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테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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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조 밴드 페퍼톤스(신재평 이장원)가 약 4년 만에 정규 6집 ‘long way(롱 웨이)’를 발표했다. 발랄하고 독창적인 사운드로 데뷔 후 14년 동안 탄탄한 팬층을 쌓아온 페퍼톤스의 이번 신보 역시 색다르다. 페퍼톤스는 화자가 저마다 다른 8개 트랙을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엮는 상상력을 발휘했다. “항상 우리 안에서 새로워야 한다”는 게 이들의 이야기다.

“우리가 벌써 중견 밴드가 돼 있더라고요. 그간 사랑해 준 팬들이 지루해하지 않으려면 새로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봤어요. 그 결과 각 곡의 주인공이 철새부터 할머니, 외계인까지 다양한 앨범이 탄생했죠.”(이장원·오른쪽)

8곡 모두 다른 이야기인데도 전체적으로 관통하는 메시지가 있는 것이 ‘롱 웨이’의 포인트다. 신재평은 그 포인트를 “여행을 떠나는 길 위에서만 느껴지는 정서”라고 설명했다. 이장원은 “배낭을 메고 훌쩍 떠나는 것처럼 가벼운 느낌의 여행은 아니고, 이민 가방을 들고 편도 티켓만 가지고 비장하게 떠나는 마음과 비슷하다”고 표현했다.

“어딘가를 향해서 갈 때 그 길에서 느껴지는 설렘, 그와 동시에 찾아오는 외로움과 쓸쓸함이라고 표현할 수 있어요. 그 여행에는 출발지로 돌아온다는 기약이 없거든요.”(신재평·왼쪽)

‘롱 웨이’를 발매하기까지 걸린 4년이라는 시간 동안 페퍼톤스의 음악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신재평은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됐다”며 “예전에는 음악에 기합이 잔뜩 들어가 있었는데 지금은 불필요한 부분을 걷어내고 담백해졌다. 공연장에서 감정을 전달하기에도 더 유리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장원은 “소리에 더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빼기를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퍼톤스는 새 앨범 발매에 맞춰 같은 제목의 콘서트도 한 편의 옴니버스 영화처럼 준비 중이다. 이장원은 “이번 공연에서는 우리가 아니라 앨범이 주인공”이라며 “앨범이 품고 있는 느낌을 최대한 잘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춰 곡을 선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콘서트는 다음달 9~10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두 차례 열린다.

“새 앨범의 콘셉트를 그대로 가져갈 생각입니다. 콘서트가 끝난 뒤 관객들이 영화를 본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연출하는 것이 목표예요. 밴드 구성도 커지고 오케스트라 연주에 주로 쓰이는 타악기도 활용할 예정입니다.”(신재평)

밴드계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지만 페퍼톤스의 꿈은 의외로 소박하다. “오랜만에 새 앨범을 들려드리게 돼 기쁩니다. 이야기를 듣는 재미를 담아 음반을 만들면 새롭겠다 싶은 마음이 컸고 그 바람처럼 우리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질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하나 더 바란다면 팬들을 전국 방방곡곡에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하하.”(이장원)

김수경 한경텐아시아 기자 ksk@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