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진 기자]
영화 ‘머니백'(감독 허준형)에서 민재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무열/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영화 ‘머니백'(감독 허준형)에서 민재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무열/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후줄근한 옷 한 벌, 사채업자에게 엊어 맞아 퉁퉁 부은 눈, 세상에서 제일 억울해 보이는 축 처진 눈꼬리까지. 영화 ‘머니백'(감독 허준형)의 김무열은 그렇게 처절하게 망가졌다. 그동안 여러 작품을 통해 보여줬던 깔끔하고 도시적인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이 삶의 끝자락에 선 절박한 청년의 모습만 남았다. 김무열은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얼굴로 관객을 찾았다.

10. 데뷔 후 처음으로 코미디 장르에 도전한 소감은?
김무열: 원래 코미디 감성을 가지고 있다. 공연이나 뮤지컬의 전통적인 특성도 코미디에 가깝다. 무대에 섰을 때도 그렇고 관객들이 웃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 웃는다는 건 작품에 공감하고 있다는 가장 큰 증거다. 그래서 영화 쪽에서도 코미디 장르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을 항상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야 만나게 됐다. 코미디 장르의 영화라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즐기면서 연기할 수 있었다.

10. 코미디 장르에 처음 도전하면서 가장 중점에 둔 부분은?
김무열: ‘김무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걸 어떻게 코미디 장르에 잘 녹이느냐가 관건이었다. ‘머니백’을 을 찍으면서 고민한 결과, 코미디 장르지만 상황이 주는 희극적 요소는 가져가되 절대 가볍지 않게 진심을 다해 연기하는 데 중점을 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웃기려고 하기보다는 극한의 상황에 처한 인물의 절실함이나 절박함을 진실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10. ‘머니백’ 시나리오를 받고 출연을 결심한 계기는?
김무열: 단순한 코미디가 아니라 웃음 속에 해학과 풍자가 들어있어 마음에 들었다. 내가 연기한 민재 캐릭터도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라 공감이 많이 됐다. 가볍게 보면서 웃을 수도 있고, 마지막에는 생각할 거리도 툭 던져주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 출연을 결정했다.

10. 민재 캐릭터의 어떤 점에 특히 공감했나?
김무열: 나도 민재처럼 가난한 20대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20대 초반부터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해야 했다. 민재의 경우 어머니의 수술비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거라 특히 공감이 많이 됐다. 또 편의점에서 날짜 지난 음식을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다. 12시가 넘으면 편의점에서 일하는 친구를 기다렸다가 날짜 지난 도시락이나 삼각김밥 등을 건네받아서 먹은 적도 많다.

“민재 캐릭터에 공감이 많이 갔다”는 김무열/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민재 캐릭터에 공감이 많이 갔다”는 김무열/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10. 영화 내내 후줄근한 옷차림에 눈은 맞아서 퉁퉁 부은 채로 나온다. 망가진다는 것에 대한 망설임은 없었나?
김무열: 민재를 연기할 때 분장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내가 봐도 정말 억울해 보이더라. (웃음) 망가지는 것에 대한 걱정은 나보다 오히려 감독님이 많이 했다. 극 초반부터 사채업자에게 얻어맞는 장면이 나와서 눈에 피스를 붙인 채로 끝까지 나왔다. 감독님은 ‘그 얼굴로 나와도 괜찮겠어?’라고 물었는데 내가 ‘끝까지 가져가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10. 동작대교에서 직접 뛰어내렸다던데.
김무열: 맞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다. 그 장면을 찍는 날 크레인까지 왔다. 영화의 제작 예산이 넉넉하지 못해서 내가 뛸 수밖에 없었다. 몸을 불살라야 했다. 그런데 막상 완성된 영화를 보내 내가 아닌 것처럼 나왔더라. (웃음)

10. 이경영·전광렬·임원희·박희순 등 베테랑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소감은?
김무열: 사실 주인공 7명의 분량이 정확히 나뉘어 있어서 촬영장에서 배우들끼리 자주 만나지는 못했다. 촬영할 때는 각개전투하고, 제작보고회나 언론시사회를 하면서 그나마 다 뭉치게 됐다.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니까 ‘내가 대단한 선배들과 함께 작업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할 때도 옆에서 들어보면 다들 치열하게 연기한 게 느껴져서 숨이 막힐 정도다. 때문에 ‘내가 더 잘해야 했는데’하는 아쉬움도 많이 남았다.

10. 극 중 사채업자 역의 김민교와 가장 많은 호흡을 맞췄다. 잘 맞았나?
김무열: 호흡은 너무 잘 맞았다. 특히 형한테 맞는 장면이 많아서 더 가까워졌다. 형이 워낙 외향적인 성격이라 친근하게 잘 대해줬다. 나랑 공통점도 있다. 형도 나도 재미가 없는 사람이다. (웃음) 민교 형이 그동안 코믹한 연기를 많이 해와서 실제로도 재미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재미없다. 대화를 나눌 때는 정말 진지하고 웃음기가 전혀 없다.

“절박한 상황에도 연기자의 꿈은 버릴 수 없었다”는 김무열/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절박한 상황에도 연기자의 꿈은 버릴 수 없었다”는 김무열/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10. 극 중 민재처럼 살면서 가장 처절했던 순간은?
김무열: 20대 초반에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직업소개소에 나가 신분증을 내고 기다리는 게 일상이었다. 아저씨들 사이에서 일에 뽑히려고 몸싸움까지 하면서 버티던 그때가 아마도 내 인생에서 가장 처절하던 때가 아니었나 싶다.

10. 그런 힘든 생활에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뭐였나?
김무열: 꿈 때문이 아닐까. 그런 절박한 상황에도 연기자의 꿈은 버릴 수 없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하다보니 돈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게 됐는데 연기를 시작하고부터는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연극과 뮤지컬을 시작하면서 연기에만 몰두하다 보니 돈에 대한 생각을 접을 수 있었다.

10. 작품을 선택하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나?
김무열: 일단 불러주시면 어디든 간다. (웃음) 뭘 가리겠나? 하지만 현실과 이상의 차이는 항상 존재한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과 내가 하고 싶은 것 사이에 부딪히는 지점이 있다. 내가 잘 하는 걸 선택해서 이른바 ‘안전빵’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모두가 절대 못 할 거라고 말리는 것에 도전할 것이냐 항상 고민하게 된다.

10. 그럴 때 주로 어떤 결정을 내리나?
김무열: 주로 도전하는 편이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기 때문에 여전히 좋은 작품을 찾아 헤매고 있다. 장르나 역할을 가리지 않고 더 다양하게 도전할 생각이다. 고이면 분명 수질이 안 좋아질 테니까. (웃음)

이은진 기자 dms3573@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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