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 이선균 형제와 이지은 (사진= tvN 제공)

‘나의 아저씨’ 이선균의 슬픔과 이지은의 눈물이 안방극장에 먹먹한 여운을 남겼다.

지난 29일 방송된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케이블, 위성, IPTV 포함된 유료플랫폼 가구 시청률에서 평균 3.6% 최고 4.4%를 기록하며, 케이블-종편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남녀2049 타깃 시청률은 평균 2.0% 최고 2.5%를 나타내며, 역시 케이블과 종편 동시간대 정상을 지켰다. (유료플랫폼 전국 기준/닐슨코리아 제공)

지안(이지은)이 갑작스럽게 입을 맞댄 것에 대해 동훈(이선균)은 “뇌물 받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거 보니까, 한 번 구해주면 강아지처럼 꼬랑지 착 내리고 따라붙을 줄 알았어?”라며 화를 냈다. 어린 여자에게 자신이 만만해 보였다고 생각한 것.

하지만 돌아온 것은 “남자랑 입술 닿아본 지가 하도 오래돼서 그냥 대봤어요. 지겨워 보이길래 그랬어요”라는 지안의 무심한 답변. “어떻게 하면 월 오륙백을 벌어도 저렇게 지겨워 보일 수 있을까. 대학 후배 아래서. 그 후배가 자기 자르려고 한다는 것도 뻔히 알면서 모른 척. 성실한 무기징역수처럼”라는 지안의 말은 너무도 정확해 동훈의 폐부를 찔렀다.

사실 지안이 동훈에게 입을 맞춘 진짜 이유는 기범(안승균)이 몰래 찍은 사진으로 ‘상사와 여직원의 부적절한 관계’라는 루머를 만들어 도준영(김영민)가 동훈을 자를 수 있는 빌미를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안이 까치발을 한 모습으로 찍힌 사진을 보고 “남자가 아닌 여자가 하고 싶었던 것”을 파악한 여직원 때문에 이 작전은 실패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방법을 강구하기 위해 지안은 계속해서 동훈을 도청했다.

지안의 귓가에 들려오는 동훈의 일상은 뭐 하나 빌미로 잡을만한 게 없었는데, 유일하게 시끄러웠던 사건이 일어났다. 새 출발을 위해 건물 청소 일을 시작한 동훈의 형 상훈(박호산)이 취객 강용우에게 모욕을 당한 것.

상훈이 청소하던 건물을 지었다는 그는 먼지를 뒤집어쓰게 했다는 이유로 “제대로 사과하지 않으면 청소업체 다 바꿔버리겠다”고 상훈을 협박했다. 결국 상훈은 그 앞에 무릎을 꿇었고, 도시락을 전해주러 왔던 요순(고두심)은 그런 맏아들의 모습을 목격하고 말았다.

무너진 자존심과 노모에 대한 미안함에 괴로워하는 상훈을 다독인 동훈은 다음 날 강용우를 찾아갔다. 그리고는 “어떤 일이 있어도, 식구가 보는 데서 그러면 안 돼. 식구가 보는 데서 그러면, 그땐 죽여도 이상할 게 없어”라고 말했다.

이를 도청하던 메마른 지안에겐 감정의 동요가 일었다. 과거, 사채업자인 광일(장기용)의 아버지에게 할머니 봉애(손숙)가 맞는 걸 보고 칼을 들었던 지안. 어린 나이에 살인자라는 꼬리표를 달았던 그녀가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을 터.

살아온 날들의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경직된 인간 이지안을 알아보고 “상처받아 너무 일찍 커버려 불쌍하다”고 말하는 동훈과 꾸역꾸역 최선을 다해 매일을 살아가는 인간 박동훈을 “성실한 무기징역수”라고 지칭한 지안.

각자의 삶의 무게를 버티고 있는 두 사람은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지만, 누군가는 알아줬으면 했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밑바닥을 내보였다. 그래서 지안은 울었고, 동훈은 “나를 아는 게 슬퍼”라고 말했다.

한편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치유해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나의 아저씨’는 매주 수, 목요일 밤에 방송되며, 국내 방영 24시간 후 매주 목, 금 밤 tvN 아시아를 통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도 방영된다.

이준현 한경닷컴 연예·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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