’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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