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지난 4일 방영된 KBS2 ‘나물 캐는 아저씨’ 방송화면 캡처.
지난 4일 방영된 KBS2 ‘나물 캐는 아저씨’ 방송화면 캡처.
tvN ‘삼시세끼’와의 유사성 논란 속에서 베일을 벗은 KBS2 새 예능 ‘나물 캐는 아저씨’는 우려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비슷한 폰트와 전체적인 구성, 편집 방식은 ‘삼시세끼’에 나물이라는 양념 한 스푼만을 얹은 듯한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지난 4일 처음 방송된 ‘나물 캐는 아저씨’에서 안정환, 추성훈, 김준현, 샘 오취리, 최자가 경남 하동 먹점 마을의 한 다방에 모였다. 나물을 캐기 위해서였다.

이들 ‘도시 아저씨’들은 쑥부쟁이를 캐서 밥을 해먹어야 한다는 미션을 제작진으로부터 부여받았다. ‘나물 멘토’로 등장한 정수영 식물분류학 박사와 마을 이장의 도움을 받아 마을에 지천으로 널린 쑥부쟁이를 캐러 떠났다. 안정환·추성훈이 한 팀, 김준현·샘 오취리·최자가 한 팀이었다.

이들의 케미 자체는 좋았다. 안정환은 재치있는 발언과 수더분한 매력으로 웃음을 자아냈고 다른 멤버들 또한 각각 예능인으로서, 나물 캐는 일꾼으로서 제 몫을 해냈다. 멤버들은 열심히 캔 나물을 손질해 직접 나물 무침과 삼겹살 구이 등을 해먹으며 하루를 보냈다. 잠자리에 누운 이들은 걸그룹 멤버가 올 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행복하게 잠들었다.

그러나 ‘집 나온 아저씨들의 모임’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이른바 ‘아저씨 개그 코드’는 과한 느낌을 줬다. 첫 회 시작부터 ‘제1막 집 나오면 반색-나물 캐러 온 아저씨들’이라는 자막을 띄우더니 질경이가 남자한테 좋다는 소식을 발견한 이후 몇 번이고 곱씹으며 좋아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줬다. 김준현이 마을 풍경을 바라보며 “집 나오니까 좋네”라고 하자 안정환은 “하여튼 아저씨들은 집 나오면 좋아해”라고 받아치며 그들만의 공감을 이뤘다.

아저씨 개그 코드로 일관한 ‘나물 캐는 아저씨’는 “집 나오면 좋다”는 남자들이 보기에 좋은 방송일지는 모른다. 어쩌면 그것이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고 싶은 ‘아저씨 스웨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저씨 아닌 시청자들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편집과 풍경에 가끔 불편하게 느껴지는 아저씨들의 개그를 왜 금요일 밤에 보고 있어야 하는지 당위성을 찾기 힘들다. ‘나물 캐는 아저씨’ 속 씁쓸한 아재의 맛, 흔한 아저씨들의 저녁식사 모습은 일상에도 지천으로 널려있다.

‘나물 캐는 아저씨’는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에 방송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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