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부터 故이철규 의문사까지…'임을 위한 행진곡'이 불러온 그날의 광주
1980년 5월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은 시간의 간극과 상관없이 유효하며 국가폭력과 범죄는 시효가 없기 때문이다.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1989년 이철규 열사 변사사건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관통한다.

이철규 열사 변사사건은1989년 5월10일 광주직할시 죽구 제4수원지 상류에서 조선대학교 교지 편집위원장 이철규(당시 25세)가 변사체로 발견된 사건이다. 검찰은 익사라고 최종 발표를 했지만 진상규명위원회 측은 정황상 자살에 의한 익사나 실족사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고 결국 의문사로 기록된다.

18일 서울 중구 CGV 명동역점에서 열린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박기복 감독)의 제작보고회에서 박기복 감독은 "기획부터 촬영까지 하루, 하루가 피 말리는 시간이었다"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이 영화는 2013년 광주문화산업진흥원 주최 5.18 시나리오 공모전을 통해 지금의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박 감독은 "누군가는 왜 다시 5.18 영화를 만드냐고 묻는다"라며 "민주화항쟁이라는 역사는 아무것도 규명되지 않았고 진행형의 역사"라고 이유를 밝혔다.

지금까지 영화 '택시운전사', '1987' 등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들은 몇 차례 개봉된 바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박 감독은 "그간의 1980년 5월을 소재하는 영화가 닫힌 공간의 영화라면 '임을 위한 행진곡'은 열린 공간의 영화"라며 "시대와 공간을 해체하고 결이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철규 열사 변사사건에 대한 박 감독의 마음가짐은 남다르다. 직접 보고, 듣고 영화로 옮겼기 때문이다.

그는 "호형호제하면서 지내던 사이"라며 "광주에서 시를 쓰던 학생일 때 자주 만나며 이야기를 나눠왔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이철규 열사의 죽음은 단순히 실족이 아닌 국가 폭력이며, 기관에 의해 살해된 사건"이라며 "영화 이후로 기관원들의 양심선언이라도 듣고 싶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5.18부터 故이철규 의문사까지…'임을 위한 행진곡'이 불러온 그날의 광주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월 대학생 이철수(전수현) 의문사를 시작으로 그날에 멈춰있는 엄마 명희(김부선)를 이해할 수 없었던 딸 희수(김꽃비)가 잊혀진 진실을 마주하고 그날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는 사회적 문제에 귀를 기울여온 충무로 연기파 배우 김꽃비와 김부선이 엄마와 딸을 연기한다.

김꽃비는 이 영화에서 광주민주화운동에 희생된 부모님 때문에 상처를 간직한 희수 역을 맡았다. 그는 12년 전 광주 무전여행 시절을 기억에서 꺼내놨다.

그는 "우연히 5.18 민주화운동 묘지를 방문한 적이 있다. 묘비마다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써있더라. 하나, 하나 보느라 몇시간 있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5.18에 대해 무지했구나라는 생각과 충격을 받았다. 더 많이 알고싶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부선은 스케줄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박 감독은 김부선 캐스팅에 대해 "영화 자체가 팩트를 가지고 하다보니 가슴으로 와닿을 수 있는 분이 필요했다. 연기로 커버할 수 있지만 정서적으로 사회에 관심을 갖는 배우들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부선 배우는 아파트 난방 일로도 많이 바쁘시다. 그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작품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더라. 그렇게 인연이 됐다"고 말했다.

이 영화에는 전국적으로 시행된 공개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전수현, 김채희, 김효명 등이 출연해 기존의 배우들과 연기 앙상블을 보여줄 예정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오는 5월 16일 개봉 예정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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