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오는 3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종영한다. /사진=MBC
'무한도전'이 오는 3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종영한다. /사진=MBC
김태호 PD가 '무한도전' 종영 배경과 13년간 콘트롤 타워를 맡아온 소회를 전했다.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무한도전'의 연출자 김태호 PD를 만나 내일(31일) 종영을 앞둔 소감을 들었다.

김태호 PD는 "처음 '무한도전'이 기존 방송 화법으로 봤을 때 부적합한 사람들의 좌충우돌 이야기로 시작됐다가 가장 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됐다. 시작과는 달리 지켜야할 룰도 생기고, 카테고리가 생기면서 그 안에서 놀아왔다. 2010년 넘어오면서 부터 더 큰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시즌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휴식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시청자에게 만족감 높은 콘텐츠들이 전달될 수 있느냐다. '무한도전'이 역사와 전통을 함께 하고 시청자와 익숙해 지면서 신선도를 찾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시스템적 보완에 대한 고민을 했다. 저보다 '무한도전'을 주로 놓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멈추게 된 것도, '내가 뭘 해야하지?'가 아니라 ''무한도전'이 어떻게 하면 좋게 만들어 갈 수 있나'에 대한 답을 고민하다 이렇게 결정이 된 것"이라며 "지난해 11월 중순 파업이 끝나고 돌아왔을 때 이런 상황을 회사에 이야기 했고 시스템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제작된다면 좋겠다라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무한도전' 김태호 PD
'무한도전' 김태호 PD
'무한도전' 인기의 일등공신 유재석과 이런 고민에 대해 의논해왔다고 밝혔다. 김태호 PD는 "회사 입장에서 '무한도전'은 계속 가야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 피디 중 최행호 PD 선정 작업이 1월까지 진행됐고 이에 대해 유재석과 이야기를 했다. 13년간 유재석은 '무한도전'의 중심이 되어 이끌어온 중요한 인물이고, 프로그램의 동반자로 많은 이야기를 공유했다. 그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네가 현장서 일을 안하면 같이 끝내는게 맞지 않냐'라고 의사 전달을 했다. 회사 입장에선 원치 않는 결말이다."

그는 또 "최행호 PD로 후임이 결정된 후에도 멤버들과 이야기를 했다. 시즌제도 좋지만 '종영'이라는 표현이 마음 아팠다. 한편으로 '지난 13년간 잘 했다'라는 것 보다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스토리텔링이 좋은 피디가 맡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이어 "멤버들과 오랜시간 함께하니 알고 있는 정보와 성향이 많아서 초반에 비해 좌충우돌의 모습을 발견하는 기회가 적어지는 것 같았다. 저라는 인물 때문에 스토리가 뻗어나가지 못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마나 멤버들은 '같이 해야지'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제 개인 생활, 휴식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한도전'을 놓고 고민했다. 1,2월에 진행됐던 결정과 유재석의 의견으로 밖으로 전달 되면서 '논의 중', '설득 중'이라고 했던 것이 어쩌면 가장 정확한 표현이었다. '끝'이라고 결론 내리고 싶지 않았다. '무한도전'을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이렇게 진행됐다. 멤버들도 어제 보니 '갑작스럽다'라는 표현을 했다. 저나 멤버들도 지난 3개월이 빨리 흘렀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갈등이 있어서 멈춘 것이 아니다. 1등 예능도 좋지만 한 회, 한 회 스페셜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내일을 마지막으로 인사를 드리게 됐다"라고 밝혔다.

'무한도전'은 2006년 5월 6일 첫 방송을 시작해 오는 3월 31일까지 13년 동안 '국민 예능'으로 큰 사랑을 받아왔다. 기존 예능이 스튜디오에 국한돼 녹화를 하는 것에서 벗어나 매주 신선하고 다양한 아이템으로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안겨왔다.

시즌 종영 후엔 최행호 PD가 연출하는 음악 예능 프로그램이 빈자리를 채울 전망이다. 김태호PD는 당분간 준비할 시간을 갖고 가을 이후 '무한도전' 새 시즌 또는 새 기획으로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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